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교사가 '독도'를 정답 처리한 이유

박은영 2026. 4. 1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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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의 일본 앞담화] '독도'를 아이들에게 자국 영토로 가르치고 있는 일본 ①

[박은영 기자]

"지금 통화 괜찮아?"

일본에 있는 한국인 지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고민거리가 있다기에 들어보니, 중학생 딸이 교우 관계 문제로 학교 가기를 싫어한단다.

"무슨 일 있었어?"
"그게... 독도 때문에."

사정은 이랬다. 사회과 수업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고,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라는 내용을 다뤘다. 수업이 끝나고 같은 반 아이 몇이 "너희 나라는 왜 그래?"라며 시비를 걸어와 가벼운 언쟁이 있었고, 이후 딸이 등교를 거부한다는 이야기였다.

지인은 학교를 옮겨야 할지 고민이라며,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 아래와 같은 편지를 써서 학교 측에 보냈다고 말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런 발언을 들어야 하는 것은 차별이며, 독도가 분쟁 지역이라면 한국 측 주장도 가르치는 게 균형 잡힌 교육이라 생각한다. 외국인 재학생들의 입장도 배려해 달라."

나는 "학교 측에서 답이 오면 알려달라"라고 말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 길로 아이 방에 들어가, 책장에 꽂힌 사회과 교과서를 펼쳐봤다. 아니나 다를까. '독도'가 '다케시마'로 표기돼 일본 전도에 수록되어 있었다.

요즘 일본 아이들이 '독도'에 대해 잘 아는 까닭
 독도가 '다케시마'라는 이름으로 일본 영토로 표기된 지도(검은 원 부분)
ⓒ 박은영
일본 아이들이 '독도'에 대해 처음 배우는 것은 초등 5학년 사회과 수업이다. 영토 문제를 다루는 단원에서 러시아와 분쟁 중인 쿠릴 열도(혹은 북방 영토), 중국과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함께 한국과 '분쟁' 중이라 주장하는 '독도'가 등장한다.

교과서와 담당 교사에 따라 표현의 차이는 있겠지만, 중학교에 진학하면 한국이 독도를 '불법적'으로 점거 중이라는 것이 강조된다. "일본은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인 해결을 추구하지만 한국이 응하지 않고 있다"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당장 내년이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첫째부터, 엄마의 나라 한국이 일본 땅을 불법 점거 중이라 배우게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이 수업을 듣게 될까? 또한 아이 엄마가 한국인인 것을 아는 친구들은 어떤 눈으로 아이를 바라볼까?

지금까지 지인들을 통해 독도에 얽힌 이야기를 듣기만 했지, 정작 나와 내 가족의 문제로 고민한 적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번 기회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독도'에 대해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일본인 남편에게 물었다.

"학교 다닐 때 독도에 대해 배웠어?"
"전혀."

남편이 독도를 인식한 것은 2005년 '다케시마의 날'이 제정되었을 때라 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기억은 없단다. 심지어 남편은 일본이 독도를 편입했다 주장하는 시마네현 출신임에도 말이다.

"정치가나 활동가들 말고 일반인들은 독도에 관심도 없을 걸?"

그러면서 남편은 일본인은 정치와 종교 문제와는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하긴 내 주변만 해도 독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여럿 있으니, 남편 말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의 관심 여부와는 관계없이 독도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주장은 해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교육이다.

지난 2008년 문부과학성이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해 독도는 일본 영토이고,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라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후 제작되는 대부분의 교과서는 해당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지금 30대 이하의 일본 젊은이들이 윗세대보다 '독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이토 교수의 소신
 2011년 KBS 역사스페셜 <독도는 조선의 영토다>에 출현한 나이토 세이추 교수
ⓒ 유튜브 화면 캡쳐
교과서 말고도 독도와 관련된 일본의 대부분의 출판물들은, 일본 정부와 목소리를 같이 한다. 실제로 집 근처 도서관에서 독도를 주제로 한 책을 찾아봤다. 학술서, 소설,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서적이 있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일본 정부의 주장을 지지하거나, 심화시키고 있었다.

이 가운데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는 책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사적(史的) 검증 다케시마, 독도>라는 책으로, 이미 <한일 전문가가 본 독도>(다다미디어, 2006)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도 출판된 바 있다. 해당 서적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비판하며 관련 사료(史料)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이 일본 내에서 화제를 모은 이유가 있다. 출판사가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이기 때문이다. 이와나미쇼텐은 1913년 설립된 일본의 대표적인 출판사로, 일본의 지성과 양심을 대표하는 존재다. 그런 이와나미가 '독도'를 주제로 한 책, 그것도 정부와 상반되는 주장을 담은 책을 출판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독자들에게 정부의 주장을 맹종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저자는 나이토 세이추(内藤正中)라는 인물이다. 그는 독도가 편입되어 있는 시마네대학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은 역사학자다. 나이토 교수는 시마네 근방의 향토 자료관에서 발견한 독도에 관한 사료가 일본 정부의 주장과 다른 것을 알고 독도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는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며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입장을 줄곧 견지하다 지난 2012년 생을 마감했다.

나이토 교수가 이 책을 출판한 것은 2007년 4월이었다. 다케시마의 날이 지정된 후 일본 내에서 독도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고, 제1차 아베 내각이 출범해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독도는 한국 땅"이라 목소리를 내기에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한국 아이들의 용기와 양심적인 일본인들
 독도.
ⓒ 경상북도
나이토 교수의 소신 있는 발언은 일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나는 일본 거주 중인 한국인들이 겪은 또 다른 '독도 일화'들을 떠올렸다. 사립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한국 아이가 시험 문제에 '다케시마' 대신 한국어로 '독도'라고 적어 제출했다. 그런데 일본인 교사가 이 답안을 정답 처리했다. 학생이 교사에게 연유를 물으니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일본에선 이걸 다케시마라고 하지만, 너에게는 독도가 맞아."

한국어를 모르는 교사는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답안을 확인하고, 빨간 펜으로 크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는 "역사의 해석은 항상 어려운 문제이고, 상대방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해"라며 학생의 작은 용기에 힘을 실어 줬다.

그뿐이랴. 어느 고령의 일본인 여교사가 "독도는 한국 땅이고, 역사에 관해서는 일본이 잘못한 게 많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 '일본해'를 '동해'로 적은 한국 아이의 답안을 정답 처리 한 교사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이같이 양심 있는 일본인들이 존재하는 배경에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진실을 알리겠다는 나이토 교수같은 이들의 노력이 녹아있음이 분명했다.

동시에 미움 받고 소외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독도는 한국 땅"이라 말하는, 일본에 있는 한국 아이들의 작은, 아니 큰 용기가 나를 부끄럽게 했다. 오랜 시간 일본에 살면서도 나는 독도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목소리를 내지도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자, 나는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마침 4월 초 봄방학에 아이들과 함께 남편 고향인 시마네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번에는 10년 넘게 시마네를 다니면서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번에 할머니 집에 갈 때는 특별한 장소에 방문하게 될 것"이라 예고하고, 여행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이제 일본 속 '독도'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한 영상: KBS 역사스페셜 -독도는 조선의 영토다, 안용복에서 대한제국 칙령 제41호까지(2011.5.5) 참고한 기사: 오마이뉴스 "김영근 교수의 안전혁명" 29화 <한일갈등의 문법, 이제는 바꿔야 한다> (2026.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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