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눈이 아닌 마음에 담고 싶은 풍경이 있다. 고요한 강과 호수, 나무가 만들어 주는 시원한 그늘과 조용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충주의 자연은 지친 마음에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숲과 호수를 누리는
종댕이길
종댕이길은 충주호를 둘러싼 길이자, 심항산 둘레길이다. 심항산이 원래 종댕이산이라 불렸기 때문에 종댕이길이라 불린다. 훼손되지 않은 충주의 자연 그대로를 만날 수 있으며, 충주호를 가장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는 길이다.
길은 마즈막재 삼거리에서 시작해 심항산을 한 바퀴를 돌며 6km를 걷는 1구간과 계명산자연휴양림을 지나며 4.6km를 걷는 2구간으로 나뉜다. 종댕이길 정식 코스는 아니지만 마즈막재 삼거리에서 계명산을 오른 후 종댕이길을 돌아보는 15km 코스도 있다. 산과 충주호의 경치를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색다른 코스다.
흙 내음이 밀려오는 오솔길부터 한 번 넘을 때마다 수명이 한 달씩 늘어난다는 종댕이고개, 충주호를 조망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팔각정, 호수바람이 밀려오는 출렁다리 등 종댕이길에 숨겨진 스폿을 발견해 보자.
달천 위에 뜬 여덟 봉우리
수주팔봉
물맛이 달아 ‘달천’이라고 불리는 강에 여덟 개의 능선이 비쳐 ‘물 위에 선 여덟 개의 봉우리’라는 뜻의 수주팔봉이라 불린다. 거대한 기암괴석이 자연과 어우러져 독특한 절경을 뽐내는 충주의 대표적인 명소다. 8개의 봉우리 중 가장 높은 칼바위는 약 500m에 이른다. 수주팔봉 정상과 두룽산을 이어주는 출렁다리에 오르면 발아래 강물을 두고 강 건너 팔봉마을의 전경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 두릉산 트레킹을 즐기는 코스도 인기다.
수주팔봉의 자랑거리는 천혜의 자연을 누릴 수 있는 무료 캠핑장이다. 차박 성지로 불리며 전국 곳곳에서 노지 캠핑과 차박을 즐기기 위한 이들이 찾아온다. 지난 2023년 10월 재오픈한 수주팔봉캠핑장은 깨끗한 화장실과 개수대, 분리수거장까지 갖추고 있다. 취사가 가능하며, 캠핑장에서 가까운 곳에 커피, 음식, 잡화 등을 파는 매점이 있어 편리하다.
영화 같은 풍경
삼탄유원지
마을 앞에 위치한 강에 세 개의 여울이 있어 삼탄三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삼탄마을에 1959년 개통된 간이역인 삼탄역은 지금도 하루에 몇 차례 무궁화호가 지난다. 지난한 세월을 덧입은 기찻길과 초록빛 자연이 어우러지는 유원지가 멋스럽다. 삼탄유원지는 충주호가 유입되는 남한강 지류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강변 유원지로, 영화 <박하사탕>의 명장면 “나 다시 돌아갈래!”로 유명한 곳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모든 것을 잃은 후 추억의 장소였던 이곳을 찾는다.
날이 따뜻해지면 초록색 잔디로 뒤덮이는 유원지는 무료 야영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광장처럼 넓어 아이들이나 반려견과 함께 뛰어놀기 좋아 가족 단위 야영객들이 많다. 화장실과 개수대 등의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다.
잠시 쉬어가는
목계솔밭
3800여 평의 솔밭에 수령 100~200년 된 소나무들이 밀집해 있는 목계솔밭. 남한강을 따라 소나무가 이어져 장관을 연출한다. 목계솔밭에는 두 전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조선 헌종 때 가뭄이 길어지자, 목계 촌장의 꿈에 신령이 나타나 용이 머물 수 있도록 저우내에 소나무를 심으라 했다. 그 말대로 이곳에 소나무를 심으니 비가 내려 가뭄이 해결되었다고 한다. 목계솔밭의 위치는 저우내마을이다. 하지만 목계마을 사람들이 소나무를 심어 이름이 목계솔밭이 되었다.
목계솔밭의 강 건너편에는 목계나루터가 있다. 내륙에서 올라온 물건들이 한양으로 가기 위해선 이 자리를 꼭 지나쳐야 했기 때문에 목계나루도 자연스레 상업이 번성했다. 많은 사람이 오가고 배가 지나던 자리였기에 목계솔밭은 소나무의 그늘을 빌려 잠시 쉬어가는 휴게소였다. 지금은 목계솔밭캠핑장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이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물에 잠긴 악어떼
악어섬
충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바로 악어섬 아닐까. 호수에 맞닿아 있는 산자락이 악어떼가 물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모습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악어봉에서 내려다보면 초록색 악어들이 호수를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악어봉은 해발 559m의 큰 악어봉과 해발 449m의 작은 악어봉이 있다. 원래 악어봉으로 향하는 등산길은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공식적인 탐방로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9월, 작은 악어봉으로 향하는 왕복 1.8km의 탐방로가 개방됐다. 2시간도 걸리지 않는 편한 길이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길이 좁아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게으른 악어’ 카페 앞 주차장에서 탐방로 입구인 악어 모양 보도 육교가 반갑게 맞이한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비내섬
남한강에 모인 퇴적물에 자갈과 모래가 쌓이면서 생긴 섬으로, 규모가 30만 평에 이른다.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 ‘갈대를 베어내는 곳’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해 새들이 쉬어가는 섬이자,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약 865종의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 보고다.
비내섬에는 비내길이 있다. 비내마을 사람들이 과수원으로 가던 농로와 멱 감으러 강으로 향하던 오솔길, 발길이 자연스레 만들어낸 흙길이 모여 비내섬의 산책로인 비내길이 만들어졌다. 인공적인 구조물 없이 최대한 자연의 모습을 보존해 고요한 자연의 소리와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