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사랑한 프랑스 아를에 이우환미술관 문열었다
자연, 역사와 현대건축 공존
"한국미술 알리는 전초기지"
![프랑스 남부도시 아를에 문을 연 이우환미술관에 한 관람객이 작품을 보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4/18/joongang/20220418174302678ppvl.jpg)

한국의 대표 미술가 이우환(85) 화백의 이름을 건 이우환미술관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Arles)에 문을 열었다. 아를은 세계적인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1년간 머물며 ‘해바라기’ ‘밤의 테라스’ 등을 200여 점의 작품을 남긴 도시다. 이곳에 개관한 이우환미술관은 일본과 한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생긴 이우환미술관이다.
이우환미술관은 2010년 일본 나오시마 섬에 가장 먼저 생겼고, 2015년 부산시립미술관 내 이우환 공간이 개관했다. 일본 나오시마 섬의 이우환미술관은 일본의 대표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이번에 아를에 이우환미술관이 들어선 장소는 16~18세기 지어진 저택 (Hôtel de Vernon·오텔 베르농)으로, 이 건물의 보수에도 안도 다다오 건축가가 참여했다.
"전시 공간 아니라 삶의 공간"

![이우환 화백의 회화 작품이 걸려 있는 프랑스 아를의 이우환미술관. [ 사진 AFP=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4/18/joongang/20220418174306399czxn.jpg)
이 화백은 이우환재단을 통해 지난 수 년간 아를에 자신의 미술관을 여는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본래 2020년 개관을 목표로 추진해왔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개관이 미뤄졌다. 아를 시는 2014년 이 화백이 베르사이유 궁에서 전시하기 전부터 일찌감치 이우환미술관 건립을 반기고 협조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로마'라 불리는 아를은 고대 로마 문화유적이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현대건축물 루마 아를(Luma Arles)도 있다. 고대 도시를 배경으로 나선형 타워의 대담한 현대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독특한 곳이다. 이 화백은 "여기는 아시아, 일본도 한국도 아니다. 이곳은 로마 제국 이래로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역사와 제 작품이 만나 서로 부딪히고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물은 16~ 18세기 사이에 지어진 3층 규모, 25개의 방이 있는 옛 주택으로 1350㎡ 규모다. 외신에 따르면 1층에 10여 점의 설치작품과 30여 점의 회화 작품이 전시됐다.
이우환, 가장 세계적인 한국 작가
![아를 이우환미술관에서 외신매체들과 만난 이우환 화백. [사진 AFP=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4/18/joongang/20220418174307604pjbr.jpg)
1936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이우환은 서울대 미대를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사물과 세계의 관계에 대해 천착하며 일본 아방가르드 운동 '모노하'를 주도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모노하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콘크리트, 유리판, 강철 등의 산업 재료와 이들 중에서 선택된 돌과 나무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인 일본 미술 운동이다.
또 선, 점 등 시각 표현의 기원에 천착하는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질문을 던져왔다. 1973년경부터 시작된 그의 작품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연작은 점을 찍어 붓 끝에 묻은 안료가 소모될 때까지 선을 그으며 계속 반복한 행위로 탄생했다.
이 화백은 1971년 프랑스 비엔날레 드 파리 첫 전시 이후 파리에도 작업실을 두고 활동해오며 프랑스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왜 그는 아를을 택했을까.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아를이 역사와 시간이 축적된 장소라는 점이 이 화백의 작품과 연결된다"고 해석했다. 콘크리트와 강철 등의 재료를 사용하는 작품은 '시간성'이라는 주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 그는 "이 화백의 작품은 기본적으로는 동양적 사고와 감성에서 출발했지만, 어떤 틀에 갇혀 있기보다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만나 서로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가는 관계에 관심이 지대하다"며 "아를 미술관을 연 것은 아를을 통해 더 넓은 세계와 만나고 대화하겠다는 작가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편 프랑스에 오래 작업을 했던 이배 작가는 "아를은 아름다운 고대 유적에 자연환경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요즘 현대미술을 과감하게 수용하고 소개하고 있는 도시"이라며 "아를의 이우환미술관은 한 개인 작가의 미술관이 아니다.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전초기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미술관 개관 사실은 맞지만, 당분간 한국 매체와는 인터뷰하고 싶지 않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3개월에 걸쳐 세무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며 "평생 작업에 매달려온 작가를 무슨 범죄인처럼 대하는 문화가 나를 힘들게한다. 현재로선 하고 싶은 얘기가 없다"고 전했다.
현재 이 화백의 무대는 세계다. 2018년 그의 신작 '관계항-무대(Relatum-Stage)'가 영국 런던의 세계적인 미술기관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 야외공간에 전시됐다. 앞서 2011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었고, 2019년 퐁피두 메츠 센터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현재 그는 파리와 도쿄, 서울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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