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신약 가치 인정해야 환자에게 혜택… R&D 재투자로 선순환 생태계 구축"
매년 20% 이상 신약 연구 개발에 투자
한국은 글로벌 신약 연구에 선두주자
담도암 치료제 개발, 국내 연구자 아이디어
한국의 신약 가격은 OECD 평균의 40%
신약 보험 급여 승인은 2~3년 더 걸려
정부, 신약 가치 인정해야 제약 산업 선순환
"아스트라제네카는 매년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고 있습니다. 투자를 통해 이미 많은 신약이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도 여러 치료 분야에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크리스티안 마사체치(Cristian Massacesi) 최고 의학 책임자이자 종양학 최고 개발 책임자의 말이다. 그는 한국 아스트라제네카 임직원과 연구진들을 만나 신약 연구 개발 프로젝트 진척 사항과 성과 등을 점검하기 위해 방한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비소세포 폐암 생존율을 크게 높인 EGFR 관련 치료제를 최초로 개발했고,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 담도암 치료제 '임핀지' 개발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이다. 마사체치는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종양학, 바이오 의약품, 희귀질환 분야에서 20개의 신약을 추가로 승인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국은 신약 연구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임상연구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 2020년에는 한국에서 90여 개의 임상연구가 진행됐으나 2023년에는 170여 개로 증가했다.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 수도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현재 900명 이상의 새로운 환자들이 임상연구에 등록된 상황이며, 과거부터 진행된 연구들을 포함하면 총 2300명 이상의 환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연구에 참여해 신약을 투여 받을 기회를 얻었다. 전국적으로 230개 이상의 병원과 500명 이상의 임상연구자들이 현재 아스트라제네카가 진행하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의 상당 부분을 한국 임상연구에 재투자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24년 말 기준 한국 임상연구에 약 6000만 달러(약 811억 원)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는 한국의 임상연구 인프라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연구자의 지식 수준이 높고 피험자 모집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임상연구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품질 역시 뛰어나다. 한국의 임상연구 기관들은 미국, 프랑스, 스페인, 호주와 같은 주요 선진국과 견줄 만큼 신약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담도암 치료제 '더발루맙' 적응증 확대에 기여했다?
담도암 치료제인 '더발루맙'의 사례는 한국이 글로벌 신약 개발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더발루맙의 담도암 적응증(약효를 볼 수 있다고 판단되는 질환)은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오도연 교수가 제시한 아이디어 덕분에 글로벌 임상연구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있었고, 성공적인 임상 결과 덕분에 담도암 치료제로 승인 받을 수 있었다. 담도암 치료제는 20여 년 동안 새롭게 개발되지 않았는데, 기존 항암 화학요법에 더해 더발루맙 같은 면역 요법이 개발됨으로써 생존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 임상연구를 통해 얻은 과학적 성과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는 매우 감사히 여기고 있다. 다만 한국 정부나 규제 당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신약의 가치를 더 잘 인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에서 시행하는 글로벌 임상 연구가 가져오는 혜택은?
한국에서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환자 수가 늘어날수록, 해당 연구 기간 동안 환자들이 받는 치료·진료·돌봄 등에 필요한 비용을 아스트라제네카가 연구비로 지원하기 때문에, 한국의 보건의료비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 환자는 신약을 미리 투여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임상연구 수행을 위한 병원의 인프라와 장비를 개선하는 데에도 지원을 하며, 연구자 입장에서도 글로벌 임상에 참여하고, 국제 학회에 연구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학자로서 명성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임상연구 종료 후 정부의 신약 허가나 보험 급여 승인이 이루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한국 환자들은 다른 국가 환자들에 비해 신약 혜택을 빨리 보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고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는 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신약 가치 인정으로 '선순환'을 만든다?
혁신 신약 개발에 대한 기업의 노력이 적절하게 평가받게 되면 결국 하나의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특정 국가에서 많은 임상연구 개발 투자가 이뤄지면, 그 나라의 임상연구 역량 향상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 그 결과가 추후 해당 신약이 출시될 때 약가나 급여 승인에서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면, 이를 통해 창출된 수익이 다시 해당 국가의 R&D 투자로 이어지면서 선순환이 형성되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치료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치료제 개발 주력하고 있다?
암, 심혈관 질환, 희귀질환 등의 질환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하나의 기전이나 단일 약물만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졌고, 병용 요법과 같은 다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해지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정밀의학에 중점을 두고, 특정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바이오마커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항암제를 개발할 때 바이오마커를 통해 그 약물이 가장 효과적일 환자 그룹을 찾아내고, 필요한 경우 병용요법을 적용하는 등 최상의 치료 결과를 얻는 접근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암 같은 질환은 약제 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기전을 동시에 활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항체 약물 접합체 'ADC' 등 항암제 발전이 두드러진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항암 화학 요법과 방사선 요법 외에도 새로운 치료를 추구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항체 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s·ADC)'이다. ADC는 특정 암세포를 공격하는 항체에 항암 약물을 붙인 것으로, 이 방식은 타깃 암에만 보다 정확하게 약물이 투여될 수 있게 해준다. 이 외에도 방사선 접합체(Radioconjugates·RC) 방식을 통해 방사선 요법을 더욱 표적화해 사용할 수 있다.
또 면역 체계의 기능을 높여 암을 치료하는 차세대 면역 요법제도 개발 중이다. 체내의 T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세포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R&D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한국에서 글로벌 신약에 대한 가치 인정은 다소 인색하다. 한국의 신약 가격은 OECD 평균의 약 40%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다. 한국에서 보험 급여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2~3년 더 소요된다. 이미 대만, 태국, 베트남과 같은 국가들은 자국에서 시행하는 글로벌 신약 임상연구의 가치를 인식하고 더 많은 유치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의 사례를 들면, 글로벌 신약 임상연구를 대만에서 진행하거나, 일정 인원 이상의 환자들이 임상연구에 참여하게 되면 향후 약가 논의 때 10% 추가 가산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가 있다. 단순하지만 현명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이 제도는 신약 개발 회사들이 대만에 투자할 수 있게 해주며, 이 덕분에 대만 환자들은 다른 국가보다 더 빠르게 최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신약 가치 인정을 위해 한국 정부에 바라는 것은?
약가를 설정할 때 임상적 가치를 고려해주길 바란다.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했을 때, 그 치료제가 지금까지 없었던 약이라면 더욱 가치가 높다. 또한 신약이 기존 약물에 비해 치료 결과를 얼마나 좋게 하는지, 환자들의 경험 역시 신약 가치에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한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 연구 계획은?
아스트라제네카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한국과 더 많은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재투자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 동시에 한국의 임상연구 역량 개발과 인재 양성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한국 환자들이 새로운 혁신 신약에 더 빨리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기업 혼자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연구자, 의학계, 규제기관, 특히 정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신약이 절실한 환자들이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팀워크를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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