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성곽 옆에 지어올린 나만의 셸터, 포토그래퍼 박종하의 집 #사진가의집

이경진 2022. 1. 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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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박종하는 매일 수십 번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한' 집에 살기로 했다.

Q : 자신의 집을 촬영해 본 소감은

A : 새로운 집에 이사온 지 두 달 정도 됐어요. 이사 후 지금까지 정신없이 일만 하느라 새 집에서 전혀 시간을 즐기지 못했어요. 이제야 하나 둘씩 기억 나요. ‘여긴 이런 이유로 창문을 만들었지’ ‘이것 때문에 이런 바닥재를 골랐지….’ 사진 찍으며 혼자서 좀 중얼거렸네요.

Q : 촬영한 컷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A : 방 문틈에 보이는 침대 끝부분을 찍고 있는데, 익숙한 발바닥 하나가 ‘슥’ 등장한 장면이요.

Q : 어떤 동네에 살고 있나요

A : 서울 신당동입니다. ‘노인보호구역’이라는 팻말이 있을 정도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동네예요. 집 옆의 성곽은 이곳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죠. 단단하고 오래된 것이 언제나 집 옆에 보인다는 게 꽤 아늑한 기분을 줘요.

Q : 구옥을 새 단장한 집이라죠

A : 처음 여자친구와 함께 살 공간을 찾기 시작했을 땐 아파트를 봤어요.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고 생각해서요. 그런데 알아볼수록 나다운 공간에 대한 애정이 커졌어요. 마침 이곳을 발견했어요. 두 가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편한 옥상, 따뜻한 실내. 오래된 주택을 처음 봤을 땐 이게 대체 무엇인가 싶었습니다. 예쁜 걸 볼 줄만 알았지 아름답게 만드는 과정은 전혀 몰라서 막막했어요. 제 사수인 사진가 홍장현을 통해 건축가를 소개받아 전체적으로 다시 단장했어요.

Q : 자신과 잘 맞는 집으로 만들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A : 일단 이 집은 굉장히 불편해요. 매일 수십 번씩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거든요. 그런데 전에 제가 살던 집과는 다르게 ‘살아 있는’ 느낌이 들어요. 계단을 오르내리다 한 번씩 위를 보면 하늘에 있는 창문의 풍경이 바뀌어요. 창밖으로 보이는 성곽의 색감도 매일 변해요. 나에게 맞춘 듯 편한 집보다 편하지 않더라도 나와 함께 살아가는 집이 되길 원했어요. 오히려 불편할 수 있는 요소들을 넣었죠. 거실의 단차처럼요. 이 집은 뭔가 계속 신경 쓰여요. 그렇게 점점 애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Q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거나 특별하게 여기는 장소는

A : 처음 이 집을 계획하면서 저희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봤어요. 저나 여자친구나 하루 중 잠자는 시간 외에는 방에 머물지 않더라고요.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보내도 불편하지 않은 성격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이 집에는 방이 한 개뿐이에요. 모든 공간이 문 없이 트여 있어요. 딱 한 곳, 저만의 공간이 있죠. 작은 책상을 놓은 한 평도 안 되는 자리가 있어요. 집에 있는 시간의 80%는 그곳에서 보낸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요.

Q : 사진가로서의 감각이나 취향이 반영된 부분도 있나요

A : 저와 같이 사는 사람의 취향이 그냥 섞여 있는 집이에요. 특별할 것 없는 가구와 오브제가 모여 있고요. 단지 집 같은 집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손을 많이 타는 편한 물건들 위주로 두려 했고요. 집착한 건 넉넉한 수납공간이요. 언제나 깨끗하게 유지하려고요. 공기 순환을 위해 곳곳에 작은 창을 냈어요.

Q : 집에서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사적인 장치는

A : 욕조입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반신욕을 즐기는 편인데 전에 살던 집에는 욕조가 없었거든요. 언젠가부터 편안한 욕실이 무척 중요해져서 잘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욕실에 창문을 만들었죠.

Q : 집이 때로는 일터이기도 한가요? 홈 오피스에 실현된 서재의 로망이 있다면

A : 딱 지금 상태가 좋아요. 일할 수 있는 책상이 있고, 냉장고가 바로 옆에 있거든요.

Q : 일상의 감각을 충족시키기 위해 집 곳곳에 얹은 디테일은

A : 향 피우기를 좋아해요. 구옥을 리모델링할 때 모든 창틀에 20cm 정도의 폭을 두어 달라고 했죠. 그곳에 향도 놓고 작은 조각도 놓습니다. 개인적으로 낮에 직사광선이 곧장 들어오는 건 편하지 않아서 대부분의 창을 반사광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냈어요.

Q : 당신이 진정으로 쉴 수 있는 공간에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A : 적당하게 통하는 바람과, 크게 음악을 틀 수 있는 공간이요. 이 집이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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