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걸레 짜는 상황"..나이팅게일 생일에 간호사 4000명이 모인 이유
“어떤 날은 환자가 병동에 들어오는 게 무서워요. 저 혼자 환자 21명을 본 적도 있거든요.”
2년 차 신규 간호사 조모(24)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리 병동에서 일하고 있다. 한창 일을 배워야 하는 초년병이지만, 쏟아지는 환자에 눈앞의 일을 처리하기에 급급하다고 했다. “환자가 많으면 실수가 나올 때도 있어요. 저는 환자 목숨을 구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너무 무서워서 차라리 일을 그만둘까 싶었죠”라고 조씨는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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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영웅 되기 싫다”…간호법 제정 촉구
간호사의 어머니격인 플로렌스 나이팅게일(1820~1910)의 생일인 12일 오후 한국의 간호사와 예비 간호사(간호대 학생) 4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모였다. 나이팅게일의 생일은 국제간호사의 날이기도 하다. 대한간호협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2022 국제간호사의날 결의대회’를 열고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해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담은 ‘간호법’ 통과를 촉구했다. 간호사 양성과 체계적인 배치, 불법 의료 근절 및 의사와의 업무 범위 명확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제도화 및 간호인력 처우 개선을 위해 법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말뿐인 코로나 영웅이라는 찬사는 우리를 더 힘들게 할 뿐”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간호법 제정이라는 가시적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전국보건의료노조와 함께 전국적 의료기관 파업에 동참할 것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은 여야 3당 모두가 제정 추진을 약속했고, 지난달 27일 열린 법안소위에선 여야 합의로 간호법 조정안이 마련됐다”며 “여야 모두가 합의한 간호법 조정안을 두고 졸속 날치기 통과됐다는 의사와 간호조무사 단체의 주장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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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균 환자 15.2명…“마른걸레 쥐어짰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가한 간호사들은 “간호사 한 명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상도에서 근무하는 23년 차 간호사 윤모(47)씨는 “인력 부족 문제는 일을 시작하고 한 번도 해결된 적이 없다. 특히 코로나19가 휩쓸었던 지난 2년은 마른걸레를 계속 쥐어짜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일을 시작한 1년 차 간호사 정모(29)씨는 “한 시간 초과근무는 기본이다. 지금도 간호사들은 한 명이 기본 10명 이상의 환자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1월부터 한 달간 조합원 4만28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간호사 한 사람이 맡는 환자 수는 일평균 15.2명이었다. 간호사들은 1인당 맡아야 하는 적정 환자 수는 5~10명 사이라고 응답했다.
“의료인 간 업무 범위, 명확하게 규정돼야”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의사 면허가 없는 간호사들이 수술방에 투입되는 등 불가피한 무면허 불법 진료 해결을 위해서라도 간호법 통과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10년 차 간호사 진모(39)씨는 “의사도 인력이 부족하니 본인이 할 일을 간호사에게 넘기기도 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결국 간호사가 지게 된다”며 “의료인 간 업무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되는 간호법 제정은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이날 결의대회를 마치고 광화문 사거리에서 숭례문을 거쳐 서울역 광장까지 약 2.5km 구간의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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