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왜 해요""선배 꼭 만나야 해요"..코로나 학번은 낯설다

채혜선 2022. 5.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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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학 동아리 회장 양모(26)씨는 최근 후배들에게서 ‘세대 차이’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술값 내고 엠티(MT) 가던 윗세대와 달리 후배들은 유흥비 지출에 익숙하지 않다”면서다. 그는 “‘코로나 학번’은 돈을 써본 적 없어서 그런지 돈 쓰는 데 약간 인색한 거 같다”고 말했다.

최근 대면 수업 본격화로 대학 캠퍼스가 다시 북적거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코로나 학번’과 그의 선배들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2년”이라는 말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코로나 학번은 달라진 것일까. 대학가에선 MT·축제 등과 같은 대학 문화 등을 경험하지 못한 후배들이 기존 대학생들과 섞이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배들 “공감할 이야기 부족”


3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북문 앞에서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 뉴스1
‘고학번 선배’들은 “후배와 공감할 이야깃거리가 부족하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양씨는 “지난주 동아리 MT를 갔는데 후배들이 MT에서 무엇을 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감을 못 잡았다”며 “후배들이 ‘우리 세대’의 술 게임 등을 하나도 몰랐다.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했다”고 웃었다. 그는 “코로나 학번은 학교 건물 이름, 어떤 시기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도 몰랐다. 문제의식을 공유하기도 힘들다”고도 했다.

‘코로나 학번’의 특징은 선배들이 언제 어떻게 배웠는지 모르는 사소한 것들을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대학 4학년인 김모(23·여)씨는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신입생들이 e메일을 대충 보낸다’거나 ‘교수님을 대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고 말했다. 김씨는 “온라인 수업에 친숙한 코로나 학번이 대면 수업 때 질문을 공격적으로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선배를 꼭 만나야 하나요”


2일 부산 남구 부경대 대연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이 분수대 인근을 산책하고 있다. 뉴스1
개인적 차이가 있겠지만, 온라인이 주는 편리성 등에 이미 길들여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면 만남이나 인적 교류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최모(19)씨는 “동아리를 하고 있지만, 애정도 없고 밥 먹고 싶은 선배도 없다. 이들과 친해질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했다. 22학번 한모(20·여)씨는 “선배를 굳이 만나야 하나 싶어서 친하게 지내는 선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와서 떼로 모여서 논 적도 없고 (MT 등이) 상상이 안 간다. 가끔 동기 2~3명 모여서 술이나 먹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일반적인 것인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실제로 대학생이 주로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엔 후배를 찾는 선배의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지난달 서울 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입생이 들어왔고 대면 학사가 시작됐으니 22학번은 먼저 연락 달라”는 글이 등장했다. 19학번이라는 글쓴이 김아현(21·여)씨는 “새터(새내기 배움터)에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새로운 환경에 후배들이 잘 적응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김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신입생 때 선배님들이 보여줬던 인간적인 모습을 후배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생각보다 연락이 많이 왔다”며 “선배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악습 없애는 기회일 수도


서울 한 대학교 과 학생회가 과 학생회비 미납자 이름을 공개해 비난을 받았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일부 캠퍼스에서는 과거 악습이 다시 나타났다는 논란도 있다. 최근 서울 한 대학의 과 학생회가 ‘중간고사 간식 행사’를 진행하면서 학생회비를 미납안 22학번 신입생 3명의 이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하면서다. 온라인에서는 “요즘 때가 어느 때인데 ‘X 군기’를 잡느냐” “구닥다리 병폐는 없애야 한다”는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결국 학생회 측은 “불편함을 느꼈을 학우들에게 고개 숙인다”고 사과했다. 대학생 김모씨는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코로나 학번의 ‘순수한’ 생각에 과거의 잣대를 함부로 들이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배들 덕분에 악습을 없앨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좌충우돌이 기대 반 걱정 반이다”고 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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