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주점 된 우크라 벙커.."이 꼴로 전쟁 대비" 한탄 터졌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있는 주요 기차역 내 공습 대피소. 키예프 시 당국은 16일(현지시간) 기자들을 초청해 비상 상황시 은신할 수 있는 공간을 공개했다. [AP=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2/18/joongang/20220218091506505decn.jpg)
우크라이나 북동부 러시아 접경 지대에서 불과 40㎞ 떨어진 하르키우. 인구 140만 명이 사는 이곳은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로, 러시아 침공시 잠재적 표적으로 거론되는 지역 중 하나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정부는 하르키우를 포함한 여러 대도시 시민들이 러시아군의 공습 시 대피할 수 있는 지하 대피소 위치를 지도에 표시하고 웹사이트에 올렸다. 이반 스콜 하르키우 민방위 국장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우리 지역 내엔 지하 벙커 4300곳이 있는데, 이중 약 80%가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5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가 하르키우 현지를 취재한 결과, 100여 곳만 지도상 위치와 일치했고 이마저도 96곳은 출입문이 잠겨있거나 도저히 지낼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피소를 미리 찾아가봤다는 지역 주민들은 실내 상태가 최악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내가 만삭이라는 한 시민은 "아파트 단지 아래 대피소는 하수도에 잠겨 악취가 진동한다"며 "전쟁이 닥쳐도 도저히 아내를 데리고 이곳으로 피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스카이뉴스는 러시아군의 공습 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몸을 숨길 수 있는 임시 대피소의 유지·관리가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 당국은 16일(현지시간) 미디어 투어를 통해 주요 기차역에 있는 공습 대피소를 공개했다. 시 당국 관계자가 공습 대피소 안을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2/18/joongang/20220218050103153fqkp.jpg)
인구 30만 명이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곳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로부터 150㎞가량 떨어져 있는 항구 도시다. 자유유럽방송(RFE)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전면전에 돌입할 경우, 헤르손 같은 항구 도시부터 함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헤르손 시의회가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내에 있는 임시 대피소 139곳은 이발소·타투시술소 등 민간 사업장으로 변질돼 있었다. 또 나머지 일부는 수십 년간 오랜 방치로 황폐해져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시의회 측은 "임시 대피소 중 불과 17곳만 정부 관할이어서 통제가 어렵다"는 해명을 내놨다.
![카메라 기자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있는 공습 대피소를 촬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2/18/joongang/20220218050104332wnxb.jpg)
인구 295만 수도 키예프의 공습 대피소 상황은 그나마 낫다. 지하철 역사를 포함해 벙커로 활용할 수 있는 지하 통로와 주차장이 많기 때문이다. 키예프 시의회 측은 "4500~5000개의 지하 대피소 가운데 81% 가량 사용할 수 있다"며 "나머지도 적합한 사용 시설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소유주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ABC방송이 둘러본 바에 따르면 일부는 식당·상점은 물론 술집·스트립 클럽 등 유흥주점으로도 개조돼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크라이나 정부가 대피소 관리를 사실상 손 놓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스카이뉴스는 "국경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 준비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RFE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역의 공식 대피소 2만1000곳 중 11%만이 정상적인 벙커로 기능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공습 대피소 전경. [AP=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2/18/joongang/20220218050105516qydj.jpg)
이에 일부 시민들은 '각자도생 전쟁 대비'에 나서고 있다. 하르키우에 사는 엘레나는 딸을 데리고 일주일에 두 번씩 여권 등이 든 비상 탈출용 가방을 챙겨 집 근처 은신처로 대피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엘레나는 스카이뉴스에 "나는 2014년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점거한 동부 도시 루간스크에서 탈출한 경험이 있다"며 "기억하기도 힘든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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