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연일 로켓 공습…이스라엘, 레바논 지상 침공하나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가자 전쟁 이후 최대 규모 교전을 주고받으며 중동 내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자 미국 등에선 이스라엘이 레바논 지상 침공까지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을 지원해온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이슬람 국가들에게 “악성 종양을 제거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하이파,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 받아
22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향해 100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했다. 헤즈볼라는 앞서 이스라엘 라맛 다비드 공군기지 등을 향해 미사일을 쐈다고 밝혔으나, 로켓 일부는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 인근에 떨어졌다. 건물이 파손되고 불이 붙었지만 심각한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북부 곳곳엔 공습경보가 울렸다.
앞서 20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 140발을 쐈고, 21일에도 로켓 90발을 발사해 이스라엘 북부도시 사페드 곳곳에 화재가 발생했다. 양측 교전은 지난해 10월 헤즈볼라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연대하겠다며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인 이라크이슬람저항군(IRI)도 이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모두 요격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은 2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을 공습해 헤즈볼라의 최정예 부대 라드완을 이끌던 이브라힘 아킬과 아메드 와흐비 등 주요 지휘관 10여 명을 제거했다.
특히 아킬은 지난 7월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으로 사망한 푸아드 슈크르에 이어 군 서열 2위 지휘관으로 불려온 인물로, 300여 명이 숨진 1983년 베이루트 미 대사관·해병대 막사 폭탄 테러 등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이 700만 달러(94억원)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94억 현상금 걸린 헤즈볼라 지휘관 “갈릴리 점령계획”
아킬은 17일 무선호출기(삐삐) 폭발로 부상을 입었다가 병원에서 퇴원한 다음 날 다른 지휘관들을 만나다 미사일 공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아킬이 이스라엘에 침투해 민간인을 살해하는 ‘갈릴리 점령 계획’을 짜고 있었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1일 아킬의 사망에 대해 “언제든 미국인들을 살해한 테러리스트에게 정의가 구현되는 것은 좋은 결과라고 우리는 믿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이후에도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대 등 수천 곳을 표적 삼아 레바논 남부를 대규모로 공습했다. 레바논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20일 베이루트 공습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38명이 숨지고 60여 명이 다쳤다. 앞서 17~18일 삐삐·무전기 폭발로는 70명이 숨지고 3000여 명이 다쳤다.
“최후통첩…헤즈볼라 국경 떠나거나 전쟁 나서라”
이처럼 충돌이 격화하면서 서방에선 이스라엘이 레바논 지상 침공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미군 고위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곧 레바논에서 지상전을 시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게 군사 및 정보 우위로 암시적인 최후 통첩을 보내고 있다.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철수하거나 전쟁에 나서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앞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이 표현이 이스라엘의 계획에 지상 침공이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2006년부터 있었던, 큰 전쟁을 억제하자는 한계선을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지난주 넘었다면서다. 리나 카팁 채텀 하우스 부연구원은 “18년간의 상호 억지력이 이스라엘 측의 새로운 일방적 우월 국면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레바논 지상전이 발발할 경우 전황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 NYT는 “자신들의 영역에서 싸우는 것은 헤즈볼라에게 이점을 줄 수 있다”며 “이스라엘은 국경이 폐쇄된 가자지구에서 11개월 동안 하마스를 물리치지 못했는데 헤즈볼라는 보다 정교한 세력이고 레바논의 개방된 국경을 활용해 재무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항공모함 트루먼호 중동 보내기로
이처럼 전면전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은 이날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에게 현지를 떠날 것을 권고하는 한편 확전을 막기 위한 노력도 이어갔다.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브렛 맥거크 백악관 중동 고문, 아모스 호크스틴 백악관 선임고문은 20~21일 이스라엘 측과 여러 차례 통화하며 “우리는 외교적 해결의 길을 열어두고 싶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그런 길을 막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는 또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호가 23일 중동으로 향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현재 중동에서 임무를 수행중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더해서다.
하메네이 “이스라엘, 어린이에 분노 표출”
한편 헤즈볼라를 오랫동안 지원해온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21일 국영TV로 방영된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서안 지구, 레바논, 시리아에서 다양한 ‘부끄러운 범죄’를 숨기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전사들을 해치지 못하자 어린아이들과 병원, 학교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며 이슬람 국가들에게 “(이스라엘과의) 경제 관계를 완전히 끊고, 정치적 관계를 약화하라. 이러한 내면의 힘은 팔레스타인 이슬람 공동체의 중심에서 시온주의 정권, 즉 악성 종양을 제거하고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배와 강압적인 간섭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레바논에서 삐삐 폭발 등으로 어린이들을 포함해 3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후 처음 나온 발언이다. 이란은 이날 이라크전 발발 44주년을 맞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벌여 자하드 탄도미사일과 샤헤드-136B 드론 등 최신 무기를 공개했다. 이란군과 혁명수비대는 같은 날 이란 남부 해역에서 대규모 합동 해군 훈련도 실시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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