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 세계석학 김진수 박사, 2년 송사 끝에 IBS 떠났다
![유전자가위 석학 김진수 교수. 서울대 교수 시절 자연과학대학 연구실에서 연구하던 모습이다. [중앙포토]](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204/06/joongang/20220406102333241tlnb.jpg)
유전자가위 석학, 김진수 박사가 수년간의 송사 끝에 결국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떠났다. 김 박사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IBS를 떠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2014년 3월, IBS 유전체교정 연구단을 설립하고 단장직을 맡은지 만 8년 만에 IBS를 떠난다"고 밝혔다.
IBS에 따르면 김 박사는 지난 2월말 연구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IBS는 김 박사의 재판에 아직 끝나지 않은 점을 들어 그간 사표 수리 여부를 고심해왔다. 하지만 사의 표명 후 1개월이 지나면 고용계약이 유지되지 않도록 규정한 관련 법에 따라 김 박사의 사표는 4월부로 유효하게 됐다. 김 박사는 그간 소송이 이어지면서 IBS를 떠나고 싶다고 지인들에게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박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 2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와는 달리 2심 재판부는 IBS에서 발생한 외상거래 결제와 특허 건에 대해 유죄로 판단, 선고유예 결정을 내렸다”며“서울대를 기망해 현재 가치 수천억원에 달하는 크리스퍼 특허 발명을 헐값에 툴젠으로 빼돌렸다는 혐의에 대해 2심 재판부도 무죄로 판결했다는 점, 함께 기소된 툴젠 임원은 1심과 동일하게 모든 혐의에 대해 거듭 무죄 판결 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제가 발명자가 아닌 특허 발명에 대해 IBS에 발명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고를 유예한다는 2심 판결을 수긍할 수 없어 대법원에 상고힜다”며 “IBS 참여 전 서울대에서 외상으로 구매한 시약 재료비 등을 IBS 연구비로 결제한 것이 업무상 배임 및 사기라고 판단한 것도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글에서 향후 계획도 밝혔다. 그는 “앞으로 3심 재판과 크리스퍼 특허 선발명자를 가리기 위한 미국 특허법원의 저촉심사에 집중하면서 바이오제약 기업에 자문도 하고 창업자를 발굴, 지원하는 일도 새로이 시작하려고 한다”고 적었다. 김 박사는“과학과 창업을 통해 우리 사회와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제 꿈이 무모하고 순진한 것일 수도 있지만 1997년 말 귀국한 이후 지난 24년 동안 대기업(삼성생명과학연구소), 스타트업(툴젠), 대학(서울대), 출연연(IBS)을 거치면서 수많은 실패와 좌절, 고난과 역경을 겪었음에도 아직 제 가슴 속 불꽃이 꺼지지 않았기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고 글을 맸었다.
김 박사가 송사에 얽히기 시작한 것은 IBS가 서울대 교수 신분이던 김 박사를 2014년 3월 유전체교정연구단장으로 영입하면서부터다. 당시 김 교수는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과학자를 지원ㆍ육성하자는 취지의 IBS 영입제의에 서울대 종신교수를 포기하고 IBS로 적을 옮겼다. 하지만 2016년 IBS 내부 감사에서 연구비 횡령 문제가 제기되더니, 이후 특허 등록과정에서도 불법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했다. 이 와중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일부 언론까지 나서 ‘세계적 과학자가 수천억대 특허를 빼돌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검찰은 지난해 1월 김 박사를 배임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3년 징역형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1심인 대전지법은 지난해 2월 김 박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일부 혐의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의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형의 선고를 미루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없었던 일로 하는 판결이다. 2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선고심에서“ 김 전 교수가 형사 전과가 없고 열악한 연구 환경 속에서도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한 유전체 교정 기술 분야를 오랜 기간 연구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점 등을 고려해 선고유예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한국과총 명예회장ㆍ전 환경부장관)은 “첨단 생명공학의 도구인 유전자가위 연구를 둘러싼 세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 유전자가위 연구자가 송사 문제로 연구현장을 떠났다는 것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런 일”이라며“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연구계의 자율성을 확충하고, 연구자가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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