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이 활극 벌이던 호텔 파격변신…리버사이드 1층 비운 이유
서울 강남1호 특급호텔인 서초구 잠원동 ‘더리버사이드호텔’이 재건축된다. 서울시는 최근 이 호텔부지(면적 6491.9m²)를 최고 47층 높이의 호텔ㆍ오피스텔 복합건물로 개발하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서울시와 호텔에 따르면 호텔은 2026년 착공해 2030년께 문을 열 예정이다. 1981년 처음 문을 연 이후 반세기 만에 탈바꿈하는 셈이다.
사연 없는 건물은 없다지만, 이 호텔은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건물이다. 강남대로의 초입, 한강에 가까운 금싸라기 땅에 자리 잡은 호텔이 주변 건물과 달리 허름하게 서 있는 이유다. 호텔을 둘러싼 사건사고가 많아서 신문 사회면을 꽤 장식하기도 했다. ‘리버사이드 호텔을 인수한 기업은 망한다’는 괴담이 돌 정도였다.
80년대 입장료 1만원이던 호텔 사우나
강남 1호 특급호텔로써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도 있었다. 리버사이드 호텔은 지하 2층, 지상 13층 규모로 1981년에 문을 열었다. 당시 호텔보다 나이트클럽이 더 유명했다. 지하 ‘물(Mool) 나이트클럽’은 80~90년대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유흥업소였다.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 이주일과 '가왕(歌王)' 조용필이 공연했다. 그 당시 사우나도 유명했는데, 입장료가 1만원이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80년대 강남대로 변 땅값이 3.3㎡당 70만~80만원이고, 이면 도로가 3.3㎡당 10만원이던 시절에 사우나값을 그렇게 받았는데도 강남에서 돈 좀 있다고 하는 사람은 다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호텔은 부도 행진을 이어갔다. 호텔 주인이 계속 바뀌다가 1995년 경매로 나왔고, 10년 만인 2005년 하이브리드건설이 487억원에 호텔을 낙찰받았다. 이를 나산그룹 창업주인 안병균 전 회장이 2008년 인수했고, 사명을 가우플랜으로 바꿨다. 현재 안 전 회장 아들인 안필호씨가 가우플랜 대표로 역임하고 있다.
입지가 좋은 데도 오랫동안 주인을 못 찾은 원인은 있다. 나이트클럽을 포함한 호텔 부대시설 권리관계가 복잡한 데다가 여러 송사에 휘말려 있어서였다. 2009년에는 명도집행 과정에서 조폭 수백명이 호텔에 난입해 집단 난투극을 벌여 경찰 수백명이 출동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풀고 정리하는데 700억원을 쓴 것으로 안다”며 “추가로 든 돈도 돈이지만, 웬만한 사람은 정리할 엄두조차 못 냈을 일”이라고 말했다.
1층을 20%만 남기고 비운 호텔
리버사이드 호텔은 경부고속도로 쪽 완충녹지(2166.7㎡)를 기부채납하는 등 1492억원 상당 공공기여를 통해 용적률을 3종 일반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두 단계 종 상향을 받았다. 이어 건축디자인 혁신 등 추가 인센티브 3종을 서울시에서 최초로 적용받아 용적률을 최대 1023%까지 끌어 올렸다.
새로 지을 건축물은 외관이 독특하다. 나무를 컨셉트로 건물 아래보다 위가 풍성하다. 건물 지상층의 80%를 공원으로 비웠다. 시에 기부채납한 옆의 완충녹지까지 합치면 녹지 면적(총 6500㎡)이 축구장 크기만 하다. 그 결과 건물 1층의 건축면적이 부지의 20%밖에 안 된다. 주로 1층에 배치하는 호텔 접객 공간을 지하층으로 과감히 내린 결과다. 자동차 진입 동선도 지하로 내서 1층을 보행자 전용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상 점유 면적이 이렇게 작은 건물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비슷한 건물로는 미국 뉴욕에 있는 시티그룹 센터가 있다. 이 센터는 재개발 과정에서 작은 교회를 보존하기 위해 건물 지상층 대다수를 비우고 13층부터 지었다. 대신 교회로부터 공중권을 구매해 비운 높이만큼 높게 지을 수 있었다. 그 덕에 건물 저층부가 뻥 뚫려 마치 개방된 광장처럼 쓰인다. 이 센터는 이런 공공공간 디자인으로 뉴욕시로부터 추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았다.
리버사이드호텔도 공공을 배려해 지상층을 비워내는 디자인으로 서울시로부터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았다. 건물 28층에는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조망카페도 만들 계획이다. 건물 설계를 맡은 위진복 건축가(UIA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종묘부터 시작해 한남대교, 경부고속도로 공원화, 청계산으로 이어지는 녹지 축에 있는 이 호텔을 새로운 도시숲을 품은 랜드마크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안병균 회장은 “기존 호텔을 인수하고 16년을 바친 만큼 최상의 호텔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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