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시선] “가자 중국인” 이강인 인종차별, 무책임한 ‘빅클럽’ PSG
김희웅 2024. 10. 31. 06:53
인종차별을 향한 파리 생제르맹(PSG)의 자세는 ‘나 몰라라’다. 현지 팬들도 보도를 통해 이강인(23)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은 것을 잘 알지만, PSG만 모르는 형세다.
이강인은 지난 26일(한국시간)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와 2024~25시즌 프랑스 리그1 9라운드 원정 경기를 앞둔 오픈 트레이닝 행사에서 “가자, 중국인!(Allez mon Chinois)”이라는 말을 들었다. 한 남성 팬이 던진 인종차별 발언이었다.
PSG 선수들이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빠르게 지나치는 중이라 이강인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기엔 너무 찰나였다. 이 영상을 찍은 팬은 다른 선수들에게는 이름을 불렀지만, 이강인은 ‘중국인’이라고 칭했다.
짧은 영상은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삽시간에 퍼졌다. 프랑스 현지 다수 매체도 “이강인이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PSG는 5일이 지난 현재도 묵묵부답이다. 어떤 성명도 내놓지 않았다. 선수 보호를 우선시해야 하는 게 구단 역할이지만,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태도다. 사실상 인종차별과 맞서 싸울 의지가 없고, 선수 보호도 중요치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다. 무엇보다 PSG가 이강인을 통해 한국 시장을 개척한 것을 고려하면, 한국 팬까지 업신여기는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이강인을 싫어하는 이가 던진 말도 아니고, 훈련장에 직접 찾아올 정도로 열정적인 자기 팀 팬이 뱉은 언사라 더욱 심각하다. 응원 구호로 인지했던 말이 ‘중국인’이라는 비하 발언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분명 당사자인 이강인에게는 큰 상처로 남을 만하다.
개탄스럽게도 글로벌 구단인 PSG가 인종차별에 관한 어떤 대처도 없는 현 상황을 보면, 유럽 내에서는 여전히 이런 일들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릴 적부터 스페인에서 생활한 이강인은 동양인을 싸잡아 ‘중국인’이라고 부르는 게 어떤 의미의 인종차별인지 잘 안다. 앞서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런 일들을 심심찮게 겪었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유럽 축구계에서는 인종차별 척결을 위해 여러 캠페인을 벌였다. 자주 인종차별의 표적이 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는 여러 차례 ‘멈춰 달라’며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아지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인종차별 등 사회적 문제에 관해서는 개인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모든 이들의 생각을 바꾸기는 불가능하기에 영향력 있는 리그와 구단, 선수가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를 낸다. 사회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적어도 여러 국적의 선수가 뛰고 팬이 즐기는 축구장에서 인종차별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구단 차원에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강인 사건을 손 놓은 듯한 PSG는 어긋난 길을 걷고 있다.
PSG는 세계 각국의 팬을 보유한 메가 클럽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에 관심을 기울이고 빠른 후속 조치를 해야 하는 구단이다. 개선 의지가 전혀 없는 지금까지는 그 어떤 작은 구단만도 못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스포츠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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