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약 안 듣는 파킨슨병·손떨림, 절개 없는 초음파 수술로 치료"

김선영 2022. 5. 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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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은정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이은정 교수는 “초음파 뇌 수술은 MRI를 통해 수술 부위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치료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파킨슨병·본태성 진전(떨림)처럼 비정상적으로 많이 움직이거나 적게 움직이는 운동장애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일상생활을 수행하기가 불편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최근엔 이런 신경계 질환 치료에 고집적 초음파 뇌 수술이 활용돼 주목받는다. 경두개 고집적 초음파 시스템인 ‘엑사블레이트 뉴로(ExAblate Neuro)’가 대표적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8월 이를 도입해 활용함으로써 환자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이은정 교수에게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법을 물었다.

Q : ‘엑사블레이트 뉴로’의 치료 원리는 뭔가.
A : “고집적 초음파 뇌 수술은 자기공명영상(MRI)을 근거로 선정한 뇌 심부의 목표 부위에 초음파를 강하게 집중시킴으로써 뇌 조직의 온도를 높이고 괴사를 유발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치료법이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으면 종이를 태울 수 있듯 여러 군데에서 나오는 초음파 에너지를 한 곳에 집중시키면 다른 인접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은 채 목표한 뇌 조직만을 선택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수술 중 MRI를 통해 실시간으로 뇌 심부의 온도를 측정하고 동시에 증상의 호전을 확인하면서 진행한다.”

Q : 어떤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나.
A : “주로 본태성 진전, 파킨슨병, 근긴장 이상증 등 운동장애 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물론 수술 전 초음파 에너지 투과 효율, 두개골의 크기와 모양, 뇌 안의 석회화 정도 등을 확인해 초음파 수술로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다. 운동장애 질환자들은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크고 대인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단순히 운동·기능적인 부분뿐 아니라 우울감·고립감 등 심리적인 부분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기본적으론 약물치료를 하고 여기에 잘 반응하지 않을 때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가장 보편적인 수술법은 뇌 심부 자극술이다. 뇌에 작은 구멍을 내 전극을 삽입하고 몸속에 장착한 배터리에서 공급받은 전력을 이용해 뇌의 병소를 지속해서 자극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침습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출혈·감염 발생의 위험이 있고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교체해 줘야 한다.”

Q : 기존 수술법과 비교해 초음파 수술의 장점은 뭔가.
A : “우선 비침습적인 수술법이다.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두개골에 구멍을 내거나 이물질을 삽입하지 않으므로 감염 우려가 원천적으로 없다. 또 수술 중 MRI 시스템과 연동해 치료 부위와 범위, 병소 크기 등을 조절함으로써 좀 더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이뤄져 치료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별도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지 않아 일상 복귀가 빠르므로 환자가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다만 혹시 모를 부작용 발생을 우려해 양측 증상이 있어도 한쪽 뇌 부위만 치료한다.”

Q : 치료 효과와 환자 만족도는 어느 수준인가.
A : “보편적인 수술법인 뇌 심부 자극술의 치료 효과와 견줄 만하다. 물론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환자별로 달라지겠지만 50~60% 수준의 개선 효과를 보인다. 수술적 치료는 기본적으로 약물이 잘 듣지 않는 난치성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의미가 크다.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치료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데다 수술 전과 달라진 모습에 삶의 질이 많이 개선됐다고 한다. 특히 파킨슨병 환자는 가만히 있을 때도 떨림 증상이 나타난다.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물론이고 잠을 잘 자지 못해 우울증을 동반하곤 하는데, 치료 후 떨림 증상이 거의 사라져 만족감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

Q : 다른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A : “과거엔 초음파 에너지의 두개골 투과율이 낮아 뇌 질환 치료에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초음파 뇌 수술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많이 입증돼 전 세계적으로 100여 군데에서 장비가 운용되고 있다. 지금은 주로 운동장애 질환에 사용되고 있지만, 뇌 신경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강박 장애나 우울증, 뇌전증 등 치료 적응증이 갈수록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Q : 향후 초음파 치료에 대한 기대 효과는 뭔가.
A : “그동안 뇌 신경계 질환의 약물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건 뇌혈관 장벽에 막혀 충분한 농도의 약물이 뇌 안으로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음파를 이용하면 뇌혈관 장벽을 일시적으로 개방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뇌혈관 장벽을 일시적으로 열 수 있다는 건 뇌 질환 치료제를 뇌의 특정 부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도움된다는 의미다. 이와 더불어 비정상적인 단백질의 제거, 신경 재생 효과로 치매나 파킨슨병, 악성 뇌종양 등의 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국내에선 건강보험급여 대상이 아니라 초음파 뇌 수술을 도입·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충족 의료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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