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려죽을 뻔" 10시간 줄선다..'할미 학번'도 달렸던 대학축제 [밀실]
2022 대학 축제를 가다
2022년 5월, 청춘을 만났습니다. 그것도 자유로운 청춘을. 3년 만에 열린 ‘대동제(大同祭)’에서였습니다. 대학 친구들과 줌(Zoom)으로 만난 시간이 어쩌면 더 길었을, 비운의 코로나 학번들의 숨겨왔던 에너지가 마침내 ‘봉인해제’ 됐습니다. 고요했던 광장도 돌변했습니다. 무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노랫소리, 학생들의 환호성과 웃음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MZ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밀실팀이 대학 축제를 놓칠 순 없었습니다.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주요 대학 축제가 몰려있는 ‘슈퍼위크’ 기간,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지 3년 만에 첫 축제를 맞은 20학번 인턴 기자, 6년 만에 축제를 간 13학번 ‘할미’ 기자가 현장의 감동을 체험기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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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실은 ‘중앙일보 밀레니얼 실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밀도있는 밀착 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나만 알고 있는 MZ 트렌드, 모두와 공유하고 싶은 MZ의 이야기 등을 메일로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으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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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려 죽을까 무섭지만 신나요” 콘서트 뺨쳤다

입장줄의 맨 앞쪽은 공연 시작 10시간 전부터 온 학생들이 차지했습니다. 학생들은 돗자리를 펴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우산과 선글라스를 쓰기도 했습니다.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 장면은 13학번 ‘할미’ 기자에게도 생소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줄을 섰다는 고려대 의대생 3인방은 응원 플래카드를 만들며 “불태울 각오로 왔다. 재밌고 설렌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고려대 18학번인 김찬희 석탑대동제 준비위원장은 “이렇게까지 줄을 길게 선 건 1905년 개교 이래 처음”이라며 “1만5000명까지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압사당할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를 받고 119가 출동하는 등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전후 축제를 모두 겪어본 고학번들은 ‘인파’를 피부로 느꼈다고 합니다. 2년 간 중단됐던 대규모 교내 행사에 대한 ‘갈증’ 때문인지, 올해 축제에 참여한 인원이 코로나 이전보다 늘어난 것 같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습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캠퍼스에서 미니 바이킹을 탔던 17학번 박종호(26·남)씨는 “코로나 전보다 사람이 훨씬 많아진 것 같다. 과거에 부스·주점은 있었지만 놀이기구는 없었는데 재밌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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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처음이라…” 코로나 학번의 첫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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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부스·주점…‘시행착오’도
축제에 발맞춰 동아리 부스와 주점도 부활했습니다. 회오리감자, 닭꼬치, 김치전 등은 학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부스와 푸드트럭 앞에서 1시간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주점에서 오코노미야키를 만들던 고려대 21학번 조재영(21·여)씨는 “첫날만 100장을 팔았다. 인터넷 검색을 해 가장 맛있는 요리법으로 준비했다”며 웃었습니다.
주점 부스를 둘러본 결과, 대부분의 스텝은 신입생과 코로나 학번이었습니다, 첫 축제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나마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축제 경험자’ 선배들은 졸업을 했거나 취업 준비로 바쁜 탓입니다. 한국외대 18학번 조혜민(24·여)씨는 “운영진 다수가 처음 축제를 경험해 운영이 다소 미숙할 수 있을 것 같다. 실험적인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부스에서 안주만 팔고 술은 다른 곳에서 사라고 안내하는 ‘술 없는 주점’이 대다수였지만, ‘꼼수’ 부스도 등장했습니다. “소주병으로는 판매가 안 된다”며 플라스틱 컵에 얼음과 술을 소분해 파는 곳이 있었는데요, 부스 운영진에게 ‘축제 주점에서 술을 판매하는 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컵에 담아 파는 건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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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 NO” 재학생존 논란
등록금으로 운영하는 축제인 만큼 재학생에게 특권을 주는 게 정당하다고 봐요. 공평한 것 같아서 좋아요. (익명 요청한 한양대 재학생) ‘재학생존’ 논란도 재점화됐습니다. 고려대는 올해 처음 ‘고대생존’을 도입했고, ‘한양존’은 2018년부터 운영해왔다고 하는데요, 27일 한양존 입장줄의 맨 앞에 서 있던 학생들에게 묻자 답을 피했고, 일행 중 익명을 요청한 여학생은 “정당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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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축제=동네 축제’는 옛말?
19학번 이민지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과거 대학이 지역에 환원하는 역할을 했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학생들도 학교 공간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가 낸 등록금으로 축제를 하는데 왜 공간을 내어줘야 하나’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고려대 축제 부스에 놀러 온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라서 좋다”고 했고, 한국외대를 찾은 지역 주민 김태윤(37·남)씨는 “차별하는 건 느끼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재학생존 이슈에 대해 그는 “현장 통제 인력에 한계가 있어, 외부인과 재학생을 구분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올해 축제 기사에서 “연예인 축제로 변질된 게 안타깝다” “등록금 아깝다”는 댓글이 가장 많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연예인 공연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앞으로 여러 고민이 이어지겠죠. 어쨌든 올해의 대학 축제가 지난 2년의 아쉬움과 갑갑함을 털어내는 자리였길 바라고, 다시는 축제가 멈추지 않길 소망합니다. 코로나 학번 후배들이 청춘을 만끽하는 모습에 13학번 할미 기자는 몸도 마음도 회춘한 것 같습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영상=황은지, 강민지·김민수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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