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탄소배출권 역량 강화 지속...새 수익원 ‘주목’
내년 2월부터 은행·운용사도 참여...거래 활성화 기대감
자발적 시장 잠재력 주목...“아직 주요국 대비 태동 단계”
정부가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증권업계의 탄소 금융 사업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시장 초기 단계지만 증권사들이 중장기적인 기대감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지역사회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추진하고 IBK투자증권은 해운 탄소금융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등 증권사들이 탄소 배출권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내년 2월부터 자산운용사, 은행·보험사, 기금관리자 등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에 참가할 수 있게 되면서 배출권 거래 활성화가 기대되는 만큼 증권업계도 다양한 사업 기회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 4일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배출권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시장참여자’의 범위가 기존 할당 대상 업체(배출 기업), 시장 조성자 및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위탁매매업체)에서 집합투자업자(자산운용사), 은행 및 보험사, 기금관리자 등으로 확대된다.
개정안에는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 등록 요건 등도 담겼다. 그간 증권사는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로 시장에 참여해왔지만 시행령에 중개회사 등록 요건과 준수사항 등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중개행위는 하지 못하고 있었다. 증권사가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 역할을 하게 되면 개인 투자자도 증권사를 통해 배출권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배출권 거래 규모는 유럽연합(EU) 배출권 시장의 30분의 1 수준으로 아직 부진하다. 배출권 거래 시장 참가자도 올해 4월 기준 780여개 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와 8개 시장조성자, 21개 증권사에 그치고 있다.
다만 증권사들은 자발적 탄소배출권시장 등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으로 관련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모양새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크게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적 시장(CCM)과 자발적 시장(VCM)으로 구분된다.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은 감축 대상에 속하지 않은 기업·기관·비영리조직 등이 자율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수행해 얻은 탄소 배출 허용량을 거래하는 시장을 말한다.
현재까지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매매 및 장외거래 중개업무’를 부수업무로 보고한 증권사는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IBK투자증권 등이다.
이 중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굿네이버스 글로벌 임팩트’와 온실가스 감축 사업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해외 각지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공동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아프리카 우간다 지역에서 공동 추진 중인 산림 황폐화 방지 프로젝트 타당성 조사를 하는 한편, 지역사회 기반 신규 사업을 개발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방글라데시에서 진행해 온 탄소저감 식수사업을 통해 국내 금융사 최초로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온실가스의 배출부터 감축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올인원 탄소금융 서비스’에 나선 증권사도 있다.
IBK투자증권은 이달 해양 데이터 전문 기업 ‘맵시’와 전략적 MOU를 맺고 국내 최초로 유럽 탄소배출권시장에서 ‘해운업 특화 탄소금융 서비스’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해운사에 유럽 탄소배출권 계좌 개설 대행과 배출권 중개 및 운용, 배출권 구매를 위한 헤지 관련 자문 등의 탄소금융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자발적 탄소시장은 여타 주요국 대비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라며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한다면 국내에서도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 대한 관심도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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