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새로운 비만치료법 등장

- 나노입자를 주입해 소장 내 지방 합성 효소를 통제하는 방법
- 새로운 나노요법, 기존 치료법들과는 어떤 점에서 다른가?

소장에서 지방 흡수를 줄임으로써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공개됐다. 중국 퉁지 대학 연구팀은 소화기 질환 관련 국제 학술대회인 UEG Week 2024에서 음식 섭취로 인한 비만 예방에 관한 새로운 접근법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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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에서의 지방 흡수 과정

음식에 포함된 지방 성분은 위에서 한 차례 부드럽게 하는 과정을 거친 뒤 소장으로 이동한다. 이때 간에서 생성된 담즙산이 분비돼 지방을 잘게 쪼개고, 지방 분해 효소인 리파아제에 의해 트리글리세리드가 ‘지방산’과 ‘모노글리세리드’로 분해된다. 지방산과 모노글리세리드는 담즙산과 결합해 수용성인 ‘미셀’ 상태가 되고, 소장 내벽을 넘어 흡수된다.

소장에 흡수된 후 이들은 세포 내에서 다시 트리글리세리드로 합성된다. 이는 지방이 체내에 저장되는 주요 형태로, 흔히 ‘유산소 운동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쓴다’라고 할 때 사용되는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트리글리세리드 합성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SOAT2 효소다. 이는 지방 대사 및 저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트리글리세리드 합성을 통제하다

퉁지 대학 연구팀은 이 SOAT2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소장에서의 지방 흡수를 줄이는 접근법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나노입자를 사용한 시스템을 개발해, 미세한 ‘간섭 RNA(siRNA)’를 소장으로 직접 전달하게끔 했다.

소장에 전달된 siRNA는 SOAT2 효소의 발현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했다. 즉, 트리글리세리드 합성을 줄여 지방을 덜 흡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동물실험 결과, 나노입자 요법을 받은 동물은 고지방 식단을 섭취했음에도 지방을 덜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퉁지 대학 상하이 동부병원 담석질환 센터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웬타오 샤오는 주 연구자로서 “비침습적이고 독성이 낮기 때문에,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비만 치료법의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방 섭취를 줄이라’는 기존의 전략은 환자가 직접 실천해야 하지만, 나노입자 요법은 체내 지방 흡수과정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비만치료법과는 어떻게 다른가?

기존의 비만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생활습관의 개선, 다른 하나는 약물 치료다. 식이요법을 비롯한 생활습관의 개선은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기에 안전성이 높지만, 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한, 환자의 적극적인 의지가 뒷받침돼야 가능한 방법이다. 즉, 개인의 생활 패턴, 심리적 요인 등 의료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많아 정밀한 관리에 한계가 있다.

약물을 활용하는 치료법의 경우, 식욕을 관장하는 호르몬을 억제하거나 소화 과정에서 지방 분해를 방해하는 식으로 작용한다.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GLP-1 약물의 경우, 식욕을 감소시키고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작용으로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 본래 당뇨 치료제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후 혈당수치를 안정화시키는 목적이지만, 비만치료제로도 사용된다.

현존하는 약물 치료는 이처럼 식욕을 줄여 아예 덜 먹게 하거나, 섭취한 지방의 흡수를 감소시키는 원리다. 다만, 이러한 방식은 개인의 건강 및 대사 상태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약물로 인한 부작용 및 내성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비해 퉁지 대학이 발표한 나노입자 요법은 소장 내 SOAT2 효소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방식이다. 한정된 영역에만 작용하고 지방 흡수를 직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때문에 기존의 비만치료법과 비교하면 보다 효과적일 거라 기대해볼 수 있다.

장기적 효과 및 안전성 연구 필요

SOAT2 효소는 소장 뿐만 아니라 간에도 존재한다. 과거 진행됐던 연구에 따르면, 간의 SOAT2 발현을 차단하면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하지만 소장에서의 SOAT2 억제는 지방간질환의 위험 없이 비만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가능성’의 측면으로만 보는 것이 타당하다. SOAT2 억제로 인해 트리글리세리드 합성이 줄어들면, 체내에서 필요로 하는 필수 지방산의 부족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은 지방산이 제대로 저장되지 않거나 에너지원으로 소모되지 않음으로써 대사 불균형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

즉, 퉁지 대학의 나노입자 요법은 장기적으로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추가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연구팀은 향후 나노입자 요법을 보다 큰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시험할 예정이다. 이후 임상시험을 통해 인간에 대한 효과 및 안전성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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