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역사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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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 기자]
용산미군기지는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위치한 주한미군과 대한민국 국군의 주둔지 가운데 하나다. 현존하는 한국 내 미군 부대 기지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고, 서울 도심에 있는 유일한 군사기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평택으로 대부분 이전하게 되어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폐쇄된 상태다.
▲ 용산공원 플랫폼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은 녹사평역 용산공원 플랫폼에서 시작된다. |
ⓒ 최민정 |
녹사평역 용산공원 플랫폼에서 오늘의 산책 해설사를 만날 수 있었다. 용산기지의 어떤 이야기가 쏟아질지 호기심 가득한 참여자들의 눈이 해설사를 향했다.
▲ 이태원로 구름다리 미군기지의 메인포스트와 사우스포스트를 잇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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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로 이태원로 주변의 다양한 수목은 계절의 향기를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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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빨간 담장 너머로 미군기지 안을 한번 자세히 보실래요? 뭔가 좀 이상한 게 있지 않나요?"
담벼락 위 철조망, 높은 가을 하늘과 오래된 나무. 대체 뭐가 이상하다는 걸까?
▲ 전나무 전봇대 서울 속 작은 미국에는 아직 그들의 문화가 남아있다. |
ⓒ 최민정 |
"이 일대는 조선군의 병참기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보급기지, 구한말에는 청나라군이 주둔했던 때도 있었어요. 러일전쟁 이후에는 일본군 사령부가 있던 터이기도 하지요. 뒤를 이어 주한미군이 이곳에 가장 오래 머물렀어요. 여러분, 유독 이곳이 군사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참가자들이 답을 찾기 위해 생각에 잠겼다.
"아마 지리적으로 한강과 접해 있어 배를 이용해 물자를 이동하기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해설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태원로 해설이 끝날 즈음 아이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엄마, 아까 메인포스트 클럽 너무 웃기지 않아요? 내가 생각했던 엄숙하고 차가운 군인의 이미지와 다르게 미군들도 게임을 즐기고, 팝에 맞춰 춤을 췄다는 게 상상이 안 돼요."
아이는 마치 몰랐던 비밀을 캐낸 것처럼 즐거워했다.
우리가 용산 미군기지를 반환 받아 서울 중심에 큰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용산기지 공원화 사업은 복잡한 도심에 여유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일제 강점기와 냉전 시대를 지나 '대한민국'을 공고히 하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과정일 것이다. 용산가족공원이 조성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이 우리의 몫인 이유이다.
과거 '서울 속의 작은 미국'이었던 공간,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일정은 9월 4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올 가을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https://yeyak.seoul.go.kr)
홈페이지를 통해 이태원로를 제대로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s://brunch.co.kr/@mjc8441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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