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대 소반' 유일한 장인 떠났다…'100년 공방' 통영의 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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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소반’ 유일한 장인 떠난 빈자리
지난 11일 경남 통영시 도천동 ‘통영 소반장 공방’. 한국 3대 소반(小盤·음식 그릇을 올려놓는 작은 상)으로 꼽히는 ‘통영 소반’을 만들던 작업장이다. 약 8평 규모(26.44㎡)인 공방은 지은 지(1928년) 100년 가까이 됐다. 살림집도 겸해 ‘공방 주택’으로 불린다. 근대기 통영에서 활동하던 전통공예 장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 출입문은 굳게 닫혔고, 벽 너머로 주인 잃은 옷가지와 샤워 타월, 작업용 장갑만이 빨랫줄에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평생 공방을 지키며 통영 소반의 맥을 잇던 유일한 장인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별세한 ‘인간문화재’ 추용호 선생(국가무형유산 소반장 보유자)이다. 향년 74세.
추 선생은 혼자 살던 이 공방에서 눈감았다. ‘며칠째 밤에도 공방에 불이 켜지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공방을 찾은 친인척이 사망한 그를 발견했다. 평소 지병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3대 소반’ 중 하나, 맥 끊기나
추 선생이 숨을 거두면서 통영 소반의 명맥이 끊길 수도 있단 우려가 나온다. 유일한 기능보유자인 그에게 정식 제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 관계자는 “(추 선생에게) 전수 교육을 받았던 2명이 있던 것으로 파악되는데, 정식 이수자는 없었다”며 “전수교육생은 보유자에게 배우는 단계”라며 “전승자는 이수자부터 포함된다”고 말했다.
해주반·나주반과 함께 한국 대표적인 소반인 통영반은 “그 계보가 명확하므로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국가유산청)고 평가받았다. 옛 공구를 활용한 전통적인 제작 기법은 윤기현→추웅동(추을영)→추용호로 이어졌다. 부친 추을영 장인은 자신의 고모부 윤기현 장인(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아버지)한테 기술을 전수 받았고, 아들 추 선생이 이를 계승했다. 통영 공방의 바로 옆에 윤이상 생가(현 윤이상기념공원) 터가 있다.
추 선생을 잘 아는 통영문화유산협회 한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통영 소반 기술을 보존·전승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며 “(추 선생) 생전에 보존회를 만들어 제자 양성, 기술 전수를 했으면 하는 논의도 있었는데,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유족과 상의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추 선생의) 남은 작품을 모아 도식·도면화해 분석하는 등 전승하려고 한다”고 했다.
“전승 노력해야”…사라지는 한국문화 전형
소반은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가구다. 부엌과 방이 분리된 한옥 구조상, 부엌에서 조리한 음식은 마당을 지나 대청마루를 올라 방까지 옮겨야 했다. 이때 소반은 나지막하고 작아 음식을 나르기 쉬웠다. 보통 민가에서 쓰던 소반은 너비가 50㎝ 내외로, 성인 어깨 넓이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양팔에 부담을 주지 않게 설계된 크기였다. 높이도 대개 25~30㎝ 안팎으로 낮았는데, 좌식(坐式) 생활을 하는 온돌방에서 식사하기 편리한 규격이었다. 입식(立式) 생활을 하는 중국이나 서양 가재도구와 다른 특징이다.
소반은 조선 시대에 신분·성별을 막론한 생필품이었다. 유교 이념 영향을 받아 사회규범·신분질서가 엄격, 신분·성별·지위가 다른 사람과는 같은 상에서 음식을 먹지 않는 관습이 있었다. 겸상보다 독상이 주로 사용됐다는 얘기다. 또 처소도 사랑채·안채·행랑채 등 여러 공간으로 구분돼 있었다. 소반은 이처럼 식생활뿐만 아니라 명절 제례와 혼례 등 여러 용도로도 쓰였다.
하지만 소반은 1894년 갑오개혁 이후 불어온 개화 풍조와 함께 줄기 시작했다. 일제 시대에는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먹는 일본식 접는 상이 나타나 소반 수요를 위축시켰다. 가내 수공업으로 만들던 소반은 공장에서 제작한 접는 상을 따라잡지 못했다. 대량 생산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방 이후부터는 서구식 생활 양식이 도입, 식탁과 의자가 급증하면서 소반 명맥도 점차 끊어졌다.
통영=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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