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뉴닉..전통 산업 디지털 전환하는 '○○테크' 전성시대

노승욱, 반진욱 2022. 6. 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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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트업 업계 지도](15)
리걸·커리어·미디어·SaaS..

최근 국내외 스

타트업 시장에서 거품 논란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20년 전 ‘닷컴 버블’ 사태의 재판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닷컴 버블 사태와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당시는 모든 투자가 IT에 편중된 반면, 요즘은 산업 전 분야에서 유망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일부 스타트업이 실제 가치보다 과대평가된 경우도 적잖다. 하지만 구글, 아마존이 그랬듯, 거품 논란이 지나고 나면 오히려 어떤 스타트업이 ‘진짜배기’였는지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에서는 전통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한 스타트업이 주목받으며 오히려 ‘스타트업처럼 일해야 살아남는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스타트업은 이제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효율성을 극대화한 하나의 ‘사업 프로세스’라는 얘기다.

최근 리걸테크, 커리어테크, 스토리테크 등 기존 산업에 테크를 붙인 ‘테크’가 잇따르는 현상은 이런 흐름을 대변한다. 향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K스타트업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예고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동안 낙후됐던 전통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테크는 어떤 곳이 있을까.

▶리걸테크·스토리테크

▷법률·웹툰을 더 쉽게…‘로톡’ ‘투닝’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전문적 분야의 문턱을 낮춰주는 스타트업도 각광받는다.

‘로앤컴퍼니’는 ‘로톡(law-talk)’으로 잘 알려진 리걸(legal)테크 스타트업이다. 법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분야별 변호사 정보를 제공해 누구나 쉽게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로톡을 통해 이뤄지는 월평균 상담 건수는 약 2만건, 누적 상담 건수는 72만건에 이른다. 올해 1분기 로톡에 가입한 일반 이용자 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약 3.7배 증가했다. 올 3월 기준 MAU(월간 활성 방문자 수)는 약 190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7% 늘었다.

로톡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회원 수는 대한변협이 제재하기 이전인 지난해 3월 약 4000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11월에는 1706명으로 56%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헌법재판소가 로앤컴퍼니 손을 들어주며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이후 가입 변호사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툰스퀘어’는 ‘스토리테크’ 스타트업을 표방한다. 글자만 입력하면 AI가 웹툰을 뚝딱 만들어주는 ‘투닝(Tooning)’ 서비스를 운영한다. 대화형 텍스트에 원하는 글만 넣으면 ‘텍스트 자동 연출(Text to Toon)’ 기술을 통해 캐릭터와 배경, 스토리를 이미지로 자동 전환해준다. 자연어 처리 기반 AI가 글의 맥락과 감정을 분석해 캐릭터 표정과 동작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원리다. 2017년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프로젝트 ‘C랩’을 통해 창업했다.

‘로앤컴퍼니’는 분야별 변호사 정보를 제공해 누구나 쉽게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로톡(law-talk)’ 앱을 운영하는 리걸(legal)테크 스타트업이다. 사진은 로톡 광고판 전경. (로앤컴퍼니 제공)
▶온라인몰 M&A ‘애그리게이터’

▷성장 한계 셀러 인수해 ‘점프 업’

이커머스 시장이 고도화되며 최근 잇따라 등장하는 곳은 ‘애그리게이터(Aggregators)’다. 아마존, 쿠팡, 네이버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입점해 있는 온라인 소호몰 등 ‘유망 셀러(seller·판매 업체)’를 인수해 경영 혁신과 스케일업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롤업(roll-up) 투자 스타트업이다. 자본과 경영 노하우 부족으로 성장 한계에 도달한 셀러의 지속 성장을 도모하고 자영업자에게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주목받는다.

애그리게이터는 미국에서 ‘스라시오(Thrasio)’가 유니콘 반열에 오르며 새롭게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넥스트챕터’ ‘스토어링크’ ‘부스터스’ ‘뉴베슬’ 등 여러 스타트업이 잇따른다.

‘▶취준생 도우미’ 커리어테크

▷탤런트뱅크·원티드…이직·경력관리

지원자의 스펙 대신 업무 경험을 중시하는 수시·경력 채용이 대세가 됐다. 채용 시장 변화에 맞춰 기업과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커리어테크’ 스타트업이 대거 등장했다. 채용 공고를 모아놓은 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구인구직 방식을 적극 도입한다. 사용자 성향과 경력을 분석해 알맞은 기업을 추천해주고, 단기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 잠시 동안 업무를 맡는 ‘긱워커(초단기근로자)’를 찾아주는 식이다.

