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대구 2002년생 주전 황재원, "데뷔골 당한 썰 푼다"

조효종 기자 2022. 5. 3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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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조효종 기자= 대구FC의 신예 황재원은 프로 1년 차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데뷔골도 비범했는데, 골키퍼의 헤딩 어시스트를 받아 잊지 못할 득점을 했다. 


2002년생 측면 수비수 황재원은 지난 겨울 대구에 입단했다. 프로에 데뷔한지 겨우 3개월이 지났지만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동계 훈련을 잘 소화해 개막전 선발 출장 기회를 얻었고, 팀의 주전 윙백으로 자리 잡았다. K리그1 12경기에 출장 중이다. U22 규정의 혜택을 받는 선수가 아니라 당당히 팀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4월에는 태국에서 진행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도 경험했다.


K리그 데뷔골도 터뜨렸다. 평범하지 않은 골이었다. 지난 5일 열린 10라운드 포항스틸러스 원정 경기, 팀이 0-1로 뒤지고 있는 후반 추가시간에 대구는 마지막 코너킥 공격 기회를 맞이했다. 골키퍼 오승훈도 상대 문전으로 올라가 공격에 가담했는데, 오승훈이 홍철의 코너킥을 머리에 맞췄다. 오승훈의 헤딩 슈팅이 문전에 있던 황재원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공식 기록이 황재원의 득점으로 인정되며 황재원은 골키퍼의 어시스트로 프로 데뷔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처음이기에 다소 어설픈 모습도 있었지만 황재원은 조금씩 프로 선수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성장세가 눈에 띈다. 29일 다시 만난 포항과의 경기에서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진짜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부족했던 크로스 실력을 갈고닦아 2도움을 올렸고,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풋볼리스트'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황재원은 이제 팀 내 형들에게 '데뷔골 당했다'고 놀림받는 득점 장면에 이어 2호골 업데이트를 노리고 있다. 다음엔 멋지게 헤딩 골을 넣고 싶다. "이래 봬도 중고등학교 때 헤딩골을 종종 넣었다. 다음엔 첫골과 다르게 멋있는 골을 넣어보고 싶다."


다음은 황재원 인터뷰 전문


올해 입단한 신인인데, 등번호 2번을 받았다. 2번을 달게 된 배경은?


입단했을 때 비어 있는 번호였다. 주셔서 달게 됐다. 나도 놀랐고 주변에서도 놀랐다. 보통 주전 윙백이 다는 번호다. 신인 선수가 한 자릿수 번호를 받는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그만큼 부담감도 느꼈지만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생겼다.


언제부터 측면 수비수 포지션을 맡게 됐는지


수원FC U18팀 시절 발목 골절 부상을 당했다. 큰 부상이어서 6개월가량 쉬어야 했다. 이때 폼이 많이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 과천고로 전학을 가게 됐다. 과천고 시절이 축구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원래 내 포지션은 미드필더였는데, 사이드백을 맡았던 선수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감독님과 코치님이 사이드백 포지션에 한번 서보라고 하셨다. 당시 경기력이 괜찮았다. 내 장점이 살아나니까 재밌더라. 그때부터 측면 수비수로 전향했다.


얼마 전까진 학생이었다. 올 시즌 K리그 무대를 누빌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텐데


영상으로만 보던 형들과 매 경기 같이 뛰는 게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 감사한 일이다. 형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한다. 특히 세징야는 최고다. 훈련할 때 가장 열심히 한다. 늘 실전처럼 임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리그 최고의 선수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느낀다.


황재원(대구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선배들이 많이 도와줄 것 같다


형들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그중에서도 같은 사이드백인 (홍)철이 형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감독님께서 측면에서 간결하게 크로스를 올리라는 주문을 하시는데, 철이 형의 크로스가 정말 좋다. 훈련할 때 철이 형이 크로스하는 걸 보면 '저 정도 해야 국가대표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크로스에 대한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 장난 식으로 '그것밖에 못해?'라며 쓴소리를 하시고는 자세히 가르쳐 주신다. (경기장에서 호흡이 잘 맞는 선배는 누구인가?) (고)재현이 형이다. 움직임이 잘 맞는다. 앞에서 수비도 열심히 해줘서 같은 라인에 서면 든든하다.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이 완화되면서 대구 홈경기장 'DGB대구은행파크'가 특유의 분위기를 되찾았다. '대팍'에서 뛰는 건 어떤가?


대팍은 뛰면 뛸수록 매력적인 경기장이다. 유럽 축구장 못지않은 시설에 꾸준히 찾아와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도 계신다.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뛰고, 팀이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가족 같으면서도 열정적인 분위기가 대팍의 매력인 것 같다.


