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 전두환 청와대로 신장개업(新裝開業)했나? [정기수 칼럼]

데스크 2024. 9. 2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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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 뒤 TV용 영상은 없고 선별 사진만 달랑….
“한동훈 속 좁고 교활하다” 말한 간신까지 나와
독대 요청 공개 시비 한심, 국민 무시하나?
韓, 잔 펀치로 고립 자처 말고 국민과 함께 장기전 펴라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진종오 최고위원,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서범수 사무총장, 김민전 최고위원, 장동혁 최고위원, 한동훈 대표, 윤 대통령,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인요한 최고위원, 김종혁 최고위원, 홍철호 정무수석. 뒷줄 왼쪽부터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국민의힘 한지아 수석대변인, 정희용 원내대표 비서실장, 곽규택 수석대변인,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전광삼 시민사회수석, 유혜미 저출생대응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 대통령실

대통령 윤석열과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이 40년 전의 전두환 청와대로 신장개업(新裝開業)한 것 같다.

잘 풀리는 일은 거의 없이 막히고 꼬이기만 해서 나라를 걱정하고 정부가 잘하기를 바라는 국민 마음이 착잡하다. 그런데, 그 답답한 마음에 놀라움과 실망까지 얹어 주고 있다.

한동훈의 의대 증원 유예 의견에 윤석열이 예정일 직전 반(半) 취소 반 연기해 두 달 만에 열린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 모임이 TV 영상 없이 사진만 보도됐다.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그 행사가 북한에서 비밀리에 열린 것이었나?

어처구니없는 기획이다. 혹시나 윤-한 두 사람이 오랜만에 파안대소하며 악수하고 포옹이라도 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던 지지자들에게 대통령실이 찍은 정적인 사진들만 나왔다. 지지자 모독이고 국민 모독이다.

사진들은 하나같이 한동훈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본인이 그렇게 물러서서 있었는지 각도가 그런 것들만 골랐는지는 모르겠으나) 찍힌 것이었다. 친윤 원내 리더 추경호와 비서실장 정진석이 집권 여당 대표보다 더 주인공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전두환 청와대보다 심한 언론 통제다. 윤석열과 대통령실은 매체들이 자유롭게 찍은 것을 싣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구도와 표정이 국민 독자들에게 보여지기를 원했다.

절망적이다. 윤석열은 자기가 한동훈을 무시하고 증오하는 모습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다. 대통령실의 이번 사진 배분은 그걸 오히려 과시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과 한동훈의 관계, 따라서 대한민국 수뇌부의 ‘꼬락서니’가 이렇게 심각하다. 이게 다 윤석열의 마음 씀씀이에서 비롯되고 있는 문제다.

올해 나라의 세손(稅損)이 30조에 달한다고 당국이 고백했다. 적자 살림살이다. 보수 정부는 건전하고 탄탄하게 운영한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세금은 덜 걷으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많이 쓴 탓이 크다.

거기에 반도체 등 국가 중요 산업체들에서 들어오는 법인세 수입이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의료 대란 같은 개혁 정책 실패(또는 진통)에 따른 ‘돈으로 막기’ 대책도 나라 곳간에 압박을 주고 있다.

이런 판에 대통령과 참모들이 여당 지도부와 상견례(두 달 후에?)를 하고 소고기, 돼지고기 나오는 밥이나 먹었다. 대통령실이 언론에 (받아쓰라고) 전한 대통령의 한마디는 “우리 한 대표가 좋아하는 고기를 많이 차렸다”라는 것이었다.

언젠가부터 그의 말은 감흥을 별로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각색해서 중계한 이 말은 역대 최고로 울림이 없는, 달나라 대사였다.

한동훈이 제로 콜라를 마신다는 얘기는 들어 봤어도 고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다. 설령 좋아한다고 해도 행사 성격에 전혀 맞지 않기도 하거니와 의미도 없는 너스레다.

기자들이 만찬 다음날 한동훈에게 성과를 물었다.

“만찬 성과는 저녁을 먹은 것이다.”

즉흥적인 말 받아치기나 답변 솜씨 하나는 타고난 사람이다. 현재 국내 상황이나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이 있은 데 비해 무의미하고 한가한 식사 모임으로 끝났다는 말을 이 짧은 한 문장으로 축약했다.

그와 용대관(이준석식으로 말해서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들 사이에 벌어진 독대 공개 요청 시비는 국민을 무시하는 자기들끼리의 감정싸움 작태였다. 공개를 트집 잡는 참모들이나 굳이 그걸 언론에 공개한 한동훈 모두 꼴사납다는 양비론이 언론의 다수 시각이다.

하지만 이 논란에 대한 판정은 조금도 어려운 것이 없다. 윤석열이 독대하기 싫은 게 절대적인 이유다. 그걸 놔두고 “모퉁이에서라도 했으면 할 수 있었다”라거나 “전화로 요청하면 될 일이다”라고 하는 건 부질없는 남 탓 찾기다.

“한 대표가 면담 요청을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대통령과 산책하면서 할 수도 있었다. 참으로 속 좁고 교활하다.”

용와대(용산 청와대) 비서들이 이 지경으로 간신(奸臣)들이 되어가고 있다. 충격적이다. 대통령이 속 좁은 사람으로 언론과 국민에게 비치고 있으니 역으로 한동훈에게 그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적반하장이라니….

윤석열은 의료 대란이나 김건희 의혹 문제가 더 큰 사태로 변해 갑자기 생각을 바꾸게 되지 않는 한 한동훈을 독대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의 입에서 나올 사과나 백지화 얘기를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두 큰 문제가 어떻게 악화하든 말든 체코 원전 같은 세일즈 잘하면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지지율은 세일즈 성과 같은 것엔 미동도 하지 않고 김건희 문제에 요동치는 걸 아직도 모른다.

한동훈은 고집과 자기 확신 심한 지도자에게 독대 구걸 사실을 더 이상 공개할 필요가 없다. 국민이 다 안다. 잔 펀치를 자꾸 날리면 고립만 심화하고 초라해진다.

탈(脫)여의도 정치 실험을 꿋꿋이 해나가되 국민 속으로 들어가 용산을 간접 압박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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