커리어테크 스타트업 퍼블리가 운영하는 '커리어리'는 IT 업계 현직자 및 관심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커리어 SNS다. 함께 커리어 고민을 공유하고, 직무 이력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최근 누적 가입자 2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5월 신규 가입자 중 33%가 개발자 및 개발 취준생으로, 최근 IT 업계 개발자 필수 앱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커리어리는 IT 업계 현직자 및 관심 이용자의 커리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신규 기능을 계속 추가하고 있다. 지난 달 공개한 ‘마이 브랜딩 페이지(MVP)’는 론칭 5주 만에 3,000명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제작했으며, 최근 새롭게 선보인 ‘사이드 프로젝트’ 베타 버전은 오픈 2주 만에 300여 명이 등록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탤런트뱅크’는 경력이 많은 전문가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인재 매칭 플랫폼이다. 본래 인사관리 전문 기업 휴넷의 사내벤처로 출발했다. 인력 운용에 부담이 큰 중소기업과 퇴직한 시니어 전문가를 연결시켜주자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다. 2020년 말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올해 초 6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고객 만족도는 상당하다. 재의뢰율이 60%에 달한다.

원티드랩이 운영하는 ‘원티드’는 IT 직군 근로자에게는 필수 앱으로 통한다. IT 기업 다수가 원티드를 통해 개발자·기획자 등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지인 추천 보상금 제도’로 인기를 끈다. 지인 추천으로 채용이 확정되면 합격 당사자와 추천자 모두에게 50만원 상당의 보상을 제공한다. 2021년에 지급한 보상금 규모만 34억6000만원에 달한다. 원티드 성공에 힘입어 원티드랩 실적도 급상승했다. 2022년 1분기 매출 110억원, 영업이익 12억4000만원을 거뒀다. 매출액은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이다.

직장인 커뮤니티로 시작한 스타트업들도 연이어 커리어테크 서비스를 내놓는다. 명함 관리 앱 리맴버의 ‘리멤버커리어’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만든 ‘블라인드하이어’가 대표적인 예다.

리멤버커리어는 명함 관리 앱 리멤버를 만든 드라마앤컴퍼니가 2019년 선보인 인재 검색 서비스다. 헤드헌터와 기업 인사 담당자가 기업·직무·업종별로 인재를 검색하고 이직 제안을 할 수 있다. 3년 만에 누적 인재 스카우트 제안이 200만건을 돌파했다.

블라인드하이어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가 2021년 5월 선보인 경력직 이직 플랫폼이다. 기업이 블라인드에 가입한 직장인에게 직접 이직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당시 서비스 시작 한 달 만에 아마존, 카카오페이 등 굵직한 기업이 고객사로 등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2022년 기준 고객사는 1000개가 넘는다.

▶레거시 미디어에 도전

▷얼룩소·뉴닉·옥소폴리틱스 ‘눈길’

정보를 전달하고 여론을 공론화하는 작업은 오랫동안 전통 언론의 역할로 여겨져왔다. 최신 정보와 여론 동향을 살피기 위해서는 신문과 방송을 확인하는 게 1순위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미디어 스타트업’ 활약이 두드러진다. 뉴스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핵심 정보만 속속 골라 전달하거나,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맞춰 이슈를 분석해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끈다.

‘얼룩소’는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을 지낸 정혜승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얼룩커’로 불리는 글쓴이들이 글을 쓰면 독자들이 댓글을 남기고 토론하는 방식이다. 플랫폼에서 활동 수준에 따라 2주에 한 번씩 ‘포인트’를 제공한다. 초창기 이재웅 다음 창업자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뉴닉’은 사회·경제 분야의 주요 이슈를 정리해 간단한 ‘뉴스레터’ 형식으로 전달한다. 딱딱한 문체 대신 질문을 주고받는 듯한 구성과 다채로운 이모티콘 사용으로 가독성을 높였다. 시간이 없고 뉴스에 익숙하지 않은 MZ세대로부터 열띤 지지를 받는다.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 무료 구독자가 40만명을 돌파했다. 2021년 6월 2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옥소폴리틱스’는 미국 트위터와 에어비앤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한 유호현 대표가 2020년 7월에 만든 스타트업이다. 정치 성향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만든 ‘온라인 토론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치적 견해를 동물 부족으로 표현한 게 특징이다. 앱에 접속한 사용자는 정치 성향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바탕으로 다섯 개(호랑이, 하마, 코끼리, 공룡, 사자)의 동물 부족으로 분리된다. 분리된 성향에 맞춰 이슈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오간다. 2021년 12월 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본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섰다.

