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증인 김민걸 "정민용, 성남시장 비서실에 여러번 직보"[法ON]

강광우 2022. 3. 1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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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이들의 재판에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김민걸 회계사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13회 공판 증인 신문에 출석,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통령 선거는 마무리됐지만, 선거 과정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사건의 진상 규명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이른바 '대장동 5인방'의 공판에서 2015년 3월 성남도개공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를 공모·선정하는 과정에 관여했던 당시 직원들을 불러 증인 신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서는 '대장동 특검' 도입을 거론하고 있어 앞으로 이번 사건의 숨겨진 '설계자' 또는 '몸통'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14일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인물은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도개공의 전략사업팀장으로 일했던 김민걸 회계사입니다. 그는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꼽힙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추천으로 2014년 11월 성남도개공에 입사했습니다. 입사 후 그의 상급자는 유 전 본부장, 하급자는 정민용 변호사(당시 전략사업팀 투자사업파트장)였습니다. 정 변호사는 김 회계사를 '패싱'하고 공모지침서 작성 등 대장동 사업 관련 실무를 도맡아 했다고 합니다.


공사 직원들 "정민용이 성남시장 비서실에 직보" 한목소리


그는 이날 정 변호사가 성남시장 비서실을 여러 차례 찾아가 관련 보고서를 전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번 대선에서 석패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였습니다.

검찰은 "정 변호사가 2016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찾아가 대장동 사업에서 제1공단을 제외한다는 보고서에 서명을 받아온 사실을 알고 있나"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김 회계사는 "당시 정민용 팀장이 보고서를 성남시장 비서실에 가져다준 일이 복수의 횟수로, 여러 번 있었다"며 "갖다 주고 온 거는 한 번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검찰은 이어 "정 변호사가 성남시장을 만나서 결재받은 것은 기억하나"라고 물었고, 김 회계사는 이와 관련해선 "이 시장을 뵙고 결재를 받았다는 것은 모르고, 그냥 비서실에 보고했다고만 (들었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앞서 출석한 성남도개공 직원들의 증언과도 일치하는 내용입니다. 성남도개공 현직 팀장 한모씨와 전직 직원 이모씨는 정 변호사가 1공단 분리개발을 승인하는 성남시장의 결재를 받아왔고, 이 전 시장에게 직접 보고했는지는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정 변호사가 '이 상임고문에게 성남도개공의 공모지침서 내용을 직접 보고했다'는 진술이 나왔다는 보도도 나온 적 있습니다. 대장동 개발 사업 공모지침서에는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빠져 민간 사업자로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 등이 수천억원의 이익을 챙겨갈 수 있었습니다. 이 전 시장 측은 이와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김 회계사가 '여러 번' 보고가 이뤄졌다고 증언한 대목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앞선 두 건의 성남시장 비서실 직보 외에도 여러 차례 보고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 변호사는 상급자인 김 회계사를 '패싱'하고 유 전 본부장과 성남시장 비서실 등에 직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1일 공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김 회계사는 정 변호사가 자신을 거치지 않고 유 전 본부장에게 직접 보고한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이 "이 문제로 김 회계사가 정 변호사에게 '왜 그렇게 행동하냐'고 말한 적이 없나'라고 물었고, 김 회계사는 "그런 문제로 갈등이 있었던 것은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김 회계사가 결재권자인데 왜 정 변호사가 보고를 했느냐"는 검찰 측 질의에 대해 김 회계사는 "시장님께 보고할지 말지, 대면 보고할지 서면 보고할지에 대한 결정은 (성남도개공) 사장님이나 본부장 결정인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둘째), 남욱 변호사(왼쪽 셋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김민걸 "사업 초기, 평가보다 대장동 이익 클 것으로 예상"


김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 초기 단계에서 사업 타당성 평가보다 더 많은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검찰은 김 회계사에게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의) 사업 타당성 평가보다 훨씬 많은 수익이 예상된다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그는 "훨씬 많다기보다 용역 결과보다 많은 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11일 공판에서 김 회계사는 "확정이익 방식이라고 저에게 보고됐을 때 조금 의외였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유동규, 초과이익환수 지적한 직원에게 '외부 청탁받았나'"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초과이익환수 조항 누락 문제를 지적한 당시 개발사업1팀 직원 주모씨에게 유 전 본부장이 오히려 '외부 청탁을 받았냐'는 질책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주씨는 공모지침서 작성 당시 ‘민간에서 초과이익을 독점하지 못하게 추가적인 사업이익 배분 조건을 제시하는 신청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도록 지침서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고했지만, 묵살됐습니다.

"주씨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어떻게 질책을 받았냐"는 검찰 측 질의에 김 회계사는 "제가 현장에 있지는 않았고 전언이다"라는 전제를 하면서도 "결재가 확정된 공모지침서를 굳이 수정하는 이유가 외부에서 청탁을 받고 그런 것이냐는 질책을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김 회계사는 이날 자신이 성남도개공에 입사하는 데 도움을 준 정영학 회계사와 선을 긋는 발언도 했습니다. 검찰이 "정 회계사가 증인과 정 변호사가 긴밀하게 협조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는데, 협조가 뭔가"라고 묻자 김 회계사는 "정 회계사는 입사 이후 통화를 한 적이 없어서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다"며 "입사 이후 정 회계사에 긴밀히 협조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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