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도파민이라는 선악과를 베어 물다 [도파민 시대②]

이가을 2024. 9. 1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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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29세 대학생 75.8%, “도파밍에 중독된 것 같다” 응답
-‘팝콘 브레인’, 숏폼 볼수록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뇌
-디지털 중독 자체보다 파생하는 문제가 더 위험해
-전문가 “점점 극단적인 자극에만 반응…각종 중독으로 이어질 수도”
쿠키뉴스는 기성 언론의 책임과 사회 공헌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언론인 활동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예비 언론인들에게 콘텐츠 구현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난 1월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콘텐츠 기획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이 기사는 공모전에서 당선한 기획안을 바탕으로, 대학언론인이 쿠키뉴스의 멘토링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호모 아딕투스. 라틴어로 사람을 뜻하는 ‘호모’와 중독을 뜻하는 ‘아딕투스’의 합성어로, 디지털에 중독된 신인류를 뜻한다. 개인 문제로 여겼던 디지털 중독은 이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파생하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도파민의 시대’에서 청년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그들이 만들어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편집자주]

대학생 이모씨가 스마트폰에 깊이 빠져있다. 사진=이가을

서울대 트렌드 분석센터는 2024년 트렌드 중 하나로 ‘도파밍’을 제시했다. 쾌락에 관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과 수집한다는 뜻의 ‘파밍(Farming)’의 합성어다. 단순히 재미있는 활동을 즐기는 것을 넘어,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고 찾아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숏폼 시청이 대표 사례다.

숏폼은 1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으로, 뇌의 즉각 보상 회로를 자극해 중독성을 일으킨다. 하이라이트 부분만 빠르게 보여주어 순식간
에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이다. 숏폼 플랫폼들은 무한 스크롤 기능과 알고리즘을 이용해 사용자들이 빠져나가기 어렵게 만든다. 대학생 이현빈(남·21) 씨는 “숏폼은 재미가 없어도 보게 된다. 관성적으로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복적으로 자극에 노출되면 우리의 뇌는 빠르고 강렬한 자극에 익숙해져, 현실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 무감해진다. 지난 2011년 데이비드 레미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이런 현상을 ‘팝콘브레인’이라고 이름 붙였다. 튀어 오르는 팝콘처럼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한다는 뜻이다.

쿠키뉴스는 지난 4월, 만 18세~29세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5.8%가 도파민에 중독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는 팝콘브레인의 증상을 언급했다. 응답자의 80%가 ‘자극과 쾌락 추구로 인한 인내력 저하’를, 72%가 ‘강의 집중 불가, 독서 부족 등 전체적인 학습 욕구 저하’와 ‘숏폼 중독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함’을 선택했다.

지난 4월,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팝콘브레인의 대표적 증상들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래픽=이가을

‘중독’으로 끝나지 않는 디지털 중독


중독을 구별하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중독 대상을 접하지 않으면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갈수록 반응이 약해지며 내성이 생기고, 그것들이 일상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디지털을 접하는 시간 자체는 짧다고 해도, 이 조건에 해당한다면 디지털 중독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과 떨어져 있으면 불안감을 느끼고, 갈수록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으며, 그것이 신체 건강이나 정서적인 문제로 이어져 일상에 불편을 겪고 있다면 중독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독에서 파생하는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팝콘브레인이 되면 자꾸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면서 극단적인 자극에만 반응하게 될 수 있다. 갈수록 디지털 중독에 빠지거나, 심한 경우 마약 중독으로도 이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자극에 의존하게 되다 보면 더욱 심각한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유성필 기독교중독연구소장은 디지털 중독에 빠지면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이가을 

유성필 기독교중독연구소장은 “특히 디지털 중독의 경우 사람과 눈을 마주 보고 소통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사회성 저하의 원인이 된다. 시력 저하, 거북목, 터널 증후군과 같이 신체 건강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신체적인 문제와 더불어 정서적으로도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 윤다빈(여·21)씨는 “사람들을 만나도 함께 영상을 보는 등 스마트폰을 통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서로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줄어들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대화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중독 자체보다 중독이 미치는 영향이 더 문제라고 말한다. 한국 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신영철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얼마나 많이 보는가를 떠나, 본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잠깐의 휴식을 위한 것이라면 괜찮지만, 일상 전체에 지장을 준다면 여기에 빠져서 잃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전했다.

중독이 청년들에게 더 치명적인 이유

뇌 발달이 진행되는 청년들에게 중독은 특히 치명적이다. 하진미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부장은 “우리 뇌는 계획을 세우고, 문제해결 활동을 하는 전두엽이 가장 늦게 발달한다. 20대 초반에 속하는 청년들은 아직 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상태일 수 있다. 이때 강한 자극을 추구하면서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행동을 반복하면 전두엽이 관장하는 계획, 충동 조절 능력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두엽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학습 능력 저하, 사회적 고립, 극단적인 선택 등 정서적으로 여러 문제를 유발해 전반적인 일상생활에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사회진출을 앞둔 청년들의 중독은 사회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다. 김혜연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 센터장은 “청년 시기에는 본인의 진로를 결정하고 그 진로를 준비하는 시기다. 그 시기에 중독에 빠져 그런 것들을 제때 하지 못한다면 국가적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거대한 공동체 내에서 개인이 미치는 영향은 작을 수 있어도, 사회적 문제가 되는 이상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가을 기자 decagr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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