예상보다 많은 경기를 소화하게 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다. 지난 포항전에서 다리 경련이 일어나기도 했다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렇게 근육 경련이 심하게 온 건 축구하면서 처음이라 놀랐다. 체력 관리를 잘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 나만의 방법이 있는 건 아니고 형들이 하는 걸 따라 하고 있다. 경기 끝나고 탄수화물을 많이 보충하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마사지도 꾸준히 받는다. 마침 A매치 휴식기다. 휴가를 받아 본가에 와서 푹 쉬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있다. 회복 잘 해서 더 좋은 모습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프로 1년 차에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감사한 일이다. 형들이 작년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 주신 덕분이다. 해외 팀을 상대해 본 건 처음이었다.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은 K리그와 또 다르더라. 팀 스타일도 달랐고,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날씨도 큰 변수였다. 좋은 경험이 됐다.


10라운드 포항전에서 프로 데뷔골을 터뜨렸다. 경기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처음엔 오승훈 선수의 득점인 줄 알았다


평소 코너킥 공격 때는 뒤에서 대기한다. 그때는 경기 막바지였고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벤치에서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가라는 지시가 나와서 골대 앞에 있었다. 승훈이 형의 헤딩이 내 쪽으로 날아오더라. 골대 방향이어서 그대로 두면 들어가겠다 싶었다. 피하려고 숙였는데 공이 너무 빠르게 와서 내 머리에 맞고 들어갔다. 그때 옆에 있던 세징야는 내 골인 걸 보고 내게 달려왔다. 둘이서 좋아했다.


데뷔골 이후 오승훈 선수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승훈이 형은 '네 머리에 맞지 않았다면 안 들어갔을 수도 있다'고 해주셨다. 그러면서 밥 한 번 사라고는 하시더라(웃음). 다른 형들은 '데뷔골 당했다'고 놀린다.


꿈꿨던 데뷔골 장면은 아니었을 텐데


데뷔골이 예상치 못한 형태로 나와 아쉬운 마음이 없진 않지만 그 골은 팀에 정말 필요한 득점이었다. 내 골을 통해 원정에서 승점을 챙길 수 있게 돼 기쁘다. (다음에 골을 넣는다면 어떻게 넣고 싶나) 이래 봬도 중고등학교때 헤딩골을 종종 넣어봤다. 다음엔 첫골과 다르게 멋있는 헤딩골을 넣어보고 싶다.


15라운드 포항전에서는 날카로운 크로스로 도움을 기록했다. 크로스가 더 예리해진 것 같은데


그전까지는 크로스 정확도가 많이 떨어졌다.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셨다. 그래서 본 훈련이 끝나면 코치님과 남아 크로스 연습을 했다. 지난 포항전 때 크로스 상황에서 더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 (두 번째 어시스트 이후 라마스가 득점자인 고재현 선수가 아니라 황재원 선수에게 달려가더라) 왜 나한테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웃음). 가까이 있어서 왔던 게 아닐까. 서로 대화를 나누진 않았고 포옹하며 좋아하기만 했다.


공교롭게도 포항을 상대로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같진 않다. 유독 포항전에 운이 따라줬다. 강팀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는 다른 팀을 상대로도 공격포인트 숫자를 늘려나가고 싶다.


포항전 마치고 수훈 선수로 선정돼 방송 인터뷰도 진행했다. 긴장했던데


방송 인터뷰가 처음이었다. 너무 떨려서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나더라. 나중에 다시 봤다. 친구들이 손을 왜 이렇게 떠냐고, 처음인 거 티 내냐고 놀렸다. 가족들은 그날 경기장에 오셨는데 좋아하셨다.


시즌 초반 팀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컵대회를 포함해 11경기 무패다. 팀 분위기는 어떤가?


부족한 점을 하나둘 보완하면서 팀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휴식기에 돌입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팀 분위기가 좋다. 작년 시즌 초에도 팀 성적이 좋지 못했는데, 5월쯤부터 승점을 쌓아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형들이 초반에 좋지 못할 때도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다독여 주셨다. 다 같이 으쌰으쌰해서 분위기가 올라오고 있다.


이제 프로 생활을 시작하는 단계인데, 롤모델로 꼽는 선수가 있을까?


플레이 스타일 면에서는 아직 없지만 주장 (김)진혁이 형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진혁이 형은 공격이든 수비든 팀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팀을 이끈다. 항상 자신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 든든하다. 축구 외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다. 진혁이 형처럼 팀이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공격포인트를 많이 올리고 싶다. 구체적으로 설정한 목표치는 없지만 최대한 많이 해서 항상 응원하러 와주시는 팬분들께 재밌고 이기는 축구를 보여드리고 싶다. 축구 인생에서 올 시즌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수상 욕심은 없을까?


당연히 아예 없진 않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하다.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방송 인터뷰에서 U23 대표팀 승선을 노려보겠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나왔다. 나중에 다시 보고서야 그런 이야기를 한 줄 알았다(웃음). 청소년 대표팀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대표팀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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