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0억 대열 합류한 원태인, 다년 계약이냐 해외 진출이냐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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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글러브어워드' 선발투수 부문 삼성 원태인 지난 2025년 12월 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시상식인 2025컴투스프로야구 리얼 글러브 어워드에서 선발투수상을 받은 삼성 원태인이 수상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원태인이다. 올해 프로 8년차인 원태인은 기존 연봉 6억3천만 원에서 3억7000만 원(58.7%) 인상된 10억 원에 사인했다. 이는 팀 내 최고 인상액이다. 이로서 지난해 강백호(한화)가 KT에서 받았던 KBO리그 8년차 최고 연봉(7억 원) 기록을 경신했다. 또한 동갑내기이자 프로 데뷔 동기인 노시환이 최근 한화와 체결한 계약규모와 같다.
원태인은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9년 삼성에 입단한 이래, 사자군단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7시즌간 통산 187경기(1052.1이닝)에서 68승 50패 2홀드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2024시즌에는 15승 6패, 평균자책점 3.66의 성적으로 생애 첫 다승왕에 올랐다.지난 2025시즌에도 데뷔 후 본인 최다인 166.2이닝과 퀄리티 스타트 20회,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며 12승 4패, 평균자책점 3.24의 호성적을 남겼다. 최근 5년간 연속 15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4번이나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며 같은 기간 KBO리그 선발투수 중 가장 꾸준한 활약을 보였다.
2026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원태인은, 삼성과 비FA 다년계약 가능성도 거론되었으나 일단 8년차 최고 연봉 인상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이번 연봉인상은 원태인의 호성적과 함께 '예비 FA'라는 특수성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원태인이 FA가 되어 KBO리그 타 팀으로 이적하려면, 원태인을 영입하는 구단이 삼성에 보상해야 하는 금액은 최대 30억 원(연봉 300%)에 달한다. 삼성으로서는 원태인의 가치를 인정해주면서, 최소한 국내 다른 구단으로는 절대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에게 이번 계약은 앞으로 원태인과의 장기 계약 체결을 대비한 중간 과정에 더 가깝다. 2026시즌 우승 도전을 비롯하여 '왕조재건'을 노리는 삼성으로서는, 당연히 건강하고 젊은 20대 에이스를 최대한 다년계약으로 묶고 싶을 것이다. 현재 FA시장의 추세를 감안할 때 원태인급의 투수라면 총액 100억 이상이 기준점이 될 것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역대 FA, 비FA 통틀어 국내 다년계약 최고 대우인 류현진의 8년 170억 원을 넘어설 후보로, 타자로는 노시환, 투수로는 원태인이 각각 거론되고 있다.
만일 원태인이 이대로 차기 FA시장에 나와서 다른 구단과 경쟁이 붙게 되면 몸값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원태인이 삼성을 떠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해도, 강민호(롯데-삼성)나 강백호(KT-한화)같은 사례도 있는 만큼 마냥 방심할 수는 없다. 또한 원태인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몸값이 점점 올라가는 만큼 굳이 비FA 다년계약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삼성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음 시즌부터 한국판 '래리 버드 룰(Larry Bird exception)'이 도입된다는 것이다. '래리 버드 룰'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유래한 제도로, 한 팀에서 방출되거나 자유계약선수(FA)로 팀을 옮기지 않고 3시즌 이상 뛴 선수에 한해 재계약 시 샐러리캡을 초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예외 선수' 조항이다.
KBO는 팬 충성도 제고를 위해 구단이 지정한 프랜차이즈 선수 1명의 연봉 일부를 경쟁균형세 총액 산정에서 제외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이로서 구단은 매년 7시즌 이상 소속선수로 등록한 이력이 있는 선수 1명을 예외 선수로 지정할 수 있다. 경쟁균형세 총액 산정을 위한 구단 상위 40명 선수의 보수 총액 계산 시, 예외 선수 연봉(계약금 및 옵션 포함)의 50%가 제외되어 산출되므로 구단의 재정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삼성에서는 이 예외 선수 조항을 원태인에게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원태인에게는 '해외진출'이라는 선택지도 있다. 원태인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메이저리그 도전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원태인의 구위가 메이저리그에도 통할지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최근 KBO리그 최정상급 외국인투수들이었던 코디 폰세, 드류 앤더슨, 라이언 와이스 등이 모두 메이저리그 계약을 체결한 것을 감안하면 원태인도 최소한 도전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FA자격을 얻게 되면 구단의 동의 없이 포스팅 시스템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미국 구단들과 자유롭게 입단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도 유리한 점이다. 현재 야구 국가대표팀에 합류 중인 원태인이 다가오는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해외리그에서의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원태인과 삼성으로서는 '송성문 케이스'가 절충안이 될 수도 있다. 송성문은 지난 2025시즌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와 6년 120억 전액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하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시 해당 계약은 무효화되는 조건을 포함시켰다. 키움은 FA를 앞둔 송성문의 국내 타 구단 이적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MLB 도전을 지지해줬고, 짠돌이 구단 이미지를 벗어나 돈을 쓸 때는 쓴다는 이미지를 팬들에게 어필했다.
송성문은 2025시즌 이후 포스팅을 통하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입단에 성공하면서 실제로 키움과 맺은 기존의 계약은 무효가 됐다. 키움은 송성문을 잃었지만, 그에게 투자했던 계약 금액 회수와 포스팅 비용까지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원태인과 삼성도 같은 방법으로 조건부 비다년 FA계약을 통하여 서로가 윈윈하는 안전망이 되어줄 수 있다. 삼성은 최소한 원태인이 FA시장에 풀려서 국내 다른 구단과 경쟁해야 하는 부담을 피할 수 있고, 원태인은 메이저리그 도전이 무산되거나 만족스러운 조건을 제시받지 못해도, 친정팀에서 안정된 대우를 보장받으며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과연 원태인은 어떤 선택지를 고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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