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컵스 연달아 잡아낸 일본 명문팀, 새 바람으로일낼까?
때이른 다저스 이적 예측까지 나오는 한신 에이스, 그 이유는?
미일 주목 받는 에이스 보유한 한신, 새 시대 첫 해부터 일낼까?
지난 3월 18일, 19일 열린 2025메이저리그 개막 시리즈를 앞두고 치러졌던 도쿄 시리즈 참가팀 LA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 그리고 일본을 대표하는 명문팀들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스의 평가전 4경기에서 가장 팬들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한신 타이거스가 시카고 컵스에 이어서 메이저리그 디펜딩 챔피언 LA 다저스까지 제압했다는 것이었다.
한신은 지난 시즌 리그 최고령 감독이었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38년 만의 우승을 달성했던 부임 첫 해와는 달리 두 번째 해에는 내부 소통 측면에서 많은 문제들을 일으키면서 성적 측면에서도 부침이 이어진 끝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우승팀 요코하마에게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완패를 당하며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이후 코치 경력조차 없는 구단 레전드 마무리 투수 후지카와 큐지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던 만큼 한신의 첫 시험 무대는 일본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컵스와의 평가전에서 호투한 유망주 몬베츠 케이토의 활약상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이었지만 이번 평가전 2연전 가운데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단연 다저스와 한신의 평가전에서 한신의 선발 투수로 나섰던 사이키 히로토였다.
사이키는 다저스가 팀의 1,2 선발인 스넬과 글래스노를 연이어서 투입하는 데다가 컨디션 난조를 호소했던 베츠를 제외한 다른 모든 선발 타자들이 출전하는 부담감을 느낄법한 상황 속에서도 위력적인 투구를 펼치며 5이닝 1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다저스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의 엄청난 활약을 바탕으로 현재 사이키는 때이른 다저스 이적 예측까지 등장할 정도로 미국과 일본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이키는 지난 시즌 13승 3패 평균자책점 1.83 167.2이닝 137탈삼진 WHIP(이닝당 주자 허용) 1.06이라는 매우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는 등 브레이크 아웃을 이루어내면서 리그 최고 수준의 투수로 도약하는 데에 성공했다.
단순히 평균자책점만 좋았던 것이 아니라 FIP(수비무관 평균 자책점) 역시 2.44로 지난 시즌 부활에 성공하며 올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볼티모어로 이적했던 라이벌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에이스 스가노 토모유키(2.58)보다도 좋은 수치를 기록했을 정도로 투구 내용 자체가 좋았다.
사이키는 평균 구속 149km, 최고 구속 157km 그리고 회전수가 굉장히 높은 이르던 패스트볼의(베이스볼 서번트에서는 싱커로 분류, 다저스 평가전 패스트볼 평균 분당 회전수 2617회 포심/싱커 양쪽 기준 모두 메이저리그 TOP 10 수준) 구속을 지난 시즌 1km가량 낮추는 대신에 제구력과 커맨드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그 결과 9이닝당 볼넷은 2.7개에서 2개로, 패스트볼의 피홈런은 6개에서 3개로 줄어들었고 패스트볼의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은 16%에서 19%까지 상승하면서 비록 구속의 감소에 따라서 헛스윙이 줄어들고 피안타는 늘어나기는 했지만 사이키의 투구 완성도와 게임 운영능력은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그의 포크볼은(베이스볼 서번트 기준 스플리터) 지난 시즌에도.168의 피안타율과 2년 연속 50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했을 정도로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의 결정구 가운데 하나로 꼽힐만한 위력을 발휘했던 가운데 슬라이더의(베이스볼 서번트 기준 커터) 발전 역시 주목할만한 포인트라고 여겨진다.
2023시즌까지 사이키의 가장 큰 약점은 위력적인 포심 패스트볼과 포크볼을 제외하면 결정구로 던질 구종이 없는 투 피치 투수라는 점이었는데 지난 시즌에는 슬라이더의 완성도를 높인 가운데 이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상대 타자들의 허를 찔렀고 그 결과 23%라는 높은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과 24개의 탈삼진을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슬라이더 피안타율 역시 .230까지 개선하며 충분히 위력적인 구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에 성공했다(2023시즌 슬라이더 피안타율 .407).
확실한 써드 피치 장착에 성공했으며 느린 커브 역시도 이제는 확실하게 상대 타자에게 보여주는 용도로는 사용이 가능한 사이키는 만 26세로 이제 전성기에 접어들 나이이기에 향후 NPB 최고의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군림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한편, 한신은 홈타운 보이이자 팀의 에이스인 사이키가(효고현 고베시 출신) 아닌 2023시즌 신인왕-MVP 동시 석권 등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38년만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던 또다른 홈타운 보이 무라카미 쇼키(효고현 미나미아와지시 출신)를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이는 한신의 현재 토종 선발투수진 뎁스가 얼마나 두터운지를 보여주는 예시로 무라카미는 사이키와는 반대로 지난 시즌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을 1km 끌어올렸지만 제구와 커맨드가 전반적으로 2023시즌 대비 불안정해진데데가 커터까지 난타당하면서 평균자책점이 첫 풀타임 시즌의 1.75에서 2.58까지 상승하고 말았다.
그러나 사이키와 동갑인 이제 전성기에 막 진입한 선수인만큼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었던 지난 시즌은 잊고 반등에 성공한다면 사이키와 함께 리그 최고 수준의 원투펀치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투수인 만큼 충분히 개막전 선발을 맡을 자격이 있는 선수로 평가되며 개막전에서 8.2이닝 7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엄청난 퍼포먼스로 그는 다시 한 번 그의 능력을 증명해내는 데에 성공했다.
한신은 사이키-무라카미 이외에도 오타케-니시와 같이 경험이 풍부한 선발투수 그리고 토미다, 몬베츠와 같은 유망주까지 보유한 유능한 토종 선발 투수진과 함께 이시이-키리시키-이와자키-하비 게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비롯해서 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진을 갖추고 있는 데다가 홈구장인 코시엔 구장이 바닷바람이 부는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올시즌 투수진은 이전처럼 리그 상위권 혹은 그 이상에 해당하는 성적을 낼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타선에서도 지난 시즌에도 도루왕 수상에 더해서 리그 최고 수준의 득점 창출 능력을 발휘하며 NPB 최고의 리드오프로 활약했던 치카모토 코지와 지난 시즌 높은 공에 대한 대처 능력이 발전한 마에가와 우쿄 등이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나가고 지난 시즌 각각 낮은 공과 좌투수에게 고전하면서 성적이 하락했던 일본 국가대표팀 2루수 나카노 타쿠무와 차세대 거포 유망주 사토 테루아키가 반등할 수 있다면 다소 조건이 붙지만 신구조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진 타선을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젊은 에이스를 비롯한 탄탄한 투수진과 신구조화가 적절하게 이루어진 한신 타이거스의 전력은 올시즌에도 리그 상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연 개막 2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한 이들이 올시즌에도 다시 한 번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그리고 시즌 시작 전부터 전 일본의 주목을 받았던 이들의 에이스 사이키가 얼마나 좋은 활약을 이어나갈지 전 세계의 NPB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록 참조: 데이터로 즐기는 프로 야구(baseballdata.jp)
글: 이종석 감수: 민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