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호 피격 이후 첫 외교 장관 통화…이란 측에 “사실관계 요구”

윤지원 2026. 5. 1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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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9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부 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7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를 갖고 HMM 나무호 피격 사태의 사실관계 해명을 요구했다. 양국 외교 장관이 나무호 사태와 관해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나무호 화재(4일) 원인을 지난 10일 ‘미상 비행체 2발’에 의한 피격으로 공식화한 지 일주일 만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진행된 통화에서 나무호 피격과 관련해 “현재 우리 정부의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한 뒤 이란 측에 사실관계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안전과 자유로운 항행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아라그치 장관은 현재 중동 정세와 관해 이란의 입장을 설명하며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한 통항이 회복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답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대치 상황이 조속히 종료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장관은 인근 해역의 우리 선박 26척과 선원의 안전을 위해 계속 소통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장관급 통화는 이틀 전인 지난 15일 한국 정부의 선(先) 제안을 이란 측이 당일 즉각 수용하면서 일정 조율을 거친 끝에 이날 성사됐다. 지난 10일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이 쿠체지 주한 이란 대사를 “반(半)초치격”(여권 고위 관계자)으로 불러 면담한 이후 양국 간에 나무호 사태와 관해 이뤄진 첫 공식 소통이다. 중동 사태 발발 이후를 기준으로는 ▶3월 23일 ▶4월 9일에 이어 양국 외교 수장 간 세 번째 이뤄진 통화다.

두 장관이 이날 대화에 나선 것은 핵심 물증인 비행체 엔진 잔해의 정밀 감식 결과가 나오기 전 상황 관리에 나서려는 한국과 파장을 우려한 이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한 소식통은 “이란으로서도 점차 자국으로 배후가 좁혀지는 상황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해명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4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란 이외 주체의 공격 가능성은 상식적으로 크지 않다. (공격 주체가) 확인이 다 되면 응분의 외교적 공세를 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이란을 겨냥했다. 다음날인 15일에는 비행체 잔해가 국내로 반입됐다.

HMM 나무호 선체 파공. 선체 하단에서 확인된 폭 5m·깊이 7m 파공. 연합뉴스


정부 기조는 직접적 규탄보다 실질적 국익 확보에 방점이 찍히는 분위기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7일 오전 방송 인터뷰에서 타국 선박 피격 사례를 거론하며 “(그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총 서른 네 차례의 피격에도 (피해 국가가) 공격 주체를 특정해 비판한 사례는 아주 드물다. 대부분 주체를 특정하지 않고 규탄이나 비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섣불리 이란을 정조준해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몰기보다, 이번 사태를 인근 해역에 묶인 우리 선박 26척의 구출과 안전 보장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정부 구상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이번 통화를 바탕으로 객관적 물증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국내로 반입된 비행체 잔해는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국방부 산하 전문기관에서 정밀 분석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지난 13일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된 국방부 기술분석팀은 나무호 현장 조사를 마치고 16일 귀국한 것으로 이날 파악됐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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