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근원적인 슬픔과 외로움 담아’… 한강의 작품 세계는

맹경환 2024. 10. 1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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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는 등단 후 문학이 삶에 제기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정면으로 제기하는 작품을 써왔다.

스웨덴한림원은 그의 노벨문학상 선정과 관련해 "시적인 산문(poetic prose)"을 높게 평가했다.

언어와 소재의 한계로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 문학이 특수성에서 벗어나 세계 문학의 주류로 편입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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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는 등단 후 문학이 삶에 제기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정면으로 제기하는 작품을 써왔다. 스웨덴한림원은 그의 노벨문학상 선정과 관련해 “시적인 산문(poetic prose)”을 높게 평가했다. 한강은 처음 1993년 ‘문학과사회’에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

초기에는 ‘여수의 사랑’(1995) ‘검은 사슴’(1998) 등에서 보듯이 불행한 가족사나 트라우마 같은 개인적 상처를 주로 다뤘다. “인간의 근원적인 슬픔과 외로움을 보여주는 작가”란 평가를 이끌어내며 한국문단에서 서서히 입지를 굳혀 갔다.

한강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계기는 2005년 중편 ‘몽고반점’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29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1970년대 출생한 작가로서는 첫 이상문학상 수상이었다.

그를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은 ‘채식주의자’다.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안긴 작품이다. 어린 시절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자가 극단적인 채식을 하면서 나무가 되기를 꿈꾸며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 게재된 중편이다. ‘몽고반점’ ‘나무 불꽃’과 묶여 2007년 장편소설로 출간됐다.

맨부커상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에 대해 “수치와 욕망, 타인을 이해하려는 불가능한 욕망에 대한 이야기” “서정적이면서도 통렬하다” “아름다움과 공포가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고 극찬했다. 언어와 소재의 한계로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 문학이 특수성에서 벗어나 세계 문학의 주류로 편입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

상처 입은 개인의 문제에 집중하던 작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2014)를 통해 역사적 사건으로 주제를 확장하며 문학세계에서 절정기를 맞이한다. 소설은 계엄군에 맞서다 죽음을 맞은 중학생과 주변 인물의 참혹한 운명을 그렸다.

작가의 사회적 시선은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2021)로 이어진다. 프랑스 기메문학상과 메디치문학상을 수상한 이 소설은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한강은 제목 ‘작별하지 않는다’의 의미에 대해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라고 생각했다”면서 “어떤 것도 종결하지 않겠다는 그것이, 사랑이든 애도든 끝내지 않고 끝까지 끌어안고 가겠다는 결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강의 또 다른 특징이 드러나는 작품은 ‘흰’(2016)이다.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이면서 시 성격도 지닌 이 작품은 강보, 배내옷, 소금, 눈, 달, 쌀, 파도 등 세상의 흰 것들에 관해 쓴 65편의 짧은 글을 묶은 책이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숨을 거둔, 작가의 친언니였던 아기 이야기에서 출발해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그러면서도 깊은 슬픔을 자아내고, 생명에 대한 사랑과 연민, 그리고 그리움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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