얼마전 지인과 라운드를 하면서, 골프볼의 무게에 대한 대화가 있었습니다. 지금 자신이 치는 골프볼이 너무 가벼워서 '날리는 것' 같다는 표현을 쓰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골프볼의 무게가 브랜드별로 모델별로 과연 차이가 있을까요?
골프볼의 무게는 거의 같다
일반적으로 무겁다 혹은 가볍다는 표현은 '무게' 혹은 '질량'에 의한 느낌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말 그래도 무게가 무겁거나 가볍거나 사람에 따라 느끼는 차이는 있을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골프볼의 실제 무게는 사람이 느낄 정도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골프 장비를 관장하는 USGA의 장비규칙 때문입니다.
이 규칙에 의하면, 공인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45.93 그램을 넘어서는 안됩니다. 물리학 시간에 운동 에너지 법칙을 배우셨다면, 아래와 같은 공식을 기억하실 겁니다.
운동에너지는 무게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즉 무게가 무거워지면 운동에너지가 증가하니, 비거리가 더 날 확률이 있고, 이를 제어하는 것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가급적 제한 범위 내에서 '무겁게' 만드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물론 우리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일부 '비공인(non-conforming)' 골프볼은 보통 좀 무겁게 만들기도 합니다. 일단 멀리 보내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왜 무겁다고 느낄까? - 타구감
모든 제조사/브랜드가 이렇게 가급적 무겁게 골프볼을 만드는 것이 상식적임에도 불구하고, 골퍼들이 골프볼에 대한 '무게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사실 타구감과 연관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 타구감은 골프볼의 '컴프레션(Compression)'과 연관이 있습니다.
컴프레션은 골프볼의 단단한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골프볼을 압축하는데 들어가는 힘이 큰 것이죠.
가장 많이 사용되는 타이틀리스트 골프볼의 경우, Pro V1이 약 80대 후반, Pro V1x가 90대 후반 정도의 컴프레션 수치를 갖게 됩니다. 10% 더 강하다 이렇게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Pro V1x의 컴프레션이 높으므로, 당연히 더 단단한 골프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골프볼을 치게 되면, 좀 더 단단한 타구감, 그리고 이를 무거운 타구감으로 느낄 수가 있는 것이죠.
컴프레션에 따른 골프볼 선택 - 의미가 있을까요?
이렇게 컴프레션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에 따라 골프볼의 성능도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히 합리적 추론입니다.
그래서 일부 골프볼 제조사들은 컴프레션에 따른 볼피팅을 주장하기도 하며, 과거의 한 회사는 골프볼에 새겨지는 숫자의 색깔로 컴프레션을 구분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검은색, 파란색, 빨간색 이런 식으로 숫자를 달리 표기하고, 각 색깔에 맞는 권장 스윙 스피드가 있다는 식으로 광고를 하기도 했죠.
컴프레션이 높은 볼, 즉 단단한 볼은 스윙 스피드가 빠른 사람들에게는 '더 큰' 이득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골프볼이 더 단단할수록 볼 스피드가 증가한다는 테스트 결과가 이를 증명해 줍니다. 비거리에서 더 유리한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결과가, 스윙 스피드가 느린 사람은 소프트한 골프볼이 좋다는 명제를 성립시켜 주지는 않습니다. 스윙 스피드가 느려지거나, 아이언 샷을 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상관관계가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즉 일반 아마추어 골퍼의 입장라면, 스윙 스피드가 아주 빠른 사람을 제외하고는 컴프레션이 높은 볼이 주는 효과가 줄어들게 됩니다.
스윙 스피드가 느린 사람에게도 볼스피드라는 측면만 보면 단단한 골프볼이 좀 더 유리할 가능성도 있지만, 단단한 볼을 치게 되면 너무 무겁고 둔탁한 타구감을 느끼게 될 확률이 높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타구감은 생각보다 플레이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타구감을 가지고 정타 여부를 느끼기도 하고, 타구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단단한 골프볼은 타구감이라는 면에서 보면 별로 선호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지난 10여 년 사이에 '부드러운' 골프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이러한 골프볼들은 스핀량이 떨어지는 단점 등이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합니다. 그래도 부드러운 타구감을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골프볼에서는 느껴지는 무게감은, 골프볼 자체의 무게 차이 보다는 골프볼의 단단한 정도 즉, 컴프레션에 의해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무게감은 분명 골퍼들이 골프볼을 선택하는 하나의 요소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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