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 프리뷰] 도르트문트 vs 토트넘 앞두고 돌아보는 이영표의 유럽 여정

2002 한일 월드컵의 주역 이영표는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중 한 명이다. 수비수로서 유럽 무대에 도전해 자신만의 확실한 족적을 남긴 그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토트넘 홋스퍼라는 두 빅클럽의 유니폼을 모두 입었던 특별한 이력을 지닌 선수다. 도르트문트와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맞대결을 앞둔 지금, 이영표의 유럽 커리어를 되짚어본다.


PSV: 한국 수비수, 유럽 빅클럽의 주전으로 도약하다

국내 무대에서 이영표는 안양 LG 치타스 소속으로 빠른 스피드와 왕성한 활동량, 그리고 수비수임에도 공격 전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플레이로 주목받았다. 이후 그의 이름이 더 큰 무대에 각인된 계기는 단연 2002 한일 월드컵이었다. 월드컵 주축 멤버로 4강 신화의 한 축을 담당한 그는, 한국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아 박지성과 함께 네덜란드 무대에 도전했다.



행선지는 PSV 에인트호번이었다. 완전 이적으로 합류한 박지성과 달리, 이영표는 2003년 1월 반 시즌 임대 형태로 먼저 팀에 합류했다. 2002/03시즌 후반기에 PSV 유니폼을 입은 그는 짧은 시간 안에 전술 이해도와 안정적인 수비력을 인정받았고, 이 활약을 바탕으로 시즌 종료 후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이영표는 이후 2003-04시즌부터 2004-05시즌까지, 임대 기간을 포함해 약 두 시즌 반 동안 PSV에서 활약했다. 레프트백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그는 에레디비시 우승을 경험했고, 특히 2004-0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과정에서 꾸준히 선발로 나서며 유럽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는 한국 수비수가 유럽 빅클럽에서 단순한 스쿼드 멤버를 넘어, 전술적으로 신뢰받는 주전 자원으로 자리 잡은 상징적인 사례로 남았다.



토트넘: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도전
PSV 에인트호번에서 유럽 무대 경쟁력을 입증한 이영표는 2005년 여름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하며 프리미어리그에 도전했다. 네덜란드에서의 안정적인 활약과 챔피언스리그 경험은 잉글랜드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평가로 이어졌고, 토트넘은 전술 이해도와 활동량을 갖춘 레프트백으로 그를 영입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이영표에게 새로운 시험대였다. 빠른 템포와 강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리그 특성 속에서 그는 수비적인 위치 선정과 경기 운영 능력으로 존재감을 보였다. 다만 팀 내에 훌륭한 포지션 경쟁자들이 있었던 만큼, 에인트호번 시절처럼 절대적인 주전으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전술적 신뢰를 받는 자원으로 활용되며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었다.



이영표는 2005-06시즌부터 2007-08시즌까지 세 시즌 동안 큰 기복 없는 플레이와 성실한 수비로 토트넘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리그와 컵 대회를 병행하는 일정 속에서도 팀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며 안정적인 선택지로 평가받았다.

2007-08시즌에는 팀과 함께 리그컵 우승을 경험했다. 결승전 출전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대회 과정에서 경기에 나서며 우승 멤버로 이름을 올렸고, 결승에서는 첼시를 상대로 승리하며 토트넘의 오랜 무관 흐름을 끊는 순간을 함께했다.



한편 같은 시기,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며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이영표와 박지성은 각기 다른 팀에서 활약하며 한국 선수들이 유럽 최상위 리그에서도 경쟁할 수 있음을 증명했고, 이는 국내는 물론 해외 축구 팬층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토트넘에서의 시간은 이영표에게 화려함보다는 현실적인 평가를 남겼다. 절대적인 주전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지만, 시즌마다 30경기 이상 꾸준히 출전하며 팀에 기여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 수비수로 경쟁력을 유지했다는 점은 그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경험은 이후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도전을 가능하게 한 기반이 됐다.



