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장벽 붕괴때 그가 있었다...푸틴이 '푸틀러' 된 그날 비밀 [후후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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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
오는 9일, 러시아의 전승기념일에 블라디미르 푸틴(69) 러시아 대통령이 내놓을 메시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당초 서방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특수군사작전의 성공적 종료”를 선언하고, 러시아 국민에게 “서방과 나치의 공격에 또다시 승리한 위대한 러시아”를 외치며 애국적 황홀경(patriotic ecstasy), 일명 ‘국뽕’을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측했다(CNN 보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의 참가자가 푸틴과 히틀러를 합성한 사진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통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1/27/joongang/20230127201136714wcbr.jpg)
하지만 현실의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퇴각한 뒤, 동부 돈바스 전선에서도 뚜렷한 전과를 못 내고 있다. 승리와 종전 선언이 어려워진 푸틴 대통령이 ‘위대한 러시아’를 외치기 위한 수단으로 ‘전면전’을 선포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푸틴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유대인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를 ‘네오 나치’라 부르며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를 침공 명분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번엔 우크라이나 돕기에 나선 서방의 행동을 ‘무고한 러시아에 대한 탄압과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들로부터 러시아 민족을 구원한다면서 확전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푸틴의 자가당착 오류와 현실 왜곡에 대해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2차 대전, 소련 해체에 대한 트라우마”라는 해석을 내놨다. 또 푸틴의 성장기에 형성된 개인적 열등감이 트라우마와 결합돼 일종의 분노 장애와 판단 오류를 일으키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지난 2017년 러시아 남부 티바 공화국에서 사냥과 낚시 여행을 즐기고 있는 푸틴 대통령.[스푸트니크=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1/27/joongang/20230127201138002ofok.jpg)
온가족이 나치 독일 피해자인 왕따 소년
푸틴은 2차 대전(1941~1944) 당시 나치 독일이 잔혹한 포위·섬멸 작전을 진행한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다. 당시 아돌프 히틀러(1889~1945)는 레닌그라드를 872일 동안 포위하고 포탄을 퍼부으며 “기아로 숨통을 끊고, 지구상에서 흔적을 없애라”고 광기를 부렸다. 당시 레닌그라드 민간인 최소 100만 명이 굶주림과 추위로 숨졌다. ‘역사상 최악의 포위작전’이라고도 불린다.
이때 푸틴의 아버지 블라디미르 스피리도노비치 푸틴(1911~99)은 소련군으로 복무하다 나치의 수류탄에 맞아 한쪽 팔을 잃었다. 공장 노동자였던 어머니 마리아 아바노브나 푸티나(1916~98)는 굶주림과 포격 속에 간신히 살아남았다. 하지만 푸틴의 큰 형 빅토르, 작은 형 알베르트는 모두 숨졌다. 외할머니는 나치 점령 하에서 살해됐고, 외삼촌은 행방불명됐다.
![장정 3명이 히틀러의 레닌그라드 봉쇄로 사망한 사람들을 매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1942년 10월 1일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리아 노보스티]](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1/27/joongang/20230127201140324bczj.jpg)
푸틴은 전쟁이 끝난 1952년, 레닌그라드 폐허에서 태어났다. 체구가 작고 허약한데다, 쥐가 들끓는 허름한 공동주택에 살았던 그는 동네 아이들에게 자주 따돌림을 당하고 얻어맞았다.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푸틴은 어린 시절부터 유도를 연마했다. 무술 실력이 쌓이자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소년들과 어울려 다니며 싸움을 일삼았다. 스스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거리의 훌리건”이라 표현할 정도로 자타공인 ‘문제아’였다. BBC에 따르면 푸틴은 2015년 “50년 전 레닌그라드 거리는 내게 한 가지 규칙을 가르쳐줬다. 싸움이 불가피할 때, 먼저 주먹을 날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힘에 대한 열등감이 동경심으로 바뀐 어린 푸틴에게 국가보안위원회(KGB)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17세에 KGB 레닌그라드 지부를 무작정 찾아가 요원이 되는 법을 물었다. “법학을 공부하고, 국가에 반하는 언동을 하지 말라”는 답을 듣고 그대로 실천했다. 1년 뒤, 그는 레닌그라드 법학과에 입학했고 졸업도 하기 전인 1975년 KGB에 입사했다.
