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박사 푸틴'에 용인대 당혹 "학위 줄땐 반응 좋았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경기 용인대학교로 이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용인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누리꾼 등이 “당장 학위를 취소하라”고 요구하면서 용인대도 고민에 빠졌다.
용인대서 유도학 명예박사 학위 받은 푸틴 대통령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푸틴 대통령의 프로필을 검색하면 학력으로 ‘용인대학교 대학원 명예박사’가 뜬다. 푸틴 대통령은 총리였던 2010년 9월 용인대에서 유도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11살 때 유도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유도의 역사, 이론 및 실전』이라는 제목의 책을 저술할 정도인 유도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앞서 대한유도회는 2010년 푸틴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자 유도 명예 7단을 수여했다.
용인대가 학위를 수여한 이유도 ‘유도’의 영향이 크다. 용인대의 시초는 1953년 설립된 대한유도학교다. 1992년 용인대학교로 이름을 바꾼 이후에도 종합 대학 중 유일하게 유도학과와 유도경기지도학과를 둘 정도로 유도 명문이다.
용인대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일본과 러시아가 유도로 유명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교류를 해왔다”며 “당시 한·러 수교 20주년이고 푸틴 대통령이 유도 애호가로 유명해 명예박사 학위를 제안했는데 러시아에서도 흔쾌히 받아들여 수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용인대는 홈페이지에 “국제 스포츠계와 세계 평화를 위해 공헌한 푸틴 러시아 총리에게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세계 최초로 명예박사를 수여했다”는 설명과 사진을 게재했다.
“학위 취소하라” 요구에 난감한 용인대
그러나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국제 사회는 러시아를 상대로 경제 제재 등을 시작했고
스포츠계도 러시아와 관계를 끊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 등의 국제대회 초청·참가를 불허하도록 권고했다. 국제유도연맹(IJF)은 2008년 푸틴 대통령에게 부여했던 명예 회장 자격을 정지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도 푸틴 대통령에 수여했던 명예 단증을 철회했다.

이런 상황에서 용인대가 푸틴 대통령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지자 누리꾼 등은 “당장 학위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지는 항의에 용인대는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푸틴 대통령의 학위 수여 사진을 삭제한 상태다.
그러나 학위 취소 여부에 대해선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용인대 관계자는 “현재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지만, 학위 수여 당시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은 이해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위상 등을 고려하면 개인에게 수여한 박사 학위라고 해도 국가 간 관계를 따질 수밖에 없다”며 “일방적인 학위 취소는 오히려 우리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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