원티드랩은 커리어테크 ‘원티드’를 운영한다. 원티드는 지인 추천 보상금으로 눈길을 끈다(위). 옥소폴리틱스는 정치 공론장을 제공하는 정치 커뮤니티 역할로 주목받는다(아래). (원티드 제공, 옥소폴리틱스 화면 갈무리)

▶비대면 열풍 올라탄 ‘협업 툴’

▷스윗·로켓워크·플렉스 눈길

비대면 근무가 늘어나면서 ‘화상 회의’ 서비스만큼 성장한 분야가 있다. 바로 ‘협업 툴’ 분야다. 직원 간 소통과 업무 협업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툴’을 찾는 기업이 늘었다. 실제로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 ‘옥타’에 따르면 2021년 ‘협업 툴’ 앱 다운로드 수는 2020년 대비 28% 성장했다. 이에 힘입어 관련 스타트업도 매서운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메신저, 업무관리, 화이트보드형 등 다양한 형태를 내세워 인기를 끈다.

스윗테크놀로지스가 운영하는 협업 툴 ‘스윗(Swit)’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메신저와 오피스 메일을 통합한 형태의 서비스로 인기를 끈다. 고객사만 전 세계 3만7000여개에 달한다.

스윗테크놀로지스는 2017년 이주환 대표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근무를 채택하는 기업이 늘어나며 급성장했다. 창업 초기 수준이지만 17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로켓워크는 스타트업 마이크로프트가 운영하는 업무형 협업 툴이다. 메신저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다른 툴과 달리 로켓워크는 업무를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정 업무를 구조화시켜 ‘로켓워크’에 등록한 뒤 업무에 필요한 사람들을 초대하거나 자료를 공유하는 식이다. 업무와 관련 없는 사람의 접근을 배제시킨다. 따라서 일반 업무용 협업 툴에 비해 보안성이 높다.

플렉스는 인력관리(HR) 분야에 특화된 서비스다. 근태관리·급여정산·전자결재·전자계약 등 인사관리 전반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한다. 현재 3만여 고객사가 이용 중이다. 올해 1월 38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인터뷰 |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

변협의 위헌, 70년 만에 처음…법률 문턱 낮출 것

Q 변호사의 로톡 가입을 제한하는 대한변협의 광고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렸다. 소감은.

A 법률 서비스 시장 혁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준 헌재 결정에 감사한다. 대한변협이 개정한 규정이 헌재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은 것은 1952년 협회 설립 이래 70년 만에 처음이다. 로톡같이 법률 정보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공감대가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분쟁 과정에서 많은 변호사 회원들이 탈퇴, 매출이 감소하면서 발생된 손해가 크다. 그래도 ‘법률 서비스 시장의 대중화와 선진화’라는 목표를 잃지 않고 다시 한 번 힘을 내려 한다.

Q 로톡의 수익 모델은.

A 월 정액제 변호사 광고 서비스다. 다만 올해 2~6월에 한시적으로 광고를 무료화했다. 상반기 매출을 포기하면서 진행한 것은 변호사분들께 디지털 혁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디지털 경험을 통해 로톡 서비스 필요성을 느끼는 변호사가 늘어난다면 의뢰인 역시 전문성을 갖춘 더 많은 변호사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큰 투자라고 생각한다.

Q 향후 비전과 경영 계획은.

A 법률 서비스 시장은 IT 기술을 통해 혁신이 이뤄진 부분이 다른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그만큼 시장 잠재력도 굉장히 크다. 이미 해외에는 리걸테크 유니콘 기업만 10개가 넘고 활발하게 글로벌 진출에 나서고 있다. 최근 리걸테크에서 급격하게 발전을 이루고 있는 영역은 ‘법률 정보 검색’과 ‘분석 분야’다. 올해 초 로톡이 선보인 판결문 검색 서비스 ‘빅케이스’와 같이 AI 기술이 적용된 판례 검색을 중심으로 더욱 고도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Q 끝으로 강조하고픈 말은.

A 아직도 법률사무소 문턱은 너무 높고, 변호사는 먼 존재다. 변호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로톡은 법률 서비스 시장 정보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바탕으로, 법률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나가고 있다. 자체 조사 결과, 유료 상담 이용자 79%는 “로톡 서비스가 아니었다면 변호사를 통한 도움을 고려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답했다. 앞으로도 변호사와 법률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노승욱 기자,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2호 (2022.06.08~2022.06.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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