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절차 몰랐다"..제주 유령 세자매의 기구한 사연

최충일 2022. 1. 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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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어머니 유전자 일치…출생신고 절차


제주동부경찰서. 최충일 기자
제주에서 많게는 20여년 간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채 살아온 세 자매가 모두 어머니A씨의 친자로 확인됐다. 이들은 각각 23살과 21살, 14살로 출생신고가 안돼 무호적인 상태로 살아왔다.

5일 제주시와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은 최근 세 자매와 어머니 A씨 유전자(DNA)가 99% 일치한다는 검사 결과를 보내왔다. A씨와 세 자매는 법원의 확인을 거쳐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유전자(DNA) 검사를 받았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법원에 제출해 출생확인서를 받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세자매 모두 정규교육·병원치료 받은적 없어”


제주시에 따르면 A씨는 1998년 병원에서 첫째 딸(23세)을 낳은 후 2000년과 2007년 집에서 둘째 딸(21세)과 셋째 딸(14세)을 각각 출산했다. 미성년인 셋째는 물론이고 두 언니도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유치원은 물론 초·중·고교까지 정규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진료나 치료도 받은 적이 없다. A씨는 제주시 사회복지사와의 상담에서 “학교에 가지 못한 딸들을 책과 인터넷, 교육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교육시켰다. 딸들이 크게 아픈적이 없어 약국에서 산 해열제 등을 먹이며 딸들을 키웠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등은 숨진 부친의 명의로 개설해 사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세 자매가 여태껏 출생신고 없이 무호적자로 살아왔다는 사실은 친인척과 이웃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시 관계자는 “워낙 아버지를 중심으로 가족이 똘똘 뭉쳐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며 “세 딸이 모두 밝고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딸들 “우리도 출생신고 해야하는 것 아니냐”


출생신고서. [중앙포토]
세 자매는 A씨와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 B씨의 사망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무호적자임이 밝혀졌다. B씨가 사망하자 A씨는 지난달 20일 사망신고를 위해 제주시내 모 주민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사망신고를 할 수 없었다. 남편과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로 지냈고, 전입신고도 하지 않아 법적으로도 동거인으로 인정 받지 못해서다.

이런 와중에 당시 주민센터를 같이 갔던 딸들이 “우리도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이를 인지한 주민센터 관계자가 지난 24일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주민센터 관계자는 “B씨가 몸이 안 좋아 출생신고를 바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며 “나중에는 출생신고 절차가 복잡하고 신고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시 등 5개 기관, 생계비·심리상담 지원


제주시와 제주동부경찰서, 제주시교육지원청, 해당 주민센터 등은 최근 일을 그만둔 A씨에 대한 긴급 생계비 지원, 세 자매에 대한 검정고시 지원 등 행·재정적 지원 방안 등을 준비 중이다. 또 이 가정에 긴급 생계비와 장학금을 지급하고, 심리상담·학습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제주지역 한 변호사가 이들의 출생신고와 관련한 소송과 변론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경찰은 미성년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아동복지법상 교육적 방임) 등으로 A씨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특별한 신체적·정서적 학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세 자매가 어머니 A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 만큼 일단 이들을 분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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