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몰로토프 칵테일

화염병은 해외에선 '몰로토프 칵테일' 혹은 ‘가난한 자의 수류탄’이라고 불린다. 휘발유·알코올 등 연료와 유리병, 불을 붙일 심지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 약자의 무기이자 폭동 도구로 쓰인다. 드물지만 정식 전쟁 무기로 사용한 사례도 있다.
1939년 겨울, 옛 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한 ‘겨울전쟁’이 시작됐다. 전력이 절대 우위였던 소련군은 민간 지역을 공습해 숱한 사상자를 냈다. 비난 여론이 일자 소련 외상 뱌체슬라프 몰로토프는 “굶주린 핀란드 인민을 위해 빵 바구니를 떨어뜨렸다”고 둘러댔다. 핀란드군은 화염병으로 화답하면서 이를 ‘몰로토프 칵테일’이라 칭했다. 국영 주류회사가 술 대신 화염병 45만병을 제조하고, 민간에서도 손을 보태 소련 전차에 맞선 것이다. 핀란드군의 게릴라식 항전과 몰로토프 칵테일의 위력은 만만찮았다. 석 달간 소련군 12만6800여 명이 전사했고 전차의 3분의 1인 2260여 대가 파괴됐다. 핀란드군 전사자는 2만6600여 명에 그쳤다. 사실상 핀란드의 압승이었다. 소련은 서둘러 평화협정을 맺었다.
러시아의 침공에 시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도 시민들에게 "몰로토프 칵테일을 준비하라"고 독려했다. 우크라이나 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몰로토프 칵테일 제조법을 설명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식 몰로토프 칵테일에는 잘게 부순 스티로폼이 첨가된다. 화염이 목표물에 더 잘 들러붙게 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러시아군은 겨울전쟁 때와는 달리 화염병 공격에 강한 신형 전차로 무장했고, 우크라이나인은 미미하게나마 업그레이드한 칵테일로 맞서는 것이다. 몰로토프 칵테일은 대통령부터 앞장서 수도를 지키며 결사 항전하는 그들의 결기를 상징하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화염병은 독재에 맞서는 민주 시민의 무기였으나 민주화 이후엔 근절 대상이 됐다. 1989년 제정된 ‘화염병 사용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약칭 화염병처벌법)’은 점차 강화됐다. 화염병을 사용하면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만원 이하 벌금형이던 것이 1991년에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올랐다. 2019년엔 벌금 상한액이 5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한국에서 화염병은 불법 무기이자 돈 없으면 못 던지는 ‘부자의 수류탄’이 됐다.
참고자료
하얀군복(중앙SUNDAY, 2008. 12.23)
화염병처벌법(국가법령정보센터)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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