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동심 찾는 '어른이' 열풍..X세대도, MZ도 "레고·바비 주세요"
#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3시 ‘브릭코리아 컨벤션 2021 행사’가 한창인 서울 코엑스 지하 2층 라이브플라자.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레고 작품을 보기 위해 몰린 인파가 가득하다. 수많은 관람객 중 어린이는 세 명밖에 없다. 대부분이 레고를 취미로 모으는 성인 관람객이다.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레고 제품 판매장’에서도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부모와 함께 레고를 고르는 아이보다 자신을 위한 레고를 직접 사는 ‘어른이’ 고객이 대다수다.
이날 행사장에 들러 레고를 구매한 직장인 심 모 씨(25)는 “코로나19로 집콕 기간이 길어지면서, 레고의 세계에 입문했다. 어린이나 하는 장난감 정도로 생각했지만 막상 해보니 조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앞으로 레고 제품을 본격적으로 모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장난감을 찾는 성인 고객, 이른바 ‘어른이’의 증가세가 심심찮다.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자 취미 생활로 장난감을 모으기 시작한 소비자가 많아진 덕분이다. 인기는 수치로 나타난다. 키덜트족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브릭나라’ 회원 수는 2020년 대비 2021년 2만명 급증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해 평균 8000명이 신규 가입했다. 팬데믹 이후 성장세가 2배 넘게 빨라진 셈이다. 취미 생활을 돕는 ‘앱’ 사용량도 상승세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취미 생활 보조 앱 ‘콜리’와 ‘레고 조립 설명서’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2020년 6월 대비 각각 27%·58% 올랐다. 인기에 힘입어 키덜트 시장은 폭풍 성장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 결과 2014년 5000억원에 그쳤던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향후 최대 1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기업들이 뛰어드는 것은 당연지사. 주요 완구·콘텐츠 업체는 ‘어른이용’ 제품을 속속 내놓으며 키덜트족 마음잡기에 나서고 있다.

▶키덜트 대명사 ‘레고’ 인기 쑥
▷대원미디어 ‘아머드 사우루스’ 눈길
키덜트 제품의 대명사로 꼽히는 ‘레고’는 2021년 ‘성인용 제품’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020년에는 연간 판매 최상위 5개 제품이 ‘레고 시티’ ‘레고 프렌즈’ ‘레고 클래식’ 등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전통적인 인기 시리즈였다. 반면 2021년 상반기에는 ‘프렌즈’와 ‘클래식’ 대신 ‘레고 스타워즈’ ‘레고 해리포터’ ‘레고 크리에이터 엑스퍼트’ 등 조립 난이도가 높은 성인용 제품이 이름을 대거 올렸다. 레고그룹은 2021년 연간 판매량 중 성인 고객 구매 비율이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레고코리아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취미 생활을 하는 성인이 늘어나면서 국내 레고 팬층 연령대도 더욱 넓어지고 있다”며 “취미 개발을 원하는 성인들을 위해 인테리어, 식물, 자동차, 건축물, 예술, 슈퍼히어로, 스포츠, 패션까지 다양한 관심사를 공략하며 성인 선호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나가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완구 제조 업체 손오공은 세계적인 인형 브랜드 ‘바비’를 내세워 ‘어른이’ 마음 잡기에 나선다. 바비 인형을 수집하는 ‘컬렉터’ 고객을 대상으로 한 ‘바비 컬렉터’ 제품이 대표적이다. 2020년 연말에는 ‘원더 우먼 1984’, 2021년 연말에는 ‘블랙 위도우’ 영화 개봉에 맞춰 제작한 ‘한정판 바비’ 제품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소형차인 ‘피아트500’과 협업한 제품을 새로 발표했다. 손오공 관계자는 “국내 팬들의 요청에 부응하고자 컬렉터 라인 중 한정 수량을 확보해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대를 초월한 바비의 매력이 담긴, 소장 가치 높은 고품질의 컬렉션 제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업체 대원미디어는 신작 ‘아머드 사우루스’를 내세워 어른이 열풍에 뛰어들었다. 아머드 사우루스는 대원미디어가 자체 제작한 ‘SF 특수촬영물’이다. 뛰어난 CG 효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첫 지상파 방영 이후 2049 시청률이 급상승하며 ‘키덜트족’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OTT 플랫폼 ‘왓챠’에서 시청률 상위 5% 안에 들며 순항 중이다.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2021년 여름 유튜브에 예고편을 올리자 어린이만큼 3040세대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을 위한 제품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의견을 수렴해 어린이용 장난감 외에 어른들을 위한 한정판 고가 피규어 등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키덜트 열풍 한동안 계속될 것
업계 관계자들은 키덜트 열풍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고 예측한다. 집에서 취미 생활을 즐기는 인구가 점차 늘어나는 데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놀이’를 찾는 성인 소비자가 급증한 결과다.
우선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집에서 즐기는 취미 생활이 보편화됐다. 취미 생활에 돈을 쓰는 인구도 늘어났다. 이커머스 업체 G마켓 조사 결과 2021년 한 해 동안 디지털 가전(14%), 취미 용품(13%) 등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 필요한 제품군 객단가가 2020년보다 증가했다. 객단가는 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이다. 객단가가 올랐다는 뜻은 소비자가 취미 생활에 투자하는 금액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손오공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실내에서 즐기는 취미용 완구 제품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관련 제품 매출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취미 생활 일환으로 키덜트 제품을 찾는 발걸음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 내다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놀이를 찾는 성인 소비자가 증가했다. 레고코리아 관계자는 “레고그룹이 2020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8개국을 대상으로 놀이와 스트레스에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한국 성인 81%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놀이 생활을 즐긴다고 답했다. 세계 평균(73%)을 웃돌았다. 취미 개발에 나서는 성인들이 많은 만큼 키덜트의 영향력과 구매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소비 시장에 주류로 떠오른 ‘엑스틴’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엑스틴은 ‘X세대’와 ‘10대’를 합친 말로 자식세대인 10대의 문화를 공유하는 40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신년 소비 주축으로 ‘X세대’를 주목한다. 자식뻘인 Z세대와 어울리며 콘텐츠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현재 취미 용품·완구 상품의 성장세를 이들 ‘엑스틴’이 이끌고 있다. 엑스틴 영향력이 커진 만큼 키덜트 열풍은 쉽게 그치지 않으리라 본다.”
대원미디어 관계자의 눈길 끄는 분석이다.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2호 (2022.01.12~2021.01.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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