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은해가 남편 가스라이팅' 경찰 2년 전 결론 냈었다

경찰이 2년 전 ‘계곡 살인 사건’을 조사하면서 심리전문가에게 사건 내용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지난 2020년 이은해(31)씨 등의 살인 혐의를 조사하면서 전문가에 관련 수사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을 의뢰했다고 한다. 사건 당일 의문점이 풀리지 않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자 윤모(당시 39세)씨가 일몰 이후인 저녁 시간에 4m 높이의 폭포에서 뛰어내린 부분 등이 설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분석 내용에는 피해자 윤씨의 행동의 이유를 분석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분석에서 ‘윤씨가 생전 가스라이팅 피해자와 유사한 정서 상태였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를 조작해 정서적 학대를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 피해자들은 자존감·판단력 저하, 우울·불안, 가해자에 대한 높은 의존 등의 증세를 보인다.
유족 등에 따르면 윤씨는 평소 물을 싫어하고 수영을 못했다고 한다. 그런 윤씨가 사건 당일 4m 높이의 폭포에서 뛰어내렸는지는 수사 단계에서 풀리지 않는 의문점 중 하나였다. 경찰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윤씨가 이씨의 ‘다이빙을 하러 가자’는 말에 무리하게 물에 뛰어들었다가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수사 상황을 잘 아는 경찰 관계자는 “(윤씨는)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결과는 이은해씨 등의 살인 혐의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는 되지 못했고, 경찰도 구속영장을 신청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결국 경찰은 이씨와 공범 조현수(30)씨 등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이 출석 요구에 성실히 응해 도주 우려가 적고, 사건 이후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증거를 추가로 인멸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다는 게 검찰과 경찰의 설명이다.
학대와 집단 폭력 겪었나

이에 대해 오 교수는 “엄마에게 학대받는 막냇동생이 형에게 ‘형처럼 인정받고 싶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심리”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또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윤씨와 다른 일행들이 10살 정도 차이가 나는데 전부 반말을 한다.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아내인 이씨도 이를 충동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계곡 살인사건 이전에 이씨가 여러 차례 윤씨와 강원 양양과 경기 용인 등으로 물놀이를 함께 다니며 그를 물에 빠뜨리려 했던 정황도 파악했다. 범행을 미리 연습하거나, 물을 싫어하는 윤씨를 괴롭혀 길들이려 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씨가 관련 혐의를 부인했고 경찰은 보험사기 의혹에 집중하면서 살인미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당초 이 사건은 일산서부서에 보험사기로 접수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해 2월 재수사에 착수해 ‘용인 낚시터’ 사건에 대해 이씨 등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2019년 5월 새벽으로 구체적인 시점도 특정했다. 검찰은 이씨가 윤씨를 살해하려 했으나 잠에서 깬 지인에게 발각돼 윤씨가 물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병준·심석용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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