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도, 술도..요즘 '핫플'에서는 서서 먹는다

윤은별 2022. 4. 14. 16: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불편해도 색다른 곳 찾는 MZ세대

서서 먹는 카페?

의자가 없는 카페라니, 상식 밖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한국처럼 카페에서 오랜 시간 앉아 공부나 일을 하는 문화가 흔한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서서 먹는 술집은 또 어떤가. 한곳에 앉아 2시간, 3시간씩 ‘부어라 마셔라’ 먹고 마시는 음주 문화가 익숙한 이들에게 낯선 풍경일 수밖에 없다.

최근 의자가 없는 카페, 의자가 없는 술집을 찾는 발길이 많아지고 있다. 사람 가슴께 높이 바 테이블에 기대 서서 에스프레소 한 잔, 잔술 한 잔을 즐기는 식당이다. 식문화의 보편적 상식을 깨는 스탠딩 매장에 유독 MZ세대 젊은 고객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스탠딩 에스프레소바 유행을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리사르커피 약수점. 10명 정도 서 있을 수 있는 작은 매장에 평일 오전에도 사람이 가득 찼다. (윤은별 기자)

▶서서 먹는 에스프레소

▷외진 위치, 의자 없어도 줄 서 먹는다

서울 중구의 한 카페. 분명 ‘카페’라는데, 겉모습은 간판 하나 없는 필로티 구조의 평범한 오피스텔이다. 주변 환경도 주택과 슈퍼마켓, 정육점 등이 대부분인 흔한 주택가 동네다. ‘핫플’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건물. 그 안으로 평일 오전임에도 사람이 끊임없이 줄지어 오간다. 행렬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열 평도 안 될 법한 작은 공간이 하나 나온다. 커피를 내리는 주방과 홀을 가르는 단출한 바 테이블 하나가 인테리어의 거의 전부다. 10명 정도 손님이 다닥다닥 붙어 서면 꽉 차는 이 카페는 국내 스탠딩 에스프레소바 1호점인 ‘리사르커피’ 약수본점. 의자 하나 없는 이 카페는 인기에 힘입어 3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리사르커피 영업시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다. 짧은 영업시간, 서서 먹을 수밖에 없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하루 400잔 이상의 커피가 팔려 나간다. 이 밖에도 서울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오우야 에스프레소’ 외에 서울 강남구의 ‘구테로이테’, 중구 ‘엘 카페시토 바’ 등의 스탠딩 에스프레소바가 최근 1~2년 새 새로 문을 열며 소비자 발길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을 넘어 춘천, 청주 등 지방에도 하나둘 생기는 추세다.

스탠딩 에스프레소바에서는 대개 고온으로 뽑아낸 30㎖ 내외 에스프레소, 혹은 에스프레소 위에 거품이나 토핑을 얹은 메뉴를 판매한다. 일반적인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스프레소에 물이나 우유를 타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와 같은 메뉴는 없다.

주로 짧은 시간 온전히 에스프레소의 맛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스탠딩 에스프레소바를 즐겨 찾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혼자 방문하기도 편하고, 서서 마시면서 커피의 맛에만 집중해 좀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시끌벅적한 한국의 일반 카페와 다른 문화가 독특해서 일부러 멀리서 찾는다”고 말했다.

스탠딩 에스프레소바의 원조는 유럽 이탈리아다. 다른 재료 없이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온전히 즐기는 것도 이탈리아식 커피 문화다. 코로나19로 여행길이 막힌 것 역시 현지의 향수를 부르는 에스프레소바 인기에 한몫했다.

