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가족 은신처 밀고한 배신자..77년만에 드러났다
2차 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의 유대인 탄압을 전 세계에 생생히 고발한 일기를 남긴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의 가족을 나치에 밀고한 이가 누군지 밝혀졌다. 안네와 가족들이 1944년 나치에 적발돼 독일로 끌려가 희생된 지 77년 만이다.
17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은 전직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요원 빈스 판코크(Vince Pankoke)가 안네 가족을 밀고한 주요 용의자로 1950년에 사망한 아놀드 반 덴 베르그(Arnold van den Bergh)를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빈스 판코크의 연구팀은 암스테르담 유대인 평의회의 일원인 반 덴 베르그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안네의 일가를 배신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1943년 유대인 평의회가 해산된 이후 조직원들이 모두 강제 수용소로 보내졌으나, 반 덴 베르그는 수용소로 보내지지 않고 암스테르담에서 정상적으로 거주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빈스 판코크는 미국 C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60미닛(60 Minutes)과의 인터뷰에서 “반 덴 베르그가 수용소에 가게 된 상황에서 일련의 보호를 받지 못하자 그와 그의 아내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나치에게 소중한 것을 제공해야 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가 이 사실을 알고 었다는 증거도 찾아냈다. 이 사건 관련 전직 수사관의 파일에서 반 덴 베르그가 배신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익명의 메모 사본을 발견하게 되면서다. 이 메모의 수신인은 오토 프랑크였다.
앞서 빈스 판코크는 2017년 안네 밀고자를 밝혀내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수사를 시작할 당시 판코크는 ‘콜드 케이스 다이어리(Cold Case Dairy)’라는 웹사이트를 구축해 범죄학전문가, 역사학자, 언론인, 컴퓨터전문가 등 19명으로 팀을 꾸렸다.
네덜란드의 국립문서보관소, 전쟁ㆍ홀로코스트ㆍ인종학살연구소, 암스테르담시와 안네프랑크재단 등 네덜란드 당국도 각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모든 자료를 이용하도록 하는 등 이 조사 작업을 도왔다.
안네 가족 8명은 지난 1944년 8월 숨어지내던 암스테르담의 다락방에서 나치에 적발돼 독일의 유대인 강제수용소로 옮겨졌다. 아버지 오토 프랑크만이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서 살아남았다.
전쟁 후 아버지 오토는 안네가 숨어지내던 다락방에서 안네의 일기장을 발견했고, 이 일기장은 지금까지 60여 개 언어로 번역돼 나치의 만행을 전 세계인들에게 고발하고 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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