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쩐의 전쟁’, 주주들 행보에 시선 집중

이홍석 2024. 10. 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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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공개매수가 83만원으로 인상...기한 연장
최윤범 회장 측 반격에 대응...주가 8%대 급등
양측의 승패 가를 기관 투자자들의 대응 주목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베인캐피털 연합간 ‘쩐의 전쟁’이 더욱 격화되면서 양측의 승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측이 대항 공개매수에 이은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이들의 승부를 결정지을 주주들의 행보에 더욱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날 오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최소 공개매수 수량 조건 제외에 이어 오후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으로 양측의 쩐의 전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이 날 오후 공개매수신고서 정정 공시를 통해 공개매수가를 주당 83만원으로 추가 인상했다. 당초 공개매수 청약 종료일이었던 이 날 최윤범 회장측이 주당 83만원에 고려아연 자사주를 매입하는 반격에 나서자 다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영풍·MBK측의 청약 종료 마지막날인 이날 고려아연의 주가 흐름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긴 했다.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상회하면 주주들이 청약에 응하지 않으면서 최소 물량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기존 공개 매수 가격을 66만원으로 제시했던 영풍 측은 이를 7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이날 장중 주가가 이를 뛰어 넘으면서 주주들의 참여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공개매수 기한도 4일에서 14일로 연장하고 앞서 공개매수 청약 수량이 발행주식총수의 약 7%를 넘어야 사들이겠다고 한 조건도 삭제했다. 가격뿐만 아니라 조건 모두 최 회장 측이 진행하는 공개매수와 동일하게 조정한 것이다.

최 회장 측은 이 날 개장 전 공시를 통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수량이 목표(지분율 18%)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응모주식을 모두 매수한다고 밝혔다. 전체 응모주식 수가 취득 예정 수량을 초과하는 경우 그 한도 범위 내에서 베인캐피탈과 취득예정주식 수 비율대로 안분해 매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MBK 측은 “불법적인 최윤범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항하고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 바로잡기 위해 한 차례 더 공개매수 가격과 조건을 변경했다”며 “응모 주식을 모두 사들여 최대주주인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의 훼손된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측의 공개 매수 전쟁이 격화되면서 이날 고려아연의 주가는 급등했다. 이날 고려아연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만3000원(8.84%) 상승한 77만6000원에 마감했다.

장 초반 한때 77만40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뒤 다소 진정세를 보이며 75만원선에 움직였지만 MBK·영풍 측의 추가 인상 공시로 주가가 다시 급등하며 79만원선을 돌파(79만1000원)하기도 했다.

양측의 공개매수가격이 동일해지면서 향후 주가 추이와 함께 주주들의 움직임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보다 낮은 공개매수가에 응할리가 없고 기관 투자자들은 응할 경우 저가 매도 논란에 휘말릴 수 있었다.

하지만 양측의 조건이 완전히 동일해지면서 주주들은 자신의 지분을 MBK·영풍 또는 최 회장 측에 넘길 수 있는 상황이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고려아연 공개매수 대상 지분을 보유한 기타주주(48.8%)들 중 97.7%는 기관투자자로 이들의 움직임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영풍 측이 지난 2일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공개 매수하면 자기자본 감소로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등 손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하며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이 공개매수 가격과 조건을 앞다퉈 상향 조정하면서 고려아연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 주가가 양측의 공개매수가인 83만원을 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가처분 인용 가능성 뿐만 아니라 한쪽이 백기를 들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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