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원자력과 신입생 3명..원전 생태계 다 무너졌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간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내 원자력 산업은 발전부터 기술 개발, 인재 양성까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 관련 기업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이곳에 부품을 공급하던 협력업체는 업종을 바꾸고 있다. 더욱이 ‘원자력의 미래’인 원자력 관련 학과엔 비상등이 켜졌다. 배출 인력이 급감하면서 신기술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50년 ‘공든탑’이 무너졌다
20일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원자력 산업 분야 매출은 22조2436억원이었다. 지난 2016년 27조4513억원에서 불과 4년 만에 5분의 1가량(19%)이 사라진 것이다. 2016년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국정 과제로 삼기 바로 직전 해다.
민간 부문은 더 심각하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나 연구·공공기관을 제외한 민간 기업의 매출은 같은 기간 5조5034억원에서 4조573억원으로 26.3% 쪼그라들었다.
원자력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실핏줄’ 같은 관련 부품업계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다. 원전 부품 관련 기업의 규모는 갈수록 영세해지고 있다. 매출 100억원 미만의 원자력 관련 기업 비중은 2016년 79.4%에서 2020년 87.4%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는 수주가 아예 끊긴 기업도 상당하다. 지난 2020년 기준으로 원자력 산업 부품·장비 업체 645곳 중 242곳(37.5%)은 관련 수주가 제로(0)였다. 관련 업계 세 곳 중 한 곳 이상이 일이 없다는 뜻이다. 박정희 정권이 1970년대 후반 불을 지핀 원자력 산업이 한순간에 기로에 놓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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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은 자퇴, 신입생은 하늘의 별따기
최근 5년 새 원자력 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인재 유출도 심화하고 있다. 2016년 2만2355명이 종사했던 원자력 관련 인력은 2020년 1만9019명으로 14.9% 감소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원자력 전담 인력 649명이 퇴사했다. 국내 유일의 원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도 같은 기간 원전 관련 인력이 1827명에서 650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7~19년 원자력 관련 공기업에서 퇴사한 인원은 265명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걱정은 젊은 인재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원전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대입 수험생들이 원자력 전공을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해서다. 홍석준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대·부산대 등 13개 대학의 원전 관련 학과에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95명의 전공생이 자퇴했다. 원자력 관련 학과 학·석·박사 재학생 수는 지난해 2165명으로 2015년(2554명) 대비해 15.2% 줄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사례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이래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한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어서다. KAIST는 전공 없이 입학해 2학년 진학 때 진로를 결정한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7년 80명 안팎이던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재학생 수는 지난해 21명으로 급감했다. 윤종일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올해는 단 세 명만 원자력을 전공으로 선택했다”며 “원자력 산업이 기술적으로 진입장벽이 높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상당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박문규 세종대 양자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지난 5년간 붕괴한 생태계를 복원하는 과정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할 것”이라며 “정부가 원전 사업을 최대한 빠르게 활성화해야 관련 생태계 붕괴를 막고, 수출 경쟁력을 복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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