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동혁 대표의 ‘전국 재선거’ 주장, 퇴진 압박 회피용 아닌가

2026. 6. 1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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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일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6·3 지방선거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이번 참정권 박탈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결국 전국 재선거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적 절차와 별개로 선관위가 스스로 이번 지방선거가 무효임을 선언한 뒤 전국에서 재선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거 관리에 총체적 부실이 있었던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과오지만, 그렇다고 전국 재선거를 하자는 제1 야당 대표의 주장이 일반 유권자 상식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국민의 소중한 참정권을 박탈한 헌법기관의 실책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서 국민 앞에 명백히 밝히는 일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전국 재선거와 함께 사전투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선관위 직원들이 사전투표와 개표 관리에 실무적 고충과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한 글을 빌미 삼아 시스템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다른 투표소(사전투표)에서 똑같은 득표수를 기록한 이른바 ‘쌍둥이 득표’ 현상까지 거론하며 이번 선거를 과거의 부정선거론과 연결지으려는 듯한 언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공원 집회의 참정권 보장 외침을 부정선거론과 연결짓는 시도는 공정과 정의를 원하는 유권자를 정면으로 모욕하는 일이다. 참정권 보장을 위해 도입된 사전투표제를 덮어놓고 폐지하자는 주장 또한 무책임하다. 만에 하나라도 장 대표가 분노한 민심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과 사퇴 압박을 회피하려는 저의를 갖고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이번 사태에 부정선거론이나 음모론이 개입하면 무사안일에 빠진 선관위의 탈법과 해이를 발본색원할 수 없다. 객관적인 진상 규명과 법적 절차에 따른 조치가 선행돼야만 참정권 침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합리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당사자 격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당락이 바뀔 위법이 아니면 재선거를 치르지 않도록 정한 선거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표명하고 있다. 지금 제1 야당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부정선거론에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당 안팎의 건설적 의견을 수렴해 선거제도에 대한 신뢰 회복을 돕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주권자인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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