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목련이 봄바람에 흔들릴 때면 누군가는 첫사랑을 떠올린다. 하지만 태안 천리포수목원에서는 그 이상의 풍경이 펼쳐진다.
백목련 하나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려 86종 900여 개 분류군의 목련이 수목원 전체를 물들인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목련 축제'를 여는 곳, 바로 이곳이다.
꽃구경 이상의 경험을 선사하는 천리포수목원의 봄은 단지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태안 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의 시작은 곧 목련의 이야기다. 이곳을 만든 고(故) 민병갈 박사는 1970년부터 수목원 조성을 시작하며 가장 공들였던 식물이 바로 목련이었다.
‘나무들의 피난처’를 꿈꾸며 30여 년간 식물을 연구하고 가꾼 그의 손길이 닿은 천리포수목원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식물 연대기다.
박사는 목련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희귀한 품종을 모으고 키워냈고, 그 결과 오늘날 이 수목원은 목련의 보고로 불린다.
특히 수목원의 중심 공간인 '밀러 가든'은 박사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다.
2009년 일반에 개방된 이곳에서는 목련만 해도 40여 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민 박사의 삶이 녹아든 다양한 식물과 경관이 방문객을 반긴다.
천리포수목원의 진가는 목련 축제 기간에 더욱 빛난다. 매년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열리는 이 축제는 단순한 꽃 구경을 넘어, 수목원의 숨겨진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중 하나가 '목련정원'. 평소에는 일반에 개방되지 않는 이 공간은, 가드너 해설 프로그램에 예약한 사람들에게만 특별히 문을 연다.
목련정원은 이름만큼이나 환상적이다. 불칸, 빅 버사, 로부스타 같은 화려한 목련 품종이 노란 수선화와 어우러지며 '천상의 정원'이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다.
또 다른 비공개 구역인 산정목련원은 민 박사가 생전 머물던 한옥과 함께, 희귀한 동백꽃까지 감상할 수 있어 수목원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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