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이 장면] 고양이들의 아파트
2022. 3. 18. 00:12

서울 둔촌동 주공아파트 재개발은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라야 감독의 ‘집의 시간들’(2018)은 그곳을 떠나는 사람들의 사연을 잔잔하게 담아낸다. 집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생명을 지닌 유기체이며, 그 추억은 재개발할 수 없다는 사실이 울려 퍼진다.
또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그곳에 살았던 동물의 시선으로 재개발을 바라본다. 건물을 허물고 사람들이 떠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제로’ 상태가 되는 걸까.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서 그곳의 주민처럼 긴 세월 동안 함께 살았던 고양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재개발이라는 거대 공사의 이면을 응시하며 우리가 사는 ‘공간’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이 다큐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는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아파트 단지 전경이다. 다큐 초반,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는 단지는 녹음이 짙은 생활 공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나둘 사람들이 떠나고, 나무마저 뽑아가게 되면서 그곳은 슬럼가처럼 변해간다. 아파트 건물과 그 사이의 길만 남은 광경은, 생명이 깃들지 않은 집은 폐허와 같다는 걸, 그리고 너무나 낯선 공간이라는 걸 보여준다. 이후 철거가 이뤄지고 아파트 건물들은 사라진다. 그리고 이 다큐는 모든 것이 사라진, 마치 고대 유물 발굴지처럼 파헤쳐진, 개발 이전의 땅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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