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서 쓸쓸히 퇴각한 국힘.. "일 좀 해라, 다신 오지 마라"
[곽우신 기자]
▲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 보도와 관련해 MBC 항의 방문을 예정한 가운데 28일 서울 마포구 MBC문화방송 본사 앞에서 바른언론을 위한 범국민시민연대가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에 맞선 MBC 사수 시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 국회사진취재단 |
"쪽팔려서 어떻게 하냐?! 다시는 오지 마라!"
국민의힘이 별다른 소득 없이 쓸쓸히 퇴각했다. 다시 붉은 전세버스에 오르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등에는 "국회로 돌아가서 제발 일 좀 하라"라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MBC노조)의 구호와 "이 XX들아, 쪽팔리지?"라는 시민들의 외침이 꽂혔다.
국민의힘은 28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발생한 비속어 논란과 관련한 MBC 보도에 항의하기 위해 직접 상암동 MBC 본사를 찾았다. 그러나 박성제 MBC 사장을 만나기는커녕, 노조와 바리케이드에 막혀 로비에조차 들어가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 28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박대출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과 박성중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권성동 과방위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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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MBC 항의 방문을 예고한 이날 이른 오전부터 MBC 주변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다수의 경찰들이 배치되어 무전을 통해 상황을 주고 받았다. MBC 방호과 직원들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을 통제했다.
MBC 정문 쪽에는 태극기가 새겨진 모자를 쓴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여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MBC의 M은 민주당의 M이다", "가짜방송 MBC는 자폭하고 해산하라", "시정잡배만도 못한 방송"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분노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관련 영상을 최초로 보도한 MBC가 왜곡된 자막을 달아 사실을 호도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해당 영상을 보도한 기자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구속 수사하라"라고도 외쳤다. 지나가는 한 시민이 이들의 집회에 항의하자 욕설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 반대편에는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에 맞선 MBC사수 시민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대응을 '언론탄압'으로 규정했다. 이들의 손팻말에는 "국민의힘은 언론탄압 중단하라"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고, 발언하는 이들은 입을 모아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 그리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대통령실을 향한 여러 의혹이 불거지니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언론 탄압에 나선 것"이라며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현장을 지나가던 50대 여성 택시기사는 기자에게 "정말 너무한 것 아니냐"라며 "인정하고 사과를 하면 될 것을, 이를 알린 방송사에 이렇게 찾아오는 게 너무 부끄럽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전 11시 20분,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직자들을 실은 버스가 국회에서 출발해 MBC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의 외침이 더욱 거세졌다. 일제히 피켓을 들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항의하는 목소리가 뒤섞였다. 버스에서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대출 의원을 선두로 권성동, 박성중, 최형두, 윤두현, 김미애 의원 등이 내리자 목소리는 더 커졌다.
경찰들의 제지 덕분에 시민들과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약간의 실랑이 끝에 취재기자들과 함께 MBC 출입구까지 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안쪽에서는 MBC노조 조합원들 60여 명이 이미 진을 치고 있었다. 박대출 의원은 "회사 대표 어디 있느냐?" "박성제 사장을 만나러 왔다. 당장 이 자리에 나와라"라고 외쳤지만 호응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애초에 박 사장과의 면담 등이 MBC 측과 조율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방문한 탓이었다.
▲ 28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박대출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과 박성중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MBC 항의 방문 후 국회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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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나와서 조작 방송에 대해 해명하라"라는 이들의 요청에 대답이 없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미리 준비한 피켓을 들어 보이며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들에게 항의하는 시민들이 확성기까지 켜고 "언론 탄압 중단하라" "적반하장이다"라고 외치면서 바로 옆에 있는 기자들에게도 의원들의 발언이 잘 들리지 않게 됐다.
박대출 의원은 "아무리 외교참사로 비하하려고 해도, 이것은 실패한 보도참사"라고 주장하며 "실패한 보도 참사에 책임지고 박성제 사장은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MBC가 공영방송으로의 본분을 잊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왜곡해서 방송하여, 이 나라의 국익에 해를 끼친 사태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이번 항의방문의 목적을 설명했다.
권성동 의원은 "박성제 MBC 사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정당하고 떳떳하다면, 이 자리에 나와서 해명해야 한다"라며 "자리를 피하는 것 보니 '죄를 져도 단단히 졌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의도적인 자해 공갈"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MBC가 조작하면 민주당이 선동했다. 제2의 광우병 선동"이라고 강조했다.
윤두현 의원은 "당의 미디어특별위원회에서 소장을 쓰고 있다"라며 "이르면 내일(29일) 마무리 짓고 고소장 제출까지 끝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을 대신해 집권여당이 MBC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MBC 안으로 물리적 진입까지는 차마 시도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조작자막 편파방송 공영방송 어디갔나" "진실외면 거짓해명 박성제는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것을 마지막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 보도와 관련해 MBC를 항의 방문한 가운데 28일 서울 마포구 MBC문화방송 본사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피켓을 들고 구호을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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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권 의원은 "이제 MBC 민영화 논의를 우리 국민 모두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라며 "국익을 해치는 선동과 조작의 MBC가 어떻게 공영방송이 될 수 있느냐? 이제 MBC 민영화를 통해서 우리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집권여당이 공영방송, 그것도 MBC를 특정해 '민영화'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 발언을 안에서 듣고 있던 MBC본부 소속 조합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이 드디어 MBC 민영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려 한다"라며 "공영방송 민영화가 웬말이냐, 국민의힘부터 해체하라"라고 맞받아쳤다.
이들은 유리문 안쪽에서 구호를 외치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완전히 떠날 때까지 대열을 유지했다. 전국언론노조 산하 다른 지부의 언론사 노동자들도 연대를 위해 자리에 함께한 가운데, 이들은 "사실왜곡 항의방문, 언론장악 중단하라" "언론탄압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가라" "국민세금 낭비말고 국회가서 일 좀 하라"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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