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곯는 버스 운전사들.."맹탕국, 그마저도 줄줄" 논란의 급식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고 싶지가 않다니까요. 차라리 2700원짜리 식권과 라면을 바꿔 먹고 말지.”

버스 운전사 A씨는 올해 초 서울의 한 차고지 내 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두 눈을 의심했다. 밥알 사이에서 쌀포대 자루로 보이는 작고 흰 천 조각이 나와서다. 그는 회차 대기 시간 30분 안에 조금이라도 더 허기를 채우고 싶었지만 식사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 A씨는 “위생문제는 물론이고 심지어 식판이 깨져 국물이 줄줄 샐 때도 있다”며 “그간 노조원들이 서울시와 사측(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 여러 번 문제를 제기했지만 바뀌는 건 없다”고 했다.
서울시버스노조와 사측이 26일 파업을 앞두고 ‘5% 임금 인상’에 극적 합의했으나 “운전기사 ‘부실 급식’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흰 밥에 김치류 반찬 3개…“차라리 라면을”

부실한 급식 때문에 아예 끼니를 거르거나 라면으로 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A씨가 문제를 제기한 구내식당 또한 식권 한장에 라면 한 개 또는 삶은 계란 3개를 팔고 있다. A씨는 “식권 한장의 가격이 2700원이어서 라면과 바꿔 먹긴 아깝지만 그래도 급식을 먹는 것보단 낫다는 동료들이 많다”며 “가뜩이나 식사가 부실한데 위탁업체에서 라면, 삶은 계란까지 비싸게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것 같다”고 했다.
운전사들 “된장국 짜고, 반찬은 수준 이하”

2020년 서울시가 공개한 ‘시내버스 표준원가에 따른 운송비용 정산지침’에 따르면 버스 한 대당 기타 복리는 2020년 12월 현재 1만1236원이다. 버스 한 대당 운전사가 2.85명인 것을 감안할 때 운전사 한 명이 받게 되는 일일 기타 복리비는 4000원 안팎이다. 이마저도 운전사 피복비와 경조금, 식대가 합산된 것이어서 이보다 훨씬 적은 식대가 책정됐다.
운전사 한 끼 3200원…초등생보다 39% 낮아
![2020년 서울시 '시내버스 표준원가에 따른 운송비용 정산지침'에 나온 버스 한 대당 하루 기타복리 비용. 기타 복리비는 피복비, 경조사비, 식대가 합산된 금액이다. [서울시]](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4/27/joongang/20220427174704207coew.jpg)
서울의 한 구내식당을 운영중인 버스회사 관계자는 “식사 질을 높이기 위해 단가를 올리려 해도 지원되는 예산이 워낙 한정적”이라며 “위탁 업체 입장에서는 계약 때 3년간 식당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올리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들어왔는데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자 식사 단가에서 절감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식당 운영위원회’ 결성에도 진전 없어
![조장우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왼쪽)과 박점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총파업을 하루 앞둔 2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조정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스1]](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4/27/joongang/20220427174704468vkgd.jpg)
심준형 서울시 버스노조 노무사는 “서울시에서 버스회사들을 준공영제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각 버스회사에 균일한 식사 질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타 복리에서도 다른 복리후생 관련 비용과 식대를 분리해 철저히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남의 차 흠집내며 애정행각한 죄? 불법체류자 커플의 최후 (영상)
- "우크라 여성 성폭행해" 아내와 통화한 러시아군, 포로됐다
- 현근택 "유재석, 법적 조치? 문·이재명 거절 이유부터 답해라"
- 김근식 "탁현민, 文 사냥개 자처…사람 물지 말고 사라져라"
- 골프장서 '깊이 3m 연못' 빠져 숨진 50대 여성, 무슨 일
- 정유라 눈물 "6년 깡으로 버텨…조민 불쌍하단 말 스트레스"
- '고등래퍼' 출신 래퍼, 9살 남자아이 추행…심신미약 주장
- DJ소다 "바지 벗은뒤 비행기 태워달라 빌어" 울분…무슨 일
- 청라 5억·동탄 3억 빠졌다…서울 아파트값 뺨치던 이동네 무슨일
- 문 대통령 "윤, 총장직 안 지켜" 진중권 "그렇게 만들어놓고…어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