도르트문트: 독일 무대에서의 유럽 마지막 발자취
토트넘에서 세 시즌을 보낸 뒤, 이영표의 다음 행선지를 두고 여러 가능성이 거론됐다. 한때는 자신이 성공적인 시간을 보냈던 PSV 에인트호번 복귀설도 나왔지만, 그는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이미 네덜란드와 잉글랜드 무대를 모두 경험한 상황에서, 또 다른 리그에서 스스로를 시험해보고자 하는 선택이었다.

이영표가 택한 팀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였다. 당시 도르트문트를 이끌던 위르겐 클롭 감독은 강한 압박과 빠른 전환을 바탕으로 한 축구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수비 자원을 필요로 했다. 여러 리그를 거치며 전술 이해도와 경기 운영 능력을 쌓아온 이영표는 이러한 구상에 부합하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2008-09시즌 도르트문트에 합류한 이영표는 시즌 초반부터 비교적 빠르게 기회를 얻었다. 특히 그의 도르트문트 데뷔전은 샬케와의 루르 더비였다. 독일 축구에서 가장 상징적인 경기 중 하나에 선발로 나섰다는 점은, 클롭 감독이 그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기대와 신뢰를 두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강한 압박과 긴장감 속에서도 이영표는 침착한 수비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팀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이영표 앞에는 만만치 않은 경쟁 구도가 자리하고 있었다. 팀의 부주장이자 오랜 기간 왼쪽 측면을 책임져온 데데, 그리고 빠르게 성장 중이던 유망주 마르셀 슈멜처가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하고 있었다. 경험과 안정감을 갖춘 베테랑, 팀의 상징적인 존재, 그리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자원이 공존하는 구조였다.



이영표는 시즌 내내 로테이션 자원으로 활용되며 리그와 컵 대회를 오갔다. 분데스리가 특유의 빠른 템포 속에서도 위치 선정과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은 여전히 강점으로 작용했고, 특히 경험이 필요한 경기에서는 수비 라인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맡았다.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지만, 출전할 때마다 큰 기복 없는 플레이로 감독의 선택지 중 하나로 신뢰를 유지했다.

도르트문트에서의 한 시즌은 길지는 않았지만, 이영표의 유럽 커리어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남았다. 네덜란드에서의 성공, 잉글랜드에서의 도전, 그리고 독일 무대에서의 경쟁까지 이어진 그의 유럽 생활은 한국 수비수가 서로 다른 축구 문화와 전술 환경 속에서도 충분히 적응하며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후 그는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찾기 위해 알 힐랄로 이적을 확정지으며 유럽 무대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유럽 축구를 즐겨 보던 국내 축구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이영표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수비수도 유럽 주요 리그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한민국 축구의 상징적인 선수로 남았다.도르트문트에서의 한 시즌은 길지는 않았지만, 이영표의 유럽 커리어를 완성하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네덜란드, 잉글랜드, 독일 무대를 모두 경험하며 유럽 3대 리그를 밟은 한국 수비수로 기록됐고, 이는 도전과 경쟁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선수 생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이영표의 전 소속팀인 도르트문트와 토트넘은 오는 1월 21일(한국 시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2025-2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7라운드 맞대결을 치른다. 리그 페이즈를 절반 이상 소화한 현재, 도르트문트는 승점 11점으로 10위(6경기 3승 2무 1패), 토트넘 역시 승점 11점으로 11위(6경기 3승 2무 1패)에 올라 있다. 상위권과의 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토너먼트 진출 경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경기인 만큼, 이번 맞대결은 단순한 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영표가 각각 다른 시기에 몸담았던 두 클럽의 맞대결은 그의 유럽 커리어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잉글랜드, 독일 무대를 모두 경험했던 그의 발자취처럼, 이번 경기도 각자의 도전과 목표가 맞닿은 중요한 순간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