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헌혈 19번..아픈 딸 위해, 아빠는 간절히 덕을 쌓고 있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 중앙일보 독자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기억과 추억,
그리고 인연을
인생 사진으로 찍어드립니다.
아무리 소소한 사연도 귀하게 모시겠습니다.
어떠한 사연도 좋으니 아래 주소로 사연을 보내 주세요.
'인생 사진'은 대형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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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tory@joongang.co.kr
▶12차 마감: 2월28일
」

어쩌다 케이크 사진이라도 보면
‘아빠 후~’하며 기뻐하는,
매일 생일이고픈 저희 현서를 소개합니다.
저희 부부가 결혼한 지 3년 만에 어렵게 얻은 현서는
늘 엄마와 아빠 품에 안겨 행복한 삶을 살아갔습니다.
어떤 분들은 손 탄다며 많이 안아주지 말라 하셨지만,
저희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아이이고,
지금 시기 아니면 언제 또 안아주나 싶은 마음뿐이었지요.
그러던 현서는 첫돌 열흘쯤 지난날,
부천의 한 심장전문병원에서 선천성 심장병(대동맥판하 협착) 판정을 받았습니다.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평생 추적검사를 받아야 하고,
외과적 수술을 거쳐야만 완치가 가능하다고 해서 큰 충격을 받았지요.
그날 이후로 저희 부부의 삶은 적잖이 바뀌었습니다.
매일 현서랑 최선을 다해 놀아주며 시간 보내기,
미래를 대비하며 살아가기 등
후회 없는 삶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현서가 아플 때 취해 있을까 겁이 나서
입에 술 한방울 대지 않았고,
현서 심장병 판정 이후 다른 환자들을 위해
15개월 동안 23회의 헌혈을 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든든한 부모로서 현서를 지켜주고,
선한 영향력으로 덕을 쌓는 삶을 살려 합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저의 고집 때문에
웨딩 사진도 셀프로 찍고,
코로나19 핑계로 인해 현서 돌사진도 셀프로 찍는 바람에,
스튜디오에서 작가님이 찍어준 사진 한장 없이 살아왔네요.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코너에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사연들이 많아서 망설여지지만,
기회가 된다면 우리 가족의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의 사진’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노인수, 김지은 올림

먼저 매일 생일이고픈 현서를 위해
조그만 케이크를 준비했습니다.
만화 영화 캐릭터로 만든 케이크를 준비하며
현서가 좋아할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스튜디오로 온 현서는
케이크를 보고서도 데면데면했습니다.
워낙 낯가리는 데다
낯선 스튜디오 분위기가 마뜩잖았나 봅니다.

현서가 “후~” 부는 것을 좋아한다니
케이크에 촛불을 붙였습니다.
그런데도 현서는 아랑곳없이 데면데면했습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현서 표정을 풀어 놓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사실 사연 당첨 소식을 전하며
현서 아빠와 나눈 문자 대화 때문에라도
현서의 표정을 어떻게든 바꾸어 놓아야 했습니다.
“휴대폰 셀프카메라 외에
제가 들어간 가족사진이 없습니다.
항상 현서만,
혹은 아내와 현서만 찍었으니까요.
그래서 삼각대 놓고
가족사진 찍는 연습을 해볼 참입니다.”

오죽했으면 연습까지 해본다고 했을까요.
그 마음을 알기에
온 가족이 환한 표정을 짓는
가족사진을 찍어 주고 싶었습니다.
현서 아빠는 지난해에만 열아홉번 헌혈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19일에 한 번씩 한 셈입니다.
그런데도 현서 아빠는 코로나 19 백신 접종으로 인해
스무 번을 못 채운 걸 안타까워했습니다.
현서 아빠가 이리도 헌혈에
온 정성을 다하는 이유가 뭘까요?
“현서를 위해 덕을 쌓기로 했습니다.
적어도 100번은 채우려고요.
한해에 스무번씩이라도 5년 걸리잖아요.
그러니 빼먹지 않고 해야만 합니다.”

현서 아빠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현서에게 응급상황이 생기면
운전해서 달려가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엄마, 아빠가 현서와 함께 놀이터를 찾습니다.
이렇듯 늘 엄마, 아빠와 함께이니
현서 친구들이 부러워할 정도랍니다.
이렇듯 부부는 현서와 노는 일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어릴 때 금방 커버리거든요.
이때 아니면 이렇게 어린 애랑
놀 기회가 언제 있겠어요.”

영락없는 ‘현서바라기’ 엄마, 아빠인 겁니다.
이런 사정을 듣고 보니
추억이 될 가족사진을
꼭 찍어줘야겠다는 맘이 더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이런 제 마음과 달리
첫 시작부터 난관에 부닥쳤으니 난감했습니다.
현서는 급기야 바깥으로 나가자며
보채기 시작했습니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습니다.
겉으론 웃지만 속은 타들어 가는 상황인 겁니다.

그때였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동시에
스튜디오 벽에 걸린 절연 테이프를 찾아
현서에게 건넸습니다.
제 기준에선 난데없는 절연 테이프였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 절연테이프를 본 현서가 웃기 시작했습니다.
손에 쥐더니 숫제 그걸로 장난도 쳤습니다.
역시 엄마, 아빠는 ‘현서바라기’였습니다.
‘현서바라기’아니랄까
절묘하게 현서의 웃음 포인트를 찾아낸 겁니다.
절연 테이프로 인해
세 살짜리 어린 애가 웃을 줄이야 상상도 못 한 터였습니다.
덩달아 엄마, 아빠 표정도 좋아졌습니다.
현서가 울면 온갖 세상 시름을 다 안은 듯하더니
현서가 웃으니 세상 다 가진 듯 엄마, 아빠가 웃습니다.

이날 스튜디오에 ‘현서바라기’가 폈습니다.
그것도 활짝 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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