![KGB 시절의 젊은 푸틴. [중앙포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1/27/joongang/20230127201141544qiaa.jpg)
베를린장벽 붕괴날 홀로 서류 불태운 KGB
푸틴의 첫 해외 근무지는 옛 동독의 드레스덴이었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푸틴은 동독의 분노한 반정부 시위대가 KGB 지부로 습격할 것을 대비해 황급히 러시아 본부에 무장 지원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뿐이었다. 푸틴은 시위대를 피해 홀로 사무실에 들어가 기밀 서류를 불태워야 했다. 훗날 푸틴은 “모스크바의 일이란 침묵이었다. 나라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1990년 소련 해체 이후 은퇴한 뒤 러시아로 돌아온 푸틴은 한동안 무허가 택시운전을 해야 할 정도로 생활고를 겪었다. 그에게 서방은 공산주의 몰락과 소련 해체의 배후이자, 러시아 연방까지 붕괴시키려는 적(敵)으로 각인됐다. 실제로 푸틴은 지난해 러시아 제헌절(12월12일) 국영방송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서방 세력이 (소련 해체 이후인) 1990년대에도 러시아 연방의 붕괴를 꾀하며, 온갖 수단을 동원해 러시아를 흔들려는 분리주의자·폭력조직·테러리스트를 지원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 32주년 기념관에서 동독에서 서베를린으로 넘어가다 사망한 사람들을 기리는 초상화 앞에 우크라이나 국기 모양의 화환이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1/27/joongang/20230127201142799kmhw.jpg)
이같은 개인사는 푸틴에게 ‘무너지지 않는 강력한 조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배적 아젠다를 심었다. NYT는 “푸틴에게 나치란 ‘반유대주의’가 아닌 ‘반러시아’를 의미하며, 서방은 러시아를 붕괴시키기 위해 습격의 기회를 노리는 악(惡)”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세르게이 마르코프 크렘린 분석가는 “우크라이나의 네오 나치는 반러시아 세력”이라고 언급했고, 푸틴은 같은달 TV 연설에서 “서방이 러시아를 파괴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우크라이나의 나치(반러 세력)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인과 결과, 현실과 상상이 뒤엉킨 ‘푸틴의 세계관’ 안에선, 유대인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사주를 받아 러시아 붕괴를 도모한 나치(반러 세력)가 되고, 우크라이나를 도운 서방은 졸지에 ‘나치 피해자인 러시아를 끊임없이 탄압하는 압제자’로 둔갑한다. 정작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만이 ‘완전무결한 피해자’고, 세계인이 ‘푸틀러(푸틴+히틀러)’라 부르는 자신의 실체는 ‘러시아의 구원자’가 된다.

'위대한 조국, 세계적 지도자' 향수 자극
정치인으로 변모한 푸틴은 말 그대로 ‘수직 성장’했다. 1990년 정계에 입문한 뒤, 10년이 채 안된 1999년 8월 47세 나이로 총리 자리까지 올랐다. 이듬해 5월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23년째 권좌를 유지(2008~2012년은 총리)하고 있다. 2020년 7월 국민투표로 개헌안을 통과시켜, 사실상 종신집권의 문을 열었다.
푸틴의 인기는 러시아 중년층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데이비드 브룩스 미국 시카고대 역사학과 교수는 “푸틴은 옛 소련의 향수를 갖고 있는 러시아인들에게 다시 한번 러시아가 ‘위대한 국가’이고, 자신들의 지도자(푸틴)가 표트르 대제같은 ‘세계사적 인물’이라는 만족감에 빠지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토마스 프리드만은 NYT 기고문에서 “푸틴은 러시아인의 마음을 뒤흔드는 깡패”라고 표현했다.
![러시아의 대표적 유라시아주의자 알렉산드르 두긴. [사진 위키피디아]](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301/27/joongang/20230127201144429ptpr.jpg)
푸틴은 강하고 안전한 조국 건설을 위해 민주주의나 자유경제가 아닌 러시아의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를 택했다. 러시아가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지배해야 한다는 유라시아주의의 주창자이자 신비주의 정치철학자인 알렉산드르 두긴(60)이 푸틴의 브레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긴은 미국과 서구의 자유주의에 반대하며 ‘러시아의 영혼’을 지나치게 강조해 ‘현대판 라스푸틴’이라 불리기도 한다. “푸틴을 비판하는 사람은 정신병자”라고 주장할 정도로 맹렬한 푸틴 지지자다.
‘푸틴의 복심’ 두긴이 지난달 12일 이번 전쟁에 대해 내놓은 전망은 의미심장하다. “러시아는 이 전쟁에서 패할 수 없다. 러시아가 패한다면 전 세계는 화염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중략) 우리 병사들은 돈바스 점령이 아닌, 젤렌스키 항복 이후 비로소 귀환할 것이다.” 두긴의 불길한 예언이 현실이 될지, 망상에 그칠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후후월드 특집] 블라디미르 푸틴 ㊦편은 5월8일 AM5에 출고됩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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