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여야·검찰 한목소리 낸 '고발인 이의신청권'..정치 싸움에 날아갔다

하준호 2022. 5. 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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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논의 중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검찰이 딱 한 번 의견 일치를 봤던 적이 있다. 지난달 26일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사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다. 테이블엔 형사소송법 245조의7(고소인 등의 이의신청) 개정 조항이 올라와 있었다. ‘불송치 통지를 받은 사람은 이의신청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해당 조항은 ‘고발인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시민단체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고발인들의 이의신청 창구가 막히는 셈이어서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선 이 조항을 위헌적 독소조항 1순위로 꼽아왔다.

▶예세민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고발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경우에 시민단체 등에서 공익 목적으로 고발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특별한 사정 없이 고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건 부당하다.”

▶김남국=“예, 고발인을 포함시키는 게 저는 타당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저도 김남국 의원님이 말씀하신 그 부분에 동의한다.”

민주당 측 다른 의원들도 동의를 표했고, 회의 말미에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다시 “형사소송법 245조의7, 이건 어떻게 하실 거냐”고 되묻자 소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고발인을 굳이 배제할 필요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삭제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답했다.

실제 민주당이 지난달 2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단독으로 의결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이 조항이 빠져 있었다. 그런데 같은 날 낮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대표발의로 본회의에 제출된 수정안에선 이 조항이 다시 등장했다.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안에 애초 박병석 국회의장과 박홍근 민주당,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합의하지 않은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민주당이 “합의문대로 하자”고 맞불을 놓으며 부활한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22일 박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 문구였다. 합의문 4항엔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한 사건(형소법 245조의7(고소인 등의 이의신청)) 등에 대해서도 당해 사건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속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합의문 문구에만 집착한 결과, 경찰의 불송치결정 시 통지 대상에 고소인·고발인,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을 명시하고 있는 직전 조항(형사소송법 245조의6)과도 모순되는 최종안이 나온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당의 원내 현안과 국회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들이 추인·동의한 것 아니냐”고 정당성을 강변했다. ‘검수완박’의 주역들은 언젠간 국회에서 자취를 감추겠지만, 그들이 떠난 뒤에도 오염된 제도와 절차를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건 남은 국민의 몫이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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