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부 눈폭탄, 160㎝ 향로봉 적설계 측정불가…"이런 일 처음"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에 늦겨울 눈폭탄이 쏟아졌다. 강원도 고성군 기상청 향로봉 측정소에는 측정 한계치를 넘을 정도로 기록적인 눈이 내려 쌓였다.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향로봉 측정소는 21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적설 146.4㎝를 기록한 뒤 더는 측정이 불가한 상태다. 강원 지역에는 22일에도 대설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폭설이 쏟아졌다. 기상청 관측정책과 관계자는 “향로봉 적설계 높이는 160㎝인데, 눈이 그 이상으로 쌓이면서 더 이상 기록 제공이 어려운 상황이다. 눈이 너무 많이 쌓였기 때문에 지금 기상청 인력이 적설계에 접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적설계 넘겨 눈 쌓인 건 처음”
평창 등 강원도 다른 지역에서도 50㎝ 이상 눈이 내려 쌓인 곳이 속출했다. 강릉시 왕산면(112.4cm) 등 일부 산지는 1m를 넘겼다. 이로 인해 강원도 대관령면 선자령에서는 등산객이 고립되는 사고도 있었다. 강원소방본부는 선자령 정상에 고립된 3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서울도 22일 오전에 누적 적설 13.8㎝를 기록하는 등 많은 눈이 내렸다. 22일 하루 동안 내려 쌓인 눈은 8.6㎝로 2월 하순 기준으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경기 과천(16.2㎝), 충북 음성(8.1㎝) 등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늦겨울 기준으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2월 눈·비, 기후변화 탓 3.6배 많았다
봄의 문턱을 넘어가는 2월 말에 이처럼 많은 눈이 내린 이유는 기후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온난화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늦겨울인 2월에 평년보다 많은 수증기가 한반도에 유입됐기 때문이다. 민간 기상업체인 케이웨더에 따르면 올해 2월 1~21일 서울에 내린 눈과 비의 양은 강수량 기준으로 61.4㎜인데, 이는 2월 1~21일 평년 기록인 16.8㎜의 3.6배 수준이다. 강수량이 많은 가운데 기온이 내려가면 눈으로,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면 비로 내리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2월 내내 장마처럼 눈과 비가 반복됐다. 이는 기후변화로 해수온도가 높아진 데다 저기압이 계속 한반도를 지나가는 기압계 상태가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 센터장은 또 “특히 동해의 경우 해수온도가 평년보다 2도 높아, 동풍이 불면 강원도에 더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원 영동 지역 폭설 내일도 계속 될 듯
기상청은 23일에도 동풍이 불면서 강원과 경상북도 북부 동해안 지역은 눈이 계속 내릴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22~23일 강원 산지와 동해안 지역의 예상 적설은 10㎝, 많은 곳은 15㎝다. 경북 북동 산지와 경북 북부 동해안도 5~10㎝, 경남 서부 지리산 부근도 2~7㎝의 눈이 예상된다. 그 밖에 경북 서부 내륙과 경남 서부 내륙은 1~5㎝, 경북 남부 동해안 1~3㎝, 제주도 2~7㎝ 적설이 예보됐다.
22일 늦은 오후까지 곳곳에 눈발이 휘날리던 서울 등 중부 지역은 23일 눈이 대부분 그칠 전망이다. 하지만, 기온이 전날보다 2~4도가량 내려가며 출근길 도로 살얼음을 조심해야 한다. 23일 서울은 최저 기온 -2도, 수도권은 -6~-1도로 나타날 전망이다. 충청권도 -4~1도로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원 지역은 최저 -9~-1도로 23일 오전까지 많은 눈이 쌓일 것으로 예상돼 추가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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