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차 학살범, 돈바스에 떴다"..더러운 전쟁 일삼는 악마 정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한 가운데, 러시아 민간 군사 기업 바그너(Wagner)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돈바스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더 타임스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그너 그룹은 전 세계를 충격과 분노에 빠뜨린 부차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되는 용병 기업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프리고진의 돈바스 방문 사실은 그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푸틴 충성파' 비탈리 밀로노프 하원 의원과 함께 군복 차림으로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더 타임스는 러시아 독립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프리고진이 크렘린궁으로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전선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았으며, 우크라이나 유명 정치인이나 지휘관을 붙잡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서방 정보 당국은 우크라이나 동부에 바그너 그룹 용병 약 1000명이 배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전 이후 군사력에 막대한 손실을 본 러시아는 돈바스 전투 경험이 많고, 잔혹한 것으로 악명높은 바그너 그룹을 돈바스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악명 높은 바그너의 정체
이런 가운데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선임 연구원이자 조지타운대 교수인 숀 맥페이트는 18일 정치전문매체 더 힐에 '푸틴이 용병을 다루는 법'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칼럼은 베일에 가려진 바그너 그룹의 정체를 소개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에 의존하는 이유와 국제사회가 바그너 용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해법을 제시했다.

맥페이트는 바그너 그룹이 2014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크렘린궁의 가장 더러운 일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이후 시리아 내전을 비롯해 리비아·수단·중앙아프리카공화국·말리·콩고민주공화국·모잠비크·마다가스카르 등에서 '더러운 전쟁'을 수행했다.
이런 전쟁에서 바그너는 인권 침해를 일삼아 왔으며, 그래서 크렘린궁이 바그너를 '무기'로 고용한 이유라고 맥페이트는 지적했다. 그는 정규군이 아닌 용병은 상대적으로 전쟁범죄에 대한 죄책감에 무딘 편이며, 그래서 민간인 학살과 같은 잔인한 전술에 쉽게 동원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맥페이트는 바그너의 규모를 정확하게 추산할 수는 없지만, 한 용병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지난 몇 년간 약 1만 명에서 1만5000명의 용병이 바그너 그룹의 막사를 거쳐 갔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바그너는 주로 옛 소비에트연방 지역 전역에서 모집되고, 용병 중 일부는 단지 돈이나 모험을 쫓아 이 일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받는 보수는 한 달에 약 2500달러(약 309만원)로 알려졌다.

푸틴이 바그너에 의존하는 이유
맥페이트는 푸틴이 바그너 용병에 의존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했다. 첫째, 용병은 푸틴에게 전쟁의 책임을 부인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경우 푸틴은 용병 개인의 일탈로 책임을 돌리거나 바그너는 러시아군의 일부가 아니라고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또 국내 여론이 악화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러시아 징집병들이 희생될 경우 유가족들의 반발에 부딪히는 등 자국에서 푸틴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 하지만, 용병들의 죽음에 대해선 러시아에서 별다른 동요가 일지 않는다고 맥페이트는 지적했다.

맥페이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바그너 그룹을 무력화할 필요가 있다"며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손자병법을 인용해 "최고의 전략은 적의 전략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더는 모스크바가 바그너 그룹을 사용할 이유가 없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보기관이 바그너 그룹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해 축적한 데이터를 세계와 공유해야 한다"며 "바그너 그룹이 비밀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크렘린궁은 그들을 해고할 것"이라고 했다.
맥페이트는 나토가 '시장 원리'를 이용해 그들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했다. 일부 바그너 용병은 모스크바에 불만이 있으며, 중동의 수퍼 리치를 위한 일을 원한다. 그래서 나토 등이 더 나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돕는다면 많은 바그너 용병은 더는 우크라이나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특수부대 스페츠나트의 중령으로 복무했던 드미트리 우트킨이 2014년 설립했으며, 푸틴과 가까운 프리고진이 사실상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군 경험이 없는 프리고진이 직접 바그너를 지휘하기보단 용병 모집과 자금 조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안보 정책 전문가인 맥페이트는 미 82공수사단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고, 『전쟁의 새로운 규칙: 지속되는 무질서 시대의 승리』(2019년) 등을 저술하기도 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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