▶선술집이 진화했다

▷회 네 점과 함께하는 ‘서서 음주’

술집 중에서도 ‘스탠딩바’가 최근 인기다. 1980년대 선술집을 아는 세대라면 ‘서서 먹는 술집’에는 비교적 익숙할 수 있다. 지금도 서울 종로구 순라길 등에는 노년층이 주로 찾는 선술집이 남아 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스탠딩바는 조금 다르다. 무엇보다 독특한 ‘감성’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서울 중구 을지로의 ‘스탠딩바 전기’, 용산구의 ‘키보’가 대표적이다. 매장 안에는 바로 들여다보이는 주방, 그리고 기다란 바 테이블이 있다. 물론 의자는 없다. 일본 현지 소품을 그대로 가져온 인테리어도 눈에 띈다.

이들 술집은 일본의 ‘타치노미야(서서 먹는 술집)’ 문화를 그대로 재현한 모양새다. 주로 생선회 네 점, 삼치구이 여덟 토막같이 적은 양의 안주를 술과 함께 판매한다. 메뉴 하나당 단가도 1만원 이하에서 시작할 만큼 저렴하다. ‘서서 가볍게 먹고 마시라’는 취지다.

한곳에서 오랫동안 많은 술을 마시는 한국의 음주 문화와 스탠딩바의 가벼운 음주는 맞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마니아가 생기며 인기를 끌고 있다. 때로는 웨이팅 줄까지 길게 늘어설 정도다. 스탠딩바 전기를 운영하는 김현기 대표는 “호불호가 극명한 가게다. 그만큼 재방문하는 단골도 많다”면서 “손님들이 스탠딩바를 찾는 것은 대중이 스탠딩 공연에 재미를 느끼는 이유와 같다고 생각한다. 불편한 것보다 다른 곳과 달리 서서 먹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손님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곳들 역시 찾는 손님의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김 대표는 “2019년 을지로 인근 직장인 손님을 겨냥해 문을 열었는데, 오픈 이후 계속해서 손님의 연령대가 어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20대 손님이 3분의 1 수준”이라고 전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스탠딩바 전기는 2019년 문을 열었다. 의자 없이 서서 술을 즐기는 매장이다. 이곳을 찾는 손님 중 3분의 1 정도가 20대다. (스탠딩바 전기 제공)

▶‘독특’ ‘취향’ 찾는 MZ세대

▷소통에도 스탠딩 매장이 ‘딱’

‘스탠딩 문화’는 왜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걸까.

우선 MZ세대가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구성하기 위한 경험을 적극적으로 찾기 때문이다. 틀에 벗어난 ‘서서 먹는’ 독특함 그 자체가 젊은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롭고 독특한 경험이라면 불편함이나 비용도 기꺼이 감수하는 MZ세대의 ‘가치 소비’ 경향이 투영된 트렌드다. 흔한 좌식 문화를 벗어난 다양한 소비 생활을 즐기며 만족감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Z세대가 선호하는 ‘인증샷’을 찍기 적절한 인스타그래머블한 외관도 물론 한몫한다. 스탠딩 에스프레소바의 에스프레소 잔을 쌓아 사진을 찍는 ‘잔 쌓기’ 관련 해시태그를 단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200개 이상이다.

바 형태 스탠딩 매장이 자유로운 소통에 용이하다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대개의 스탠딩 매장이 협소한 공간에서 일행이 아닌 타인과도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과도 마주 보는 구조로 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부터 서울 중구에서 스탠딩 에스프레소바 엘 카페시토 바를 운영하고 있는 최지혜 씨는 “바 하나를 두고 손님과 마주 보는 구조 때문에 혼자 가게를 운영하면서 손님에게 커피를 내려주며 직접 메뉴와 맛을 설명할 수 있다”면서 “처음 방문한 손님과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스탠딩바의 매력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MZ세대의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특성이 스탠딩 방식과 잘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 나온다. 김 교수는 “유럽 등지에 널리 퍼진 스탠딩 매장의 특징은 처음 보는 타인과 이야기하거나 보다 편하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라면서 “사회가 조금 더 개방된 분위기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를 이끌고 있는 MZ세대 사이에 이런 매장이 선호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4호 (2022.04.13~2022.04.1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