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라는 거야? 서라는 거야?…'묘한 중독' 이 의자, 왜 만들었나 보니

임주형 2024. 9. 1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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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디자인된 기묘한 형상의 의자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의자를 디자인한 업체는 일본 구인 구직 플랫폼인 '마이 네비바이트'.

기획자는 "지금 당장 서비스 종사자에게 '앉는 문화'를 허가한다고 해도, 손님의 눈치가 있으니 계속 서서 업무를 보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그래서 앉아 있는 자세도 아니고 선 자세도 아닌 상태를 만들어주는 의자를 디자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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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일하는 알바생이 눈치 안 보게
日 아르바이트 기업, 직접 디자인해

일본에서 디자인된 기묘한 형상의 의자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의자의 조형은 매우 단순하다. 두 개의 다리 위에 상판이 올려진 게 전부다.

일본 마이 네비바이트가 디자인한 '앉아 있어 프로젝트' 의자. [이미지출처=마이 네비바이트]

하지만 잘 살펴보면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눈에 띈다. 의자가 사람의 앉은 자세 키보다 더 높게 디자인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의자에 앉으면 '앉은 자세도 선 자세도 아닌' 비스듬히 기댄 포즈를 취하게 된다. 왜 이런 의자가 만들어진 걸까.

이상한 자세 취하게 하는 의자, 굳이 왜 만들었을까

'앉은 자세도 선 자세도 아닌' 자세를 하게 만드는 의자는 얼핏 보기에 모순적으로 보인다. 이 의자에 앉은 사람이 그다지 편해 보일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이 의자는 최근 일본에서 공개된 뒤로 수많은 매체와 누리꾼의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의자를 디자인한 업체는 일본 구인 구직 플랫폼인 '마이 네비바이트'. 한국의 '알바천국'이나 '당근'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알바 찾기 애플리케이션(앱)이다. 해당 플랫폼이 직접 주문했다는 의자는 일명 '앉아 있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네비바이트 의자에 앉으면 이런 비스듬한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미지출처=유튜브 캡처]

편의점이나 약국, 음식점 등 대면 서비스직 종사자는 서서 접객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아무리 서비스직에 대한 소비자의 시선이 관대해졌다고 해도 이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또 종업원 스스로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하는 시간 내내 서서 접객을 보기도 한다. 네비바이트는 이런 현실적 한계와 타협하면서, 서비스업 노동자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형태로 이 의자를 고안했다고 한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비스듬히 기댄 듯한 자세를 만들어 주기에 계산대 너머의 사람이 보기에 종업원은 마치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종업원은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일일이 서서 대응할 필요 없다. 무릎 관절이 불편한 고령 알바생들에게는 오히려 훨씬 편안한 의자인 셈이다.

"당장 앉는 문화 만들어도…눈치 때문에 서서 업무 볼 것"

네비바이트는 '앉아 있어 프로젝트' 의자를 통해 "노동의 가능성을 넓히고 싶다"는 취지를 전했다. 의자 기획자는 지난 5월 한 일본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진행자가 '이런 의자를 만든 의도가 뭐냐'고 묻자, 기획자는 "의자가 근로자의 신체적, 심리적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한 것"이라며 "현장의 긍정적인 목소리를 들으면 사업장에 의자를 배치하지 않은 기업도 도입하게 될 거라고 본다"고 전했다.

네비바이트 의자는 '종업원이 손님 눈치를 안 보게'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둬서 디자인됐다. [이미지출처=네비바이트 홈페이지]

일본 대면 서비스직에 '앉는 문화'를 도입하기 위해 기획자는 해당 의자에 세 가지 기능성을 부여했다. 첫 번째로 '서거나 앉는 자세가 편할 것', 두 번째는 '가볍고 수납하기 쉬울 것', 그리고 마지막이자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손님이 보기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기획자는 "지금 당장 서비스 종사자에게 '앉는 문화'를 허가한다고 해도, 손님의 눈치가 있으니 계속 서서 업무를 보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그래서 앉아 있는 자세도 아니고 선 자세도 아닌 상태를 만들어주는 의자를 디자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앞으로 일본에서 근로자가 편하게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 정도는 바뀌어도 괜찮다'는 시선을 갖게 하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다. 최대한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모일수록 기업 입장에서도 움직이기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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