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이 장면] 불도저를 탄 소녀
2022. 4. 15. 00:14

박이웅 감독의 ‘불도저에 탄 소녀’엔 최근 한국영화에서 가장 저돌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구혜영(김혜윤)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법정에 서 있는 혜영은 스트리트 파이터이고, 거친 욕설과 왼팔의 용 문신이 인상적인 소녀다. 19살에서 20살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혜영이 맞닥트려야 할 현실은 만만치 않다. 삶의 터전인 중국집은 하루아침에 다른 데로 넘어가게 생겼고, 아버지는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으며, 어린 남동생도 돌봐야 한다.

이 모든 고통의 원인은 최 회장(오만석)이다. 중장비 업체 대표인 그는 정계 진출을 노리고 선거에 나온 자본가로, 혜영의 집안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혜영은 혈혈단신으로 최 회장에게 돌진하고 저항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뿐이다. 여기서 ‘불도저를 탄 소녀’는 비록 깨질지라도 계속 바위를 쳐야 한다고 말한다. 클라이맥스인 분노의 밤. 혜영은 불도저로 이젠 돌아갈 수 없는 중국집을 허문다. 그리고 다른 목적지로 향한다. 바로 최 회장의 집. 그리고 말 그대로 ‘불도저처럼’, 마치 그 집을 무너트리겠다는 듯 돌진한다. 도시 빈민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그리면서 이 영화가 힘을 잃지 않고 묘한 쾌감마저 주는 건 혜영의 ‘불도저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역할을 맡은 김혜윤의 시종일관 반항적인 눈빛과 자신의 모든 것을 소진하는 듯한 연기는 이 영화를 전진시키는 